최경일 센터장, 탈북민을 위해 날마다 A/S를 실천하는 사람

탈북민의 행복은 나의 행복
탈북민을 위해 날마다 A/S를 실천하는 사람

최경일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센터장

가슴이 뛴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살면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Let"s live a life leaping heart.)”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현대인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자신과 맞는 직업을 찾아 입사하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가정의 행복과 생계를 위해세상의 성공을 갈망하던 한 사람. 한 기업의 CEO가 되기 위해 대기업에 20년 동안 종사하면서 영업부서, 기획실, 인사부서 등 다양한 부서를 옮겨가며 중추적인 업무를 맡아 온 한 사람. 좋은 직장에서 중요한 직위에서도 그의 가슴은 좀처럼 뛰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어느 날 탈북 대학생을 만나면서 그는 가슴 뛰는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진정한 가슴 뛰는 일이란 무엇일까? <위클리피플>은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최경일 센터장을 만났다. 취재·글_박주영 기자

위클리피플 취재진은 최경일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 양천구 오목로에 위치한 탈북민취업지원센터를 찾았다. 탈북민취업지원센터 내부로 들어서자 인자한 인상으로 정장을 입은 최경일 센터장이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센터 주변을 보니 탈북민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수업을 하고 있는 강사의 모습이 눈에 띈다. 최 센터장을 마주하고 상담 테이블에 앉자 따스하고 평온함이 감돈다. 건네받은 차를 천천히 음미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제야 최경일 센터장은 인터뷰에 운을 뗐다.

진정한 일이란 무엇인가?
“2008년 봉사차원으로 방문했던 여명학교(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탈북청소년들이 대학에 많이 진학하지만, 졸업 후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취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교육이 필요하다는 학교 측의 요청을 듣고 난 뒤 바로, 탈북 대학생 기업인턴십 과정을 개발하고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2명으로 시작했지만 4번째 인턴십부터는 10명씩 한 달 교육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참 많은 것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기초 직무교육부터 현장실습, 팀워크, 비즈니스 매너, 기업문화 교육 등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나중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진행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과정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탈북학생은 수동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생각했는데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3일 밤을 새우는 모습을 보고 교육하면 취업역량이 향상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저는 방학 때 한 달 과정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정말 큰 애정을 쏟았습니다. 밤에 들어와서 회사 일을 하고, 낮에는 학생들을 위해 일을 했어요. 주말을 포함한 여유시간에는 오로지 탈북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프로그램 구성부터 운영까지 손수 진행 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들로부터 탈북민에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탈북민취업지원센터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지원해주는 곳이다. 지난 10년간 1,00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에게 취업 및 정착 지원을 해온 센터는 그간 430명 이상의 취업의 문을 열어준 성과를 거두었다. 2017년 12월에는 그동안의 공로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제 8회 태평양 공익인권상을 수상하였다.

탈북민취업지원센터를 위한 인생 2막의 도전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부화되어 세상에 나올 즈음 알 안에서는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자 여린 부리로 온 힘을 다해 쪼아댄다고 한다. 세 시간 안에 나오지 못하면 질식한다고 하는데 어미 닭이 그 신호를 알아차려 부리로 껍질을 쪼아주어 병아리의 부화를 돕는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이다. 탈북민 정착을 위해 어미닭의 마음을 품고 줄탁동시를 실천하고 있는 최 센터장.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연구 끝에, 탈북민을 위한 맞춤형 핵심사업 모델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탈북민의 행복을 위해 수년간 연구한 맞춤형 핵심사업모델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4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ONE-STOP 취업지원 모델은 취업목표 설정, 직업능력훈련, 취업스킬 강화, 알선, 사후관리를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두 번째, 대학생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모델은 대학입학 시점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3단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학진학을 돕는 예비대학 과정, 대학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생활 과정, 졸업시기에 취업에 필요한 실전능력을 길러주는 취업지원 과정을 운영합니다.
세 번째, 청소년 성장 지원모델은 탈북청소년들이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꿈 로드맵을 설계하고 필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지원합니다. 필요한 재정후원은 물론이고 생활멘토와 전문멘토를 연결하여 꿈에 잘 도전하도록 지도합니다. 네 번째, 통일 스토어 모델이 있습니다. 통일스토어는 통일이후 남북한 주민이 함께 일할 때 발생할 갈등현상을 미리 경험하고 이질감을 해소하고 상생방안을 만들어가는 통일사업장 모델입니다.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전역에 굿윌스토어를 만들고, 통일스토어에서 훈련받은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파견해서, 고향에서 굿윌스토어 점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모델이에요. 마지막으로 센터에서는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후속적으로 A/S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멘토링(지지/격려)-코칭(자기주도적 해결)-컨설팅(방법 제시)-취업스터디(함께 도전)-카운셀링(치유)을 통해 탈북민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때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서 배운 프로그램을 습득하여 통일 후 북한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최경일 센터장. 자신이 일군 센터가 취업지원뿐 아니라 탈북민들의 고향집, 친정집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그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북한이탈주민들은 일반국민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도와줄 사람이 탈북민들에게 부족한 것입니다. 이것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성공적인 정착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을 떠나면서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곁에서 지지해주고 격려해줄 사람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A/S를 날마다 실천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생활 속에서 어려움이 있어 연락해오면 철저히 애프터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지원서 작성. 면접지도, 장학금 신청서류 지도, 학교숙제 돕기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신부 아버지 역할, 자녀 이름 지어주기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명학도 공부하게 되고 주변에 좋은 이름을 들으면 메모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얼마 전에는 외국에 있는 손녀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해서 이름이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A/S는 퇴사상담입니다. 직장상사와 관계가 나빠져서 그만두고 싶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데, 속으로 ‘얼마나 힘들면 그런 생각을 할까?’ 생각하면서도, 1년을 버티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만두면 더 나쁜 상황이 될 거라고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파는 것보다 A/S가 중요하듯, 탈북민 교육 역시 교육을 하는 것보다 ‘그들을 끝까지 놓지 않고 책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경일 센터장의 이메일 아이디는 asman365이다. 365일 A/S하는 남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탈북민취업지원센터에서 일 하면서 탈북민을 향한 마음을 이렇게 이메일 아이디에 담았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다”라는 최 센터장의 말이 길게 여운으로 남는다.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
“첫 번째는 인생을 디자인하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에요.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한국에 와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진로설계에 대한 지원입니다. 하나원 교육 수료 후 사회에 나온 뒤 다시 한 번 진로설계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계층별로 인생을 디자인하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원하고 싶고, 연령대별 관심사에 맞춘 진학, 취업, 창업 등 구체적인 맞춤형 설계와 함께 후속 지원을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통일을 준비하는 리더 1,000명을 양성하는 것이에요. 통일을 준비하려면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이율곡 선생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면 십만 명의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였듯, 통일도 십만 명의 준비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후 천만 명, 이천만 명을 상대로 새로운 통일한국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저는 100명에게 영향력을 끼칠 1,000명의 통일 리더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 센터장은 목표와 계획을 달성할 때까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탈북대학생들의 순조로운 학교 적응과 취업 성공에 도움이 되도록 2010년부터 네이버에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 센터장. 그는 카페를 통해 취업정보, 장학정보, 교육프로그램 정보 등 탈북대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 센터장의 선한 영향력이 탈북대학생들의 미래를 활짝 열어주는 축복의 통로가 되길 기대해 본다.

profile
現) 함께하는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 센터장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지원 민간협의회 경제분과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前) ㈜벽산엔지니어링 인사팀장
한진정보통신㈜ 교육파트장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기업교육학과 교육학 석사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탈북대학생 취업지원 네이버 카페(탈북대학생경력개발센터) 운영자
북한이탈주민 취업/정착지원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북한이탈주민 대상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4년)
북한이탈주민 ONE-STOP 취업지원 프로그램
탈북대학생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탈북청소년 꿈 지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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