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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신지명·조연진 캣츠아동행동연구소 대표,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세상’을 만들다
김진욱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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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지명·조연진 캣츠아동행동연구소 대표

사회와 발달장애아 사이의 통역사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세상’을 만들다

신지명·조연진 캣츠아동행동연구소 대표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ABA)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인을 발견하고, 그렇게 발견된 환경 변인과 행동 간의 관계 이해를 통해 행동 변화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적 접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ABA는 행동 개선을 통해 삶의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사람들,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되었다. ABA는 편의상 ‘행동치료’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문제행동을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환경의 변화에도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발달장애인과 사회, 그리고 그 둘의 관계에 대한 쌍방향적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상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ABA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점자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수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듯이, 발달장애인들은 ABA를 통해 더 이해받을 수 있고, 더 효과적으로 세상과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캣츠아동행동연구소는 ABA를 기반으로 발달이 지연된 유아를 위한 조기 집중 행동개입 및 아동·청소년을 위한 개별 행동개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신지명·조연진 공동대표는 응용행동분석전문가로서 발달장애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두 대표를 만나 전문가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ABA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김유진 기자

발달장애아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곳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캣츠아동행동연구소의 ‘캣츠’(CATS)는 ‘Community for Applied Behavioral Treatments’의 앞 글자 C.A.T와 마지막 글자 ‘S’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름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캣츠아동행동연구소의 서비스는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ABA)을 바탕으로 하며, 한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고 개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의 행동은 환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기관 명칭을 흔히 하는 대로 ‘고양 ABA 치료센터’라고 짓는 대신 ‘캣츠아동행동연구소’라고 지은 이유는 우리의 비전과 방향성을 담겠다는 포부가 있어서였죠. 일반적인 치료실에 국한되기보다 응용행동분석이라는 학문의 과학적 특성을 반영하여 아이들의 행동 전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 아이들과 만나는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우리와 함께 할 예비 행동분석전문가들, 그 밖에 ABA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도 담았습니다.”

신지명 대표의 말에 따르면 발달장애아들과 생활하는 주변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는 ‘social network’라고 불리는 뇌의 여러 영역의 신경학적인 발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사회화에 필요한 많은 기능들이 손상되면서 새로운 학습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손상이 불가역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 회복되기도 하고, 미처 발현되지 못했던 역할을 새롭게 수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소통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미 전형적으로 사회화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소통방식을 고집하면 서로 불통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달장애아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ABA가 필요한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가 필요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ABA는 발달장애아를 위한 행동개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부부 관계, 또는 비장애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ABA를 배우면서 발달장애아는 물론 사람에 대한 이해 자체가 조금은 넓어졌고, 이러한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운 행동을 배우고 익히기가 너무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만 변화를 강요하는 것보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캣츠아동행동연구소는 발달지연 및 발달장애,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로 진단받은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조기 집중 행동개입(Early Intensive Behavioral Intervention)을 적용하고 있다. 놀이, 사회성, 학습, 언어, 일상생활 기술 등 전반적인 발달영역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된 내용이다. 자해, 공격, 파괴 행동 등의 도전행동을 보이는 아동에 대해서는 도전행동의 기능을 평가 및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행동을 재정립하기 위한 개별 행동개입(Individual Behavioral Intervention)을 실시한다. 이외에도 부모교육이나 컨설팅,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주변 환경과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닮은 두 사람

신지명·조연진 대표 두 사람은 2008년 서울시립어린이병원 행동치료실에서 처음 만났다. ABA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고, 병동에서 중증 환자들이나 심각한 행동문제를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을 주로 대했기 때문에 저절로 남다른 전우애가 쌓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격은 달라도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매우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각자 다른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중 조연진 대표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며 손을 내밀었다.

“센터를 옮기고 다시 만나고, 가정-기반 개입을 하면서 나눈 수많은 이야기 중, 처음 우리가 만나 열심히 이루어냈던 것처럼 다시 힘을 합치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신지명 선생님에게 연구소를 시작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대외적인 강의나 활동을 많이 하시는 신지명 선생님을 조력하기 위해 저는 연구소 안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고 또 함께 일하는 분들의 건강이나 마음을 돌보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슈퍼비전이나 아동에 관련된 논의도 중요하고, 행동분석전문가 스스로의 여유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세세히 살피고 행복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신지명 대표는 은평병원에서 치료사로 3년 동안 근무 후 퇴사하고 가정-기반 개입을 진행하던 중 조연진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언젠가 본인의 터전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생각하던 신 대표에게는 반가운 제안이었다. ABA를 학문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도 닮았지만, 두 사람이 행동분석전문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비슷하다. 발달장애아들의 행동을 개선하는 건 굉장히 느리고 힘든 과정이지만,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는 점에서다.



조연진 대표: “ABA의 특징은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사람이 하는 중요한 모든 행동들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먹고 자고 입고 즐기고 누리는 것들이 힘들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에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무발화였던 친구가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거나, 집안의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만 대변을 보던 친구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는 경우, 그리고 서너 살이 되도록 초기 이유식만 먹던 친구가 급식을 먹게 되었을 때,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일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거든요.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나 양육자가 배운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하여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신지명 대표: “면담에서 처음 만난 아이가 슬며시 다가와 안기거나, 허공만 응시하던 아이가 내 눈을 의미 있게 바라봐 주는 모습은 저에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요구표현 이외에는 자발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 시도를 거의 하지 않던 아이, 가끔 던지는 말이라고는 ‘햄버거’ 정도인 아이가 프로그램 마지막 날 나의 작별 인사에 대뜸 엄지를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말하고 웃어주던 모습은 그 어떤 위대한 상보다도 감동적인 상이었습니다. 자폐가 있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이 저의 전문 분야이니, 그들에게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마치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는 것과 같은 격이지 않을까요?”

사회의 인식 변화 필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발달장애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편에 속하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는 아동의 인권이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두 대표는 발달장애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본주의적인 사회적 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당했던 아동 중 한 아이가 미국에서 1년간 지낸 일이 있었는데, 공항에서 지나치게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직원들에게 ‘우리 아이가 자폐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니 주변 사람들이 ‘so what?’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퉁명스러운 반응이 아니라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뉘앙스였던 겁니다. 그 아이는 미국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는데 사회에서 보내는 시선이 안전하다는 걸 아이도 느낀 거겠죠.”

캣츠아동행동연구소가 발달장애아 치료 외에 부모교육과 외부 보육 및 교육 기관 컨설팅, 전문가 교육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신지명 대표는 단국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에서 심리치료 전공 과정 중 한 과목을 맡아 강의하고 있고, 응용행동분석전문가(Applied Behavior Analysis Specialist) 자격증 취득 과정의 코스웍 강의도 맡고 있다. 아이들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사회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려면 전문가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ABA 적용 현장에서 서로 다른 명칭의 자격 과정을 신설해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실정이라 국가적인 차원으로 발전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두 대표는 어떻게 하면 최종 소비자인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신지명 대표: “부모님들에게, 교사들에게, 또 이 일을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파수에 맞추느라 너무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만큼은 아이들의 주파수에 맞춰주시면 좋겠다는 건데요, 아이들은 그러한 과정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기쁨을 느낍니다. 그 특별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은 더 좋은 감정들로 가득 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조연진 대표: “인간 행동에 대한 관점과 이해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까지의 나의 전문성이 새로운 흐름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ABA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현장에서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에 ABA를 정확히 알리는 노력에도 동참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안전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신지명·조연진 대표는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우리는 사회와 아이 사이의 통역사이고, 부모님들에게는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발달장애아들과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캣츠아동행동연구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캣츠아동행동연구소의 신념에 동참해서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제공_캣츠아동행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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