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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김선두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 새로운 회화의 혁명을 꿈꾸는 화가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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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김선두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 | 화가

한국화의 끝없는 확장
새로운 회화의 혁명을 꿈꾸는 화가

김선두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 | 화가


"철조망 블르스"(2018)라는 작품이 있다. 성동구치소의 40년 된 철조망에 서린 세월의 흔적을 ‘한 곡의 블루스’로 표현했다. 처음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동그란 형태였을 것이 수없는 시간 제 자리를 지키며 온갖 풍파에 휘어지고 늘어진 모습이, 한국화가 김선두의 눈에는 마치 블루스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읽힌 철조망의 블루스는 오래 사용하여 털이 다 빠진 채색붓의 딱딱한 터럭 부분을 장지(壯紙)에 거칠게 문지르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구치소의 철조망이 한국화의 장지에 담기며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재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중앙대학교 미술학부에서 교육자로 활동해오고 있는 김선두 교수의 한국화를 향한 애정은 각별하다.

자신의 전문 분야이니 당연한 이야기라 하겠지만, 현대미술에서 한국화의 위상은 서양화와 동양화, 그중에서 중국화, 일본화 등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미약하다. 진면목이 아직 많이 가려져 있는 상태라 할까. 한국화만이 표현 가능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예술작품으로서 인정받아야 할 깊이를 지니고 있으나 여전히 제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하니, 작가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을 수밖에. <위클리피플>은 한국화가 김선두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화의 진정한 멋과 맛을 느끼며, 다가올 밝은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윤지혜 기자

한국화의 깊은 매력에 빠지다

화가 김선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 그리고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1984년 중앙일보사에서 주최한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화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이어 제12회 석남미술상, 제3회 부일미술대상, 제3회 김흥수 우리미술상,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분) 등 각종 대회에서의 수상과 2007년 ‘모든 것이 노래더라’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개인전과 단체전을 거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화가의 위치에 오른다. 그의 어머니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이는 김선두가 한국화가로서 지닌 위상과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기대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김선두가 ‘화가’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어느 날 교단에서 내려와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술을 좋아했던 김선두 또한 이미 정해진 방향인 마냥 한국화를 선택했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표현하기에 그의 한국화를 향한 사랑은 너무나 각별하다.

“한국화에는 깊이가 있어요. 우리 음식에 비유하자면 ‘김치’와 같죠. 김치는 숙성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한국화에 장지기법이라는 게 있는데 장지라는 종이에, 채색을 수차례 반복하여 칠하고 표현하는 거예요. 칠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채색을 하고 지우고 그리고 이런 것을 얼마나 반복하느냐에 따라 맑게 갈 수도 있고, 또 짙게 갈 수도 있어요. 많은 경우에는 50번을 칠하기도 하니, 화가가 종이를 많이 괴롭히는 거죠. 그런데 이 장지란 종이가 이걸 다 받아줘요. 그러면서 작품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깊이가 담기죠. 이는 일본에도, 중국에도 없는 우리만의 기법이에요. 이러한 장지기법을 비롯해 한국화만의 특색을 세계미술사에 잘 전파하면 한국화도 충분히 K-컬쳐(culture)를 선도하는 분야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철조망 블르스, 2018 김선두


한국화 세계의 확장을 위한 끊임없는 탐구

혹자는 한국화엔 왜 명칭만 있고 실체가 없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에서 한국화의 존재감이 그만큼 미미하다는 이야기다. 김선두 교수는 이러한 질문이 가장 속상하다고 전했다. 그가 한국화의 정점에 도달했음에도, 여전히 현대미술로서 한국화의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실험을 시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다. 그에게 이러한 작업을 하도록 이끈 스승은 산동 오태학과 일랑 이종상이 있다. 그리고 같은 학과 후배 교수이자 미술 평론가인 김백균 교수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현대미술은 작가가 오직 하나의 메시지만을 작품에 담아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삶의 깨달음’을 주제로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의 이미지들이 구성되어야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선두는 이러한 구성을 생각지 못했다. 덕분에 정서적인 것뿐 아니라 표현방식에도 변화를 맞이한 김선두의 작품은, 이후 다양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장지기법 중심의 동양화풍을 바탕으로 여러 미디어를 활용하여 표현하는 현대미술 방식으로 그린 회화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멈추지 않는 김선두의 그림 세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개인전이, 경남 양산에 위치한 ‘희 갤러리’에서 8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그의 그림의 진면목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저는 한국화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어요. 한국화만의 고유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한국화가 한국화라는 테두리 안에만 있으면 안 됩니다. 전통은 살리되, 현대미술 방식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요.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판화 기법 중 하나로 스크린 판의 미세한 구멍으로 잉크를 밀어내 찍는 방법)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창작했어요. 현대 산업사회의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만약 기존의 작가들처럼 회화로 그렸다면 전달력이나 작품 자체의 영향력은 떨어졌을 겁니다. 이렇게 현대미술은 기법에도 콘셉트가 있어요. 분명 한국화의 방식으로 그렸을 때 적합한 주제가 있습니다. 이런 것은 온전한 한국화로 그리고, 주제에 따라 다른 미디어를 선택하여 융합할 줄 알아야 해요. 미술사(史)란, 표현방식의 변화이자 스타일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전통방식에만 갇히지 말고 현대미술로서도 살아남아야, 한국화가 더 주목받을 수 있고 명맥이 지속될 수 있어요.”



예술은 감각으로 사유하는 것, 기본기의 중요성

스승이 제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일까. 김선두 교수는 탄탄한 기본기를 꼽는다. 이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기본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으면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선두 교수는 이것을 한국화의 삼원법(고원법, 심원법, 평원법)에 빗대어 설명한다. 이 세 가지 기법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북한산에 올라간다 가정하고, 아래에서 올려다 본 산의 모습에서 자연의 위압감과 위대함을 느끼며(고원법), 중간쯤 산 능선을 타기 시작하면 산과 산 사이로 또 다른 산이 보임으로써 풍경의 깊이를 느끼기 시작한다(심원법). 그리고 드디어 정상에서는 아래에 놓인 세상이 평평하게 보이는 경험을 하는데 여기서 세상의 광활함을 만나는 것이다(평원법). 즉, 산을 오르듯 여러 노력을 통해 기본기를 차근차근 쌓아가며 각각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해보아야, 산 전체를, 세상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예술적인 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술은 감각으로 사유하는 것으로 그가 후학을 양성하는 데 있어서 기본기를 가장 강조하는 까닭이다.

김선두 교수는 현재 재직 중인 중앙대학교 미술학부에서 교육자로 30여 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써 왔다.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잘 갖춘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력 있는 작가들을 여럿 배출했다. 특히 한국화전공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주어 작가뿐 아니라, 큐레이터 미술관 학예사, 디자이너, 미술교육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김선두 교수의 ‘한국화라고 해서 한국화 테두리에만 있어야 되는 게 아니다’라는 기조와 닮아 있다.



“학생들에게 ‘4박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각 머리와 가슴, 손, 발을 의미하는데 머리는 콘셉트, 인문학적 사고를 말합니다. 가슴은 공감도 하고 기쁘거나 슬픈 여러 감정을 가리키고 손은 예상되겠지만 테크닉입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이 있느냐 없느냐는 화가로서의 길을 정했다면 반드시 갖추어놓아야 할 덕목이죠. 마지막으로 발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해요. 요즘은 여러 도구들이 발달해서 매화꽃을 그린다고 하면 인터넷에 검색해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아 그림을 그려요. 그런데 직접 기차를 타고 가서 자연 속의 실재하는 매화를 보려고 하지 않죠. 가서 직접 보고 경험해야 자신의 예술적 감각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 4박자는 결국 화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기죠. 이를 골고루 갖추게 하는 것이 스승의 사명이 아닐까요.”

김선두의 그림 세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화가 김선두에게도,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그를 도와준 많은 은사가 있었다. 소설가 이청준도 그의 은사 중 하나다. 소설가 이청준이 문인으로서 보이는 삶과 세상을 향한 철학적 고찰은 김선두에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갈등과 반목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 세계에서 인간의 구원의 방식은 결국 사랑이라는 귀결, 스스로와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과 이 세계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두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에서 이러한 감정과 느낌을 받길 소망하며 여전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멈출 예정이 없는 그의 작품 세계와 그로 인해 전개 될 한국화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다. 사진제공_김선두 교수

profile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학과 졸업
2020 김선두전, 교동미술관, 전주
2020 김선두전, 학고재갤러리, 서울
2018 김선두의 먹 그림, 포스코미술관, 서울
2017 꽃과 술 그리고 소리, 복합문화공간에무, 서울
2017 느린 풍경, 희갤러리, 양산
2016 별을 보여드립니다, 학고재갤러리, 상하이, 중국
2013 서편제- 길의 노래, 주미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2013 느린 풍경, 베를린 한국문화원, 베를린, 독일
2011 화가의 눈, 복합예술공간 에무, 서울
2010 취화선-흐르는 꿈과 그림, 주미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2007 모든 것이 노래더라, 갤러리가이아, 서울

수상내역
2019 제68회 서울특별시 문화상(미술 부문),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 서울
2009 제3회 김흥수 우리미술상, 한국미술협회, 서울
2004 제3회 부일미술대상, 부산일보, 부산
1992 제12회 석남미술상, 석남미술문화재단, 서울
1984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중앙일보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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