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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허주연 변호사, 마음을 다해 공감을 더해 끝까지 함께하는 의뢰인들의 "비빌 언덕"
이나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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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공감을 더해 끝까지 ‘함께’
의뢰인들의 ‘비빌 언덕’이고파


허주연 변호사


가족이란 말이 필요 없는 관계다. 이제 막 가정을 이룬 부부의 가족보다는, 출생(출산)으로부터 시작돼 양육됨(양육)의 과정을 함께 하는 ‘자식-부모’의 가족인 경우가 그렇다. 갓난아이에게 말하는 능력을 기대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학령기든 성인기든 자녀를 부모와 이어주는 것 중에 말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미, 마음으로 연결돼 ‘함께’ 느끼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냥’ 옆에 있는 존재다. 옆에 있으면서 (자녀 혹은 부모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프고 슬픈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끝내 통과하는지, 어떤 꿈을 꿔 가는지, 과연 어떤 사람으로 살게 되는지의 과정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늘 그렇게 ‘있음’이 ‘믿는다, 힘내라’라는 마음의 전달이었음을. 20대 후반과 30대의 절반을 로스쿨 과정에 쏟아 부었다는 허주연 변호사도 가족이 있었기에 견뎌왔음을 느낀다.
취재·글_이나현 기자, 서선미 기자

인고(忍苦) 끝에 어여득수(漁如得水)

“‘법’이란 게 쉽지 않은 학문이잖아요. ‘비전공자’라는 난점도 있었으니 고생이 심했죠. 낙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감정이 ‘변호사가 되기만 하면…’ 이었어요. 조목조목 나열하지도 못하면서 그랬죠. 그만큼 ‘변호사’가 간절하다가 5회 차 시험에서야 합격했으니 얼마나 고프겠어요? ‘공익’, ‘인권’, ‘정의’, ‘질서’ 같은 것들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신나요.”

2019년부터 여러 방송의 패널로 출연해 온 허 변호사는 최근에도 연예가의 가족 간 ‘횡령 의혹’, 연인 간 ‘가스라이팅 논란’에 관한 자문에 응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또한 서울시 마을변호사를 위시해 몇몇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자문으로, 각종 기관에서 법 강의를 하는 강사로, 사무소 밖에서도 허 변호사의 역할은 많다.

“10년 가까운 고시원 생활에 하는 일도 ‘공부, 또 공부’였잖아요. 참 지지부진했던 것 같은데 열정이 축적되는 시간이었나 봐요. 우연히 하게 된 방송도 너무 재미있고 보람돼요. 살다 보면 법률 상식이 필요한데 그때마다 변호사를 만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방송의 힘은 동시에 다수에게 미치니까 분명 유익한 통로가 되죠. 법의 효용이 가장 좋을 때는 결국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니까요.”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대학생

허 변호사는 꿈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보다는 ‘뭘 좋아하는지’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사람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랬더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와 ‘책 읽고 배우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며 보람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판단이 섰고, 글이나 말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하여 선택지 안에 남은 것은 ‘기자’와 ‘변호사’였으나 보다 가까이에서, 섬세한 역할을 하고 싶었기에 마음은 변호사 쪽으로 기울었음을 그녀는 고백했다.

“기자가 글로 세상을 바꾼다면 변호사는 ‘결정적인 순간’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생각됐어요. 바꾸고 싶은 게 세상이었는지 대학시절엔 학보사를 통해 편집자 겸 기자의 경험을 쌓았지만요. 잠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연구하며 국방정보부와 외교부에 연구결과를 여러 번 공유하기도 했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의 일은 통일 과정에서 핵 과학자들의 후일(後日)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어 허 변호사는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해 전쟁용으로 보유하려는 세력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서, 북한의 붕괴나 한반도의 통일 이후 그들이 핵 과학자들을 핵무기 개발에 악용할 가능성을 전제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즉 유사시 핵과학자들을 평화적으로 활용할 방법의 마련이었다고. 안타깝게도 연구의 끝까지 가진 못 했지만 그 일은 북한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로 작용했음을 허 변호사는 믿는다.

“4차시 시험을 앞두고 변호사시험을 다시 준비하기 위해 돌아왔거든요. 끝을 보진 못 했지만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나 북한 아이들의 현실을 보다 자세히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핵 과학자의 자녀들은 향후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아이들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 관련 교육들을 찾아 들으며 여러 가지 지원활동에도 참가하는 중이에요.”

아동의 인권을 생각하다

살다 보면 인지되지 않던 마음이나 잊고 있던 감정들이 강렬하게 올라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부쩍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아동학대 사건은 온 국민이 공노하게 만든다. 북한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며 공부하고 지원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터라 허 변호사에게는 그러한 사건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듯하다.

“진작부터 아이들을 둘러싼 폭력과 학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마련한 시사회에 초대되어 갔는데 그때 본 영화가 ‘칠곡계모사건’을 다룬 ‘어린 의뢰인’이었거든요. 의붓딸을 학대해 죽인 엄마가 그 죄를 죽은 딸의 언니에게 뒤집어씌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그 영화를 계기로 아동문제에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연일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지고, 사람들은 매일 기사로 사건을 접하고는 안타까워하며 미안해한다. 사람들은 그 비극을 저지른 이와 같은 어른이라는 것으로, 그 비극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미안함에 대한 이유를 찾는다. 허 변호사 역시 그들 가운데 속해있기도 하거니와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가까이 접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만났던 변호사님에게 현장 경험을 전해 들은 적 있거든요. 우리가 기사를 통해 접하는 것은 극히 일부예요. 현장은 더 끔찍하고 잔인했죠. 듣기만 하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또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요? 그래서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아요.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필요할 때의 소용(所用)을 위해 허 변호사는 법교육 강사로, 아동학대 관련 교육 및 학교폭력 예방 교육자로 불철주야 뛰고 있다. 또한, 많은 이혼사건과 가사사건을 다루며 사회의 출발점이 가정이고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이 일생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부모님이 안 계시면 조부모님 아래서도 보호받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보호조치와 복지들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져요. 그래서 이 문제에 있어 ‘반드시 톡톡한 역할을 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점점 마음을 다지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버팀목’

좀처럼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관련 기사를 접하며 허 변호사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 로스쿨에 합격했던 순간, 비전공자로서 이미 법학 관련 공부를 경험하고 들어온 동기들 사이에서 그저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시간, 낙방을 거듭하며 꿈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절망했던 때의 마음상태를. 그럴 때면 한결같이 곁을 지켜줬던 자신의 가족들이 떠오르며 왠지 숙연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시험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힘들어하던 때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 있죠. ‘너무 늙어 힘이 없더라도 네가 힘들다면 지팡이를 짚고서 그 뒤에 서 있겠다’라고요. 그 한마디 말이 어찌나 파워풀한지요. 절벽에 위에 선 것처럼 무서웠는데, 항상 내 편이고 발 디딜 언덕인 가족이 늘 있었던 거잖아요. 늘 그랬던 사실에 새삼 안도했던 기억납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네 번째 시험에서 또다시 ‘쓴맛’을 봤다는 허 변호사는 “이제 버틸 힘이 없다”고 느낄 만큼 절망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끝내 통과하고 꿈을 향해 걷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도 고백했다. 이어 그렇듯 지난 시간을 떠올릴 때면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필요성,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얼핏’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초심 지키며 ‘변하지 않는 변호사’ 될 것

허 변호사는 5회 차 시험에서 합격해 지금의 자리에 있다. 그리고 이제야 ‘꿈’이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결국 가게 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긴 시간 지쳐가다 포기할 뻔도 했고, 핵 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은 꿈으로 여겼던 변호사가 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정의와 인권을 위한 삶이라는 데 애착이 가요. 변호사들을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변호사야말로 최일선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령, 얼마 전 삶은 계란을 훔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람이 있었어요. 죄와 형에 대한 선고에 문제가 없더라도 그처럼 안타까운 경우엔 그런 사정이 최대한 참작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그걸 할 수 있는 가진 사람이 결국 변호사인 것입니다.”

곧 변호사는 공익과 인권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밖에도 변호사들의 인권을 위한 움직임은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출생미신고아동’을 구제하기 위한 ‘출생통보제’ 도입 간담회를 개최한다든가, ‘미얀마군부쿠테타’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낸다든가, 심지어 ‘코로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법률가의 역할’을 강구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기획하는 등.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말이 있어요. 서울지방변호사회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글귀죠. 변호사가 되고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접하고는 벅찬 마음이 들었어요. ‘변호사가 되기만 하면…’ 했던 이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의뢰인들에게 잘하자’는 마음을 다졌던 것 같습니다.”

의뢰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었던 허 변호사는 원했던 상(像)이 그려지고 있음을 믿는다. 가사 사건부터 일반 민·형사, 기업 자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의뢰인들이 허 변호사에게 항상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으로 맺은 인연은 줄곧 다음과 그 다음으로 이어졌고, 심지어는 의뢰인의 지인, 상대편의 의뢰인으로 가지를 치기도 했다고 허 변호사는 말했다. 한번 사건을 맡겨본 의뢰인들은 다른 일이 생기면 반드시 허 변호사의 사무실을 다시 찾아준다. 변호사가 사건에 성심을 다하면 가장 먼저 의뢰인이 알아본다. 그래서 수시로 “이렇게만 가자”고 다짐하게 된다고 한다.

“소속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을 퇴사하면서 한 팀으로 일했던 직원들이 해 준 덕담도 ‘지금처럼만’이었거든요. 일면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한 게, 간절히 원해서 이뤘는데 힘들어지거나 일에 쫓기다 보면 첫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도 다반사잖아요. 서울지방변호사회 로비에서의 벅참, 첫 법정에서의 투지와 설렘을 부디 기억하며 지켜야 할 텐데요. 그래서 ‘변함없는’ 성장을 기대하며 오늘도 ‘초심’을 꼭 붙잡아 봅니다.”

막다른 길에 이르고 나서야 자신을 찾아왔을 의뢰인에게 ‘비빌 언덕’을 자처하며 살아갈 허 변호사의 마음과 그 삶이, 참 어여쁘고 귀하게 다가온다.

profile

(現) 변호사허주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前) 법률사무소 승인 대표변호사
(前) 법무법인 케이로 소속변호사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동북아정책연구센터 북핵연구팀 연구원(석사후연수)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회 부위원장
-서울특별시 마을변호사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국방부 검찰단 및 보통검찰부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
-서울대모초등학교 변호사 명예교사,교권보호위원회 외부전문가위원
-서울마포고등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생명존중위원회 외부전문가위원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위원
-한국법교육센터 법진로체험교육 강의​
-TV조선, KBS2, KTV, 채널A 등 방송 자문 및 패널 출연, 언론사 칼럼 기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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