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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5
정미숙 교수, 30여 년 연극 영화계에 점철된 열정으로 "사랑"의 푼크툼을 남기다
이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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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연극·영화계에 점철된 열정으로
생(生)에 ‘사랑’의 푼크툼을 남기다


정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연예전공 주임교수 | 가톨릭관동대학교 미디어예술대학 부학장


올해 KBS 공채 탤런트 모임 ‘한울타리’는 「2018 서울사회복지대회」 제19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봉사’부문 서울시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향해 따듯한 손길로 보듬으며 지난 6년간 묵묵히 봉사를 해온 데 수상의 배경이 있었다.

수상 소식에 이어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공채 탤런트 모임 한울타리는 극단을 창단하고 창립공연을 준비 중이다. 한울타리극단 창단공연으로 「내 친구 지화자」가 막을 올리게 된 것. 주인공은 정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연예전공 주임교수와 ‘한울타리극단’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주화 배우이다. 대학로 예술마당 혜화 소극장에서 10월 17일(수)부터 28일(금)까지 열리는 이 공연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고 투박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목을 끄는 건 2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정미숙 교수의 귀환(歸還)이다. KBS 공채 탤런트 15기 연기자이자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연예전공 주임교수인 그녀는 새로운 도전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공채 연기자 최초 영화학 박사로 30여 년간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융·복합 문화예술 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인물대상을 수상한 영예의 주인공. 정미숙 교수의 발자취를 위클리피플이 따라가 보았다. 취재_박주영 기자, 이선진 기자 / 글_이선진 기자

10월, 막을 올릴 연극 ‘내 친구 지화자’. 연습에 맹활약 중인 정미숙 교수와 이주화 배우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기뿐 아니라 기획부터 극장 섭외, 포스터, 디자인, 홍보까지 정 교수와 배우 이주화 대표가 주축이 되어 공연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모습에 젊음의 열기가 느껴진다.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아픔을 마음속에 숨기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투박한 두 여성의 애증의 관계를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으로 풀어갈 ‘내 친구 지화자’. 올 가을을 풍성하게 할 이 작품은 연극계의 신선한 바람이 될 것이다.

꿈을 향해 걸어온 길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연예학과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정미숙 교수는 주 연구 분야가 영화, 방송, 연극 및 연기이다.

“대학을 입학할 때는 감독이 되고 싶었습니다. 고1 때는 ‘테네스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을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어요. 고3이 되면서 연극영화과를 지망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배우와 감독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이고, 올 10월에는 23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학생들과 함께 도전하고 꿈꿀 수 있어서 늘 행복합니다.”
함께 주인공으로 오를 한울타리극단 이주화 대표로부터 무대에 서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도 처음엔 망설였다. 책보고 논문 쓰며 학문 탐구만 했던 2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점에 고민도 되었지만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이 대표의 열정은 그녀를 감동시켰고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신뢰가 컸기에 흔쾌히 ‘하자’는 결론에 달하게 되었다. 그렇게, 4월 말 전격 시작된 공연 준비와 연습은 횟수를 거듭하며 퍼즐을 완성해 가는 중이다.

“배우란 작가가 글로 창작한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소리와 행위로 표현하며 생명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죠. 때로는 연기를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강요할 때도 있습니다. 안 되면 다시 해보게끔 주문도 하지요. 제가 연극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학생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보다 생생한 정보와 직접적인 체험을 들려주고, ‘지금, 여기서 무대로 돌아가 보자’는 마음으로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배우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실기작업에서 어려워하는 점을 오래 전의 기억으로 실전 체험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 무대 위의 느낌과 경험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내 친구 지화자」에서 정 교수는 80대 치매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23년만의 외출이라 두려움도 있지만 창립공연의 목적이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인 만큼 뜻깊은 일이기에 설레는 마음도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열정을 보여주는 만큼 그도 새로운 도전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반복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연기 수업을 제대로 하면 작가와 연출을 넘어설 수 있다. 배우는 희곡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창조하고, 협업 작업을 하면서 종합예술 연극의 모든 요소를 이루는 과정을 통하여 연기뿐 아니라 희곡과 연기 및 무대의 모든 미학적 앙상블에 대한 능력을 익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제작과정을 경험하면서 희곡, 연출, 무대 미술, 디자인, 조명, 음향 등 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실수는 학습의 연장이니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만큼 연습하고, 관찰하고, 분석하고, 또 연습하라고 이야기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낌없는 조언이다.

이어서 그는 “나는 대사를 외운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반복적인 리딩 과정을 통해 먼저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활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심리적 정서뿐 아니라 외적인 자극으로도 유연하게 활용하며 대본의 분위기를 먼저 숙지해야 한다. 글을 이미지로 환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사를 숙지하고 마지막으로 움직임 들어가기 전 대본을 외워야 한다. 자연스럽게 내 대사뿐 아니라 상대방 대사까지 숙지될 수밖에 없다. 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이미지로 변화시켜서 읽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업처럼 연기뿐 아니라 연극과 영화가 종합예술인 만큼 교육과정에서 문학, 음악, 회화, 사진.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인간과 삶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연극도 영화도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창의융합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예술을 버무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사람 향기 품은 인문학적 소양까지 넓혀준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가 무르익자, 예술인의 삶을 살아왔을 그의 발자취가 궁금해진다.

“인생의 길목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특히 가난했던 대학 시절 학교 인근 자취방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가 고향인 삼총사 친구의 인연은 지금까지 소중하게 가꿔오며 풍요로운 인생을 나누고 있습니다. 친구를 존경하며 사는 것은 큰 복이라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스스로 겸손할 수 있는 ‘하심(下心)’.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성숙했던 삶의 태도를 친구에게서 배웠습니다.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갈 때는 84학번 동아리 친구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등록금을 보태주기도 했어요. 어쩌면 제가 받은 것이 너무도 많아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KBS 공채 15기 연기자로 발탁된 정 교수는 방송연기 활동, 리포터, 광고모델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나갔다. 대표작은 ‘옥이이모’, ‘폴리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드라마게임’ 등이다. 신인시절 미니시리즈와 주말극에 캐스팅되어 선배 주연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던 만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과 싸우며 자신감, 긴장감, 열등감이 교차하여 번민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다잡아줬던 건 바로 ‘엄마’였다.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쓰임새가 될 것입니다. 열등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장 폭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의 힘든 고비마다 늘 도움이 되었던 건 엄마의 힘이었습니다. 무한 긍정 마인드인 엄마. 절대적으로 저를 믿어주는 엄마. 내가 힘들 때마다 쉴 수 있도록 달려가게 해주었던 건 바로 엄마였습니다.”

정 교수는 인생에 정답은 결국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이라고. 열등감을 극복하게 해주었던 것도, 행동하는 삶을 일러주었던 것도 엄마의 ‘사랑’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생의 길목에서 또 한 명의 귀인을 만나게 된다. 국내 연극계의 큰 별이자 희곡작가 故 김흥우 교수이다. 그의 추천으로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 유학을 가게 된 것. 그곳에서 영화학과 석사 학위를 딴 후 영화학과, 방송, 영화 및 기타 영상예술 전공의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은 세계 최초의 영화대학으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입니다. 커리큘럼도 좋았습니다. 영화학과는 영화대학 내의 거의 모든 학과의 대표성 있는 전공 과목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편집 수업은 편집실에서 쓰다 남은 필름을 팀 별로 나누어주며 그 필름 속 영상을 활용하여 1분짜리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실기 교수님과 이론 교수님이 한 수업에 함께 들어와서 이론과 실기를 직접 관련시키며 우리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수업방식이 기억에 남고 좋았습니다. ‘피아노 음을 들려주며 어떤 영화 영상과 어울리겠는가’와 같은 주제의 수업도 참신했습니다. 영화가 종합예술인 만큼 영화사, 세계문학사, 러시아문학사, 세계사, 미술사, 철학, 미학 등의 수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 분야를 다양하게 배우고 각 전문 영역을 넘나들며 창의융합시스템 속에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물론, 언어 소통의 문제 등 유학시절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처절하게 외로워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외로움에 몸부림쳤던 시간들이 학문적 성장을 유도했고,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배우’란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를 내 몸과 소리로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철저히 나를 관찰하며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유학을 마치고 대학 강단에 서며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정 교수. 도움의 손길로 동국대, 강원대, 인하대, 중앙대 등 대학 강의를 폭넓게 할 수 있었고, 그 길 끝에 지금의 가톨릭관동대학교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의 신념은 공부든, 재능이든, 무언가 가지고 있는 게 있다면 최고의 목적지는 ‘선한 지향으로 사회나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관동대학교 총장님께서 추구하시는 가치관 역시 사회발전과 공공의 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하셨을 때 기뻤습니다. 늘 지역민과 소통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대학이 되자며 비전을 선포하셨는데요. 특히 ‘젊은 학생들이 꿈꿀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공공의 선을 지향하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꿈을 꾸십시오’라는 총장님의 말이 제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사랑’을 배우고 ‘사람’을 남기다
방송, 연극, 영화를 아우르며 이론과 실제에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정미숙 교수. 2016년에는 그가 집필한 「영화 속 인문학 여행」이 세종도서 우수 학술도서 예술부문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토대로 라디오 방송활동도 겸하고 있는 정 교수는 인문학적으로 우리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영화에 있기에, 이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책임감이 든다고 하였다. 그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분노조절이 어렵다. 20대 시절 공연이 다가올 때면 예민해졌던 나 역시도 영화를 공부하며 많은 부분 감정조절이 가능해졌다”라며 영화 속 인문학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감성과 치유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였다.

롤랑바르트는 어머니의 유년시절의 잊혀진 사진 한 장이 ‘푼크툼(그것은 사진의 내부에 있으면서 나를 찌르는 것으로 작가의 의도나 객관적인 느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 등에 비추어 내가 사진에 부여하는 주관성이다.)’을 유발시켰다고 한다. 결국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사람들에게 위안과 치유를 경험하게 하여 행복에 이르게 하는 ‘푼크툼’이 될 수 있기에, 작품을 매개로 서로 공감하고 아픔을 보듬어줌으로써 행복한 사회로 발돋움해 가는 데 의미가 있다.

인생의 길목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리고 영화를 공부하면서 그는 ‘사랑’을 배웠다고 한다. 사람과 영화, 방송, 연극이 ‘사랑’이라는 덩어리로 그녀 인생에 ‘푼크툼’을 유발해낸 것이다. 연극·영화가 21세기에 스펙트럼으로 펼쳐질 색채가 다채롭기에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는 정 교수. 그녀의 인생이란 결정체에 ‘사람’이 남았듯,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가는 연극·영화가 우리 국민에게 위로와 치유를 넘어 사랑과 희망의 ‘푼크툼’이 되기를 바래본다.

profile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연극영화학과(학사)
러시아 국립영화대학 영화학과(석사)
러시아 국립영화대학 영화학과, 방송, 영화 및 기타 영상예술 전공(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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