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연 라포즈발레아카데미 원장, 행복한 무용을 향유하는 ‘라포즈발레아카데미’

사진=최서연 라포즈발레아카데미 원장

발레에 깃든 아름다운 정신
행복한 무용을 향유하는 ‘라포즈발레아카데미’

최서연 라포즈발레아카데미 원장

프랑스어 ‘La Pose’는 “몸가짐이나 일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발레의 시작과 끝은 아름다운 포즈에서 기반한다는 뜻이다. 과연 시작과 끝뿐일까. 처음부터 마지막에 다다르기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경을 선물하기 위해 발레리나는 엄청난 힘을 유지해야 한다. 단지 그가 온 몸에 굉장히 힘을 들이며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그러므로 ‘La Pose’는 아름다움을 지탱하는 노력이나 애씀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최서연 원장이 이끄는 라포즈발레아카데미가 지향하는 바 역시 그렇다. 세계 최고 발레 교육기관인 러시아의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Ballet Method)’를 바탕으로 정통 발레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자부가 느껴진다. 동시에, 오직 발레리나 양성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한 번 더 마음을 이끈다. 수준 높고 특별한 발레교육을 유아부터 성인들을 위한 취미반부터 전공자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까지 다채롭게 제공하는 발레 아카데미에 발을 들여보았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윤혜은 기자

당신의 발레를 향한 마음이 나와 같기를

최서연 원장이 이끄는 라포즈발레아카데미는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세종대 무용과를 졸업한 어머니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딸이 꿈의 나래를 펼친 공간이랄까. 어머니이자 선배 무용수가 쏟은 땀과 노력에 최 원장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어느새 동작구에서 가장 수준 높은 발레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아카데미로 자리잡았다.

“저희 아카데미는 가능한 한 모든 연령대의 수강생이 발레를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수업은 초등반, 유아반, 성인반, 전공반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취미반의 수요가 늘어 확대를 했는데요. 발레 전공을 염두에 둔 아이를 키워나가는 심화단계 반도 꾸준히 채워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기 인원이 확보돼 되어 있지 않으면, 처음부터 과정을 세분화하기란 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최 원장은 모객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교육방식을 아카데미에 적용시켰다. 단지 수업의 바운더리만 넓혀둔 것이 아니다. 수강생 개인의 진도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단계별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발레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이해도 따라와야 한다.

“아이든 성인이든 똑같은 것만 반복해서 배우면 금방 흥미를 잃게 돼요. 지루하고 딜레마에 빠지게 돼죠. 저희 아카데미에는 처음 시작하는 단계의 아이들 인원이 가장 많은데요. 저학년일수록 그 인원이 가장 많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원이 줄어들게 돼요. 저희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진급을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고학년이 되어서는 발레경력이 쌓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롯이 취미로만 접근한 아이는 보통 5학년 정도면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3~4학년 즈음 오디션을 통해 가능성이 도드라지거나 본인에게도 발레를 지속할 열정과 의지가 있다는 아이들은 선별해서 예비전공반으로 진급을 시켜 발레의 열정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요. 발레수업을 수강하는 목적이 다 다르기에 수강생의 수강 목적 및 진도에 따른 단계별 커리큘럼에 심혈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성인분들은 더욱이 발레를 처음 접한, 기초 수준의 회원들이 많죠. 1레벨, 1.5레벨, 2레벨 등으로 세분화해서 단계를 올려드리고 있어요. 사실 발레가 쉽지 않은 무용이고, 고난이도 동작이 많다 보니까 유연성이 부족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어서 보다 섬세하게 난도를 조절하고 있어요.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진급할 경우엔 오히려 기본기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기본기와 동작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체득되었다고 느껴지면 담당 선생님과 제가 모니터링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레벨을 올려드리고 있어요.”

원장이 어떤 기조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학원의 방향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최 원장의 말에서 라포즈발레아카데미는 수강생들로 하여금 발레에 대한 재미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우위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상을 향한 진심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기 때문에, 무리한 듯 구축한 처음의 커리큘럼도 결국 자연스레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갈 수 있었으리라.

춤을 추면 긍정에 가까워질 거야

발레는 이 자리에 있는 줄도 몰랐던, 내 몸의 온 근육을 새롭게 발견하고 활용해야 하는 무용이다.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은 특정 자세만으로 생활하느라 몸이 굳어진 직장인과 함께 하는 수업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레를 통해 경험하는 새로운 동작이나 체형의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때의 뿌듯함이 크죠. 직장인 분들은 앉아서 일을 많이 하시니까 평소 어깨의 긴장도 높고 움직일 때마다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는 편이에요. 승모근이 많이 솟아 있거나 어깨의 회전근이 자유롭지 못하죠. 마치 누가 짓누르는 거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발레로 자세를 곧게 유지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경직돼 있던 근육이 점점 풀어지게 되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 오죠. 묵직한 증상이 완화되거나 두통이 사라져서 잠을 잘 자게 되었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육안으로는 목선이 길어졌다는 말을 듣는다며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요즘은 스마트폰을 달고 사느라 어깨가 굽어져 있기도 하고, 자세가 올바르지 못한 아이들이 많죠. 또, 직장인 못지 않게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 집중력이 부족해서 몸을 비트느라 척추측만증을 갖게 되는 경우도 늘었고요. 발레가 아이들의 생활을 바꿀 수는 없어도, 그로 인한 체형의 흐트러짐을 예방할 순 있겠죠. 바른 자세에 대한 인지가 곧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부모님들은 그런 부분에서도 만족도를 크게 느끼시죠.”

최 원장은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발레를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발레는 이른바 ‘바른 자세 스트레칭’이 가미된 운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점프와 같은 상하로 뛰는 동작이 많아서 잔근육들을 자극하며 뼈를 길게 형성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단다. 무엇보다 발레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그녀가 강조하는 바다.

“정확한 움직임과 자세를 연습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아이들의 일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합니다. 아직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거나 언어화하지 못하는 아이들로서는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경험하는 귀한 통로가 될 수 있죠.”

다양한 발레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감수성을 높이는 성과도 물론 따라 오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먼저 충족시켜주고 싶은지에 대한 최 원장의 마음을 느껴진다.

중요한 건 발레와 행복한 삶을 사는 것

라포즈발레아카데미는 올해로 개원 6년 차가 되었다. 최 원장은 이제 막 전공반에 진입한 아이들이 생겨서 첫 제자를 키워가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잠깐 곱씹는 것만으로도 흐뭇한지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최 원장 자신이 느끼는 뿌듯함과 보람은 ‘아이들이 노력해서 성취해가는 모습’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이 이뤄낸 것인데 선생님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줄 때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늘 몸에 배어 있는 아이들이죠.” 최 원장이 아이들의 마음을 유독 잘 헤아리고 공감하는 데에는 어린 시절, 누구보다 열렬히 입시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실 저는 발레가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하긴 했지만 재능이 엄청 뛰어난 아이는 아니었어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오는 아이였죠. 타고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노력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보니, 지금 아이들이 애쓰는 게 더 잘 보이고, 조금만 더 도와주면 될 것 같은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미래에 보다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저도 계속해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부학 공부도 하고 있어요.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발레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분석적으로 접근해보는 거죠. 성인이 되어서도 발레를 오래 향유하며 발레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요.”

이런 애정은 최 원장뿐만이 아니다. 라포즈발레아카데미의 수업 현장은 언제나 다정한 기운으로 뜨겁다. 쉽지 않은 커리큘럼을 소화하면서도 아이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보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아끼고 싶어 하지 않은 눈빛이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수업이지만 늘 설레고 행복해요. 아이들 덕분에 지도자 상과 발레학원협회에서 공로상까지 받았으니 저도 허투루 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해외로 진출도 하고, 자기가 속한 그룹 내에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무용수로 길러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저의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한편으론, 무용학 전공자의 진로가 다양하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처럼 강사나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겠죠. 최근에는 아나운서나 무대 감독 등 방송과 공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플레이어로서 무대 위에 서게 되든, 무대 밖에서 무용을 활용하게 되든 자기자신을 제대로 인지하고 배운 것에 대한 기획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매일 적립하는 ‘La Pose’

외향적이지만 섬세하고 여린 내면이 있던 아이는 발레를 할 때만큼은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 같아 발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은 어린이에서 최서연 원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미래는 분명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우리가 되어 있을 거란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better than yesterday’예요. 늘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런 매일이 쌓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아닐까요?”

인터뷰 내내 아낌없이 밝은 기운을 전해주었던 최 원장은 앞으로의 라포즈발레아카데미가 누구에게나 믿음직스러운 발레학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발레를 하면 그녀처럼 해사해질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오후였다. 미래의 라포즈발레아카데미가 취하고 있을 포즈에도 눈부신 햇살이 가득하기를 함께 바라면서. 사진제공_라포즈발레아카데미

profile

학력
선화예술학교 졸
숙명여자대학교 무용과(발레) 졸
동 대학원 무용과(발레)석사 졸

이력
바가노바 메소드 1~6학년과정 수료(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시행)
Korea Professional Pilates Teacher Trainning Level 2 MAT 수료(KPT Master)
PROGRESSING BALLET TECHNIQUE(PBT) LEVEL 1 수료
PROGRESSING BALLET TECHNIQUE(PBT) LEVEL 2 수료
BODYCODE 1ST LEVEL OF MASTER STRETCH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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