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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이종덕 석좌교수,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역사를 말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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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걸어온 예술행정 외길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역사를 말하다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


일평생을 한 분야에 파고들어 분야의 발전을 이뤄낸 사람을 우리는 거장(巨匠) 혹은 거목(巨木)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예술행정’이라는 개념이 있기 전,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이가 있다. 바로 ‘예술행정의 대가’라 불리는 이종덕 교수이다. 그의 삶은 ‘예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끝난다’고 할 만큼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역사와 함께 해온 산증인이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교수는 국내 문화행정가 1세대로, 1963년부터 약 20년 동안 문화공보부 공연예술 행정가로 공직 활동을 해왔고, 이어 88예술단, 재단법인 서울예술단,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센터 등 국내 주요 문화공간의 수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원장을 지낸 뒤, 석좌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주목하며 지금까지도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그 누구보다 예술을 뜨겁게 사랑해온 이종덕 교수의 삶을 조명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박주영 기자

무대 뒤에서 이룬 삶, 예술행정 외길
위클리피플 취재진은 이 교수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단국대학교를 찾았다. 이 교수는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위한 강의 준비와 연구 등에 매진하고 있다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올해 나이가 무색해질 만큼 정정한 그의 모습에 놀라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이 교수는 1963년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 전신인 문화공보부에서 공연담당 공무원을 시작으로 공연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서울예술단 이사장 등을 지낸 그는 1995년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센터 등 국내 유수의 공연장을 운영하는 자리에 올라, 남다른 예술행정과 경영으로 한국 공연계의 발전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특히 1964년부터 청와대 영빈관에 외국 국빈을 모시고 약 30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전통예술을 선보였다. 영광스러우면서도 국가 원수를 모시는 행사이기 때문에 초비상의 마음을 갖고 긴장되는 속에서 3명의 직원과 일사천리(一瀉千里)하게 움직여, 성황리에 종료했다. 그 당시 영빈관에 방문한 귀빈은 前)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카터 그 밖에도 독일의 뤼브케 대통령, 호주의 홀트 수상, 태국의 타놈 수상, 가봉의 봉고 대통령,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등의 귀빈이 공연에 참관했다. 이뿐만 아니라 1972년도 뮌헨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참여계기로, 한국민속예술단 50명을 구성하여 4개월 동안 24개국 순회공연을 실시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을 시작으로 진행된 순회공연은 동남아 7개국을 끝으로 종료되었다. 동남아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특별하게 진행됐다. 예술단은 공연 전 그 나라의 민요를 밤을 새워 준비했고, 공연 마지막 순서에 민요를 부름으로써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뜻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50명의 예술단원은 동남아 순회공연을 통해 외교사절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으며, 국가에서는 ‘국위선양(國威宣揚)’의 뜻을 담아 전 단원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이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의 화제가 되어 현재까지 대한민국 역사이래 문화예술계의 가장 영광스러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했던 정명훈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청 앞 광장까지 벌였던 금의환향 카퍼레이드, 2002년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약하고 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첫 내한공연 등이 이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체육인들이 외국에 나가 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때 ‘국위선양’이라는 말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였을 정도로, 그 당시에는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체육인들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메달을 따기만 하면 국내에서도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신문과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뉴스를 내보냈어요. 저는 그것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예술인들도 세계 무대에 나가 한국을 알리는데 큰 공헌을 세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체육인만큼 대접을 해주지 않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당시 저는 문화공보부 문화과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국가 행사 때의 공연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 러시아 모스크바로부터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으로 입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인들이 경합을 벌이는 대단히 큰 무대입니다. 이러한 세계 무대에서 쟁쟁한 실력을 가진 서양의 음악가들을 모두 제치고 한국에서 온 피아니스트가 세계 최고의 음악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소식에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이에 곧바로 국장실로 달려가 김포공항에서부터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러한 이벤트는 곧 현실이 되었죠. 그날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청 앞 광장까지의 카퍼레이드는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지금도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예술행정’이니 ‘예술경영’이니 하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부터 공직 생활을 해온 이 교수는, 예술 행정은 예술가들이 보다 편리하게 예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무대 뒤에서 짧지 않은 세월을 예술과 더불어 살아왔다. 이에 자신의 삶은 곧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그는 예술행정가로서의 삶을 화가의 작품과 비유했다.

“화가는 작품을 시작할 때 밑그림부터 그립니다. 밑그림이 잘 돼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밑그림이야말로 절반의 완성입니다. 그러나 그림이 완성되고 나면 밑그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림 속으로 소멸되어버리는 것이죠. 저는 언젠가부터 예술 행정과 예술 경영을 내 인생의 밑그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예술은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예술을 꽃피운 예술가는 화려한 만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요. 그 만찬이 이루어질 때까지 뒤에서 땀을 흘리며 준비를 한 예술 기획자의 노고가 있지만 눈부신 성공과 화려한 축복 뒤로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곧 이들의 역할이지요. 한편의 작품을 위해 그 바탕이 되었던 밑그림이 사라지는 ‘아름다운 소멸’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온몸으로 떠받쳐 다른 어떤 것을 빛내주는 헌신적인 모습이 제가 생각한 예술행정가로서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과 봉사, 두 개의 레일
이 교수는 세종문화회관 재직 시 광화문을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이끌기 위해 ‘낭만파클럽’을 만들었는데, 낭만파클럽의 20가지 원칙이 인상적이다. ‘차라리 내가 손해를 본다, 따지지 않는다, 절대로 남의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시대에 아름다운 울림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도 낭만파클럽의 원칙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는 이 교수는, ‘나눔과 봉사’, ‘문화예술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트랙에 주목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1974년부터 나환자 정착촌인 ‘성 라자로 마을’ 돕기 활동과 회장직을 두 번씩이나 맡으면서 소외된 이웃에 따듯한 손길을 내밀었으며, 봉사단체인 국제예장로타리를 창설하는가 하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에서 후원회를 결성하고, 본인이 직접 가입함으로써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제 인생의 물줄기는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무대 예술을 중심으로 한 예술행정의 길이고, 또 하나는 신앙을 토대로 한 봉사활동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마치 두 개의 기차 레일이 깔린 길을 저는 ‘인생’이라는 전동차를 타고 운전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 역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다시 힘을 내어 달리기도 하면서, 곳곳에 나타나는 위험과 유혹을 물리쳐가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인연
이처럼 무대 뒤에서 오로지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워온 이종덕 교수는 그가 걸어온 50여 년의 공직 세월 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공연예술계 요직을 거쳤다. 이는 예술행정의 전문성과 남다른 열정으로 한결같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를 주변에서 지켜봐온 사람들을 이 교수를 ‘오직 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 ‘뚝심이 강한 문화 행정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의 소유자’라 칭하며, 한번 이어진 그와의 인연이 계속해서 끈끈하게 이어져나가고 있다. 그 일례로, 2002년 6월 28일 임기 만료로 세종문화회관 사장직에서 물러나며, 다년간의 공직 생활을 정리했을 때, 이 교수는 한동안 공허감에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얼마 후 이 교수는 2003년부터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이 개설되는데, 거기에서 주임교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이 교수는 그 제안을 수락하며, 예술행정에 대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후학 양성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 발전을 위한 행보를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공직에 있으면서 경험한 예술행정의 실무경험과 노하우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강단에 설 수 있을까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후학을 양성하는 길이 문화예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오랜 고민 끝에 주임교수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죠. 그러면서도 동시에 ‘누가 나를 추천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저를 추천한 사람은 당시 예술의 전당의 이세웅 이사장이었고, 그는 단국대학교 장충식 이사장이 문화예술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적임자로 저를 소개해줬다고 합니다. 오래전 문화예술진흥원 기획이사로 있을 때 ‘평화의 댐 건설지원 범국민추진위원회’ 실무 사무총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장충식 단국대학교 총장도 부위원장으로 위촉되어 인연으로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인연이 지금 제가 ‘후학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강단에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한결같은 행보, 나눔과 봉사라는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번 맺은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가고 있는 이 교수는, 그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후배를 더 많이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가 다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만큼 문화예술계에서는 그를 때때로 ‘호랑이’라고 부른다. 이는 누구보다도 예술을 뜨겁게 사랑해온 열정과 뚝심이 그를 강인한 호랑이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위클리피플 취재진은 이 교수와의 대화 속에서 그와 함께 해온 문화예술의 역사를 짧은 시간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일평생 무대 뒤에서 예술행정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이종덕 교수. 그의 바람처럼 앞으로도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이끌어줄 유능한 예술행정가들이 더욱 많이 나오길, <위클리피플>이 응원해본다.

profile

1963.5~1975.4 - 문화공보부 문화선전국 문화과, 예술과, 공연과
1975.5~1980.12 - 문화공보부 보도담당관, 공연과장, 보도과장
1981.1~1981.10 – 문화공보부 종무국 종무담당관(부이사관)
1981.11~1983.2 – 문화공보부 정책연구관(국장급)
1983.3~1987.8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기획이사
1989.3~1993.12 – 88서울예술단 단장(한국방송광고공사 소속)
1994.1~1995.3 - (재)서울예술단 이사장
1995.3~1998.4 - (재)예술의전당 사장
1995~1998 -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창설 및 초대 회장 / 아시아 태평양 아트센터 연합회 창설 및 2대 회장
1998.5~1999.3 - (사)한국공연예술단 이사
1999.7~2002.6 - (재)세종문화회관 사장
2002. 10 ~ 현재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

<상훈>
1967.6.28. – 공로 표창(정일권 국무총리)
1969.7.25. – 공로 표창(문화공보부 장관)
1971.9.11. – 공로 표창(김종필 국무총리)
1972.7.1. – 공로 표창(문화공보부 장관)
1973.4.3. – 근정포장(박정희 대통령)
1978.12.30. - 공로 표창(문화공보부 장관)
1979.4.22. officer de lorder Merite(세네갈 정부 표창)
1980.1.5. - 공로 표창(최규하 대통령)
1981.4.2. - 보국훈장 삼일장(전두환 대통령)
1988.8 – 국민훈장 목련장(노태우 대통령)
1989.12.15. - 국무총리 표창(노재봉 국무총리)
1994.8.2. - 옥관문화훈장(김영삼 대통령)
2000.5.20. - 루마니아 문화상(루마니아 콘스탄차 주정부 표창)
2000.12.11. - 제14회 예총예술문화상 수상(특별공로상)
2001.3.10. - 제1회 DANCERS’ AWARD 수상 (사)현대무용진흥회
2003.1.21. - 연세를 빛낸 동문상 수여(연대동문회 회장 이병무)
2009. - 보관문화 훈장(이명박 대통령)
2012 - 자랑스런 연세인상 수여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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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계를 빛내는
100인의 교수l More ++

위클리피플은 교육강국·인재육성을
위해 교육일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교육 지도자를 응원합니다.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
 안현정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장윤석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문동언 가톨릭대학교 마취통증의학
  명예교수
 한호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교수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학장
 지해석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이신우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
 김종락 서강대학교 수학과 교수
 양인목 성신여대 청정 융합 에너지공   학과 교수
 윤용진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김원규 한남대학교 법무법학 교수
 김평만 가톨릭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학부장
 윤양택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전병관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
 홍정기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 교수
 최성희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홍철기 서강대 스타트업전공 교수
 최기일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정미숙 가톨릭관동대 방송연예과 교수
 전권천 세종대 항공시스템공학과 교수
 강경선 성신여대 음악치료학과 교수
 전한용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이성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과 교수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음악작   곡과 교수
 이지연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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