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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7
김평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전인적 옴니버스 교육과정으로 ‘좋은 의사’를 양성하다
장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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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적 옴니버스 교육과정으로 ‘좋은 의사’를 양성하다

김평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의사가 지녀야 할 덕목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의료적 소양을 갖추는 것은 물론, 환자의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치유는 그 본래 의미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보다는 생의학적인 관점에 편중된 치료법에만 몰두한 결과, 의사는 그저 인간의 질병만을 다스리는 기계적 존재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인문사회학과 의학을 결합시킨 간학제적 접근을 통해, 전인적 의료를 구현할 ‘좋은 의사’를 양성시키고자 노력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김평만 교수의 교육철학에 주목해 보았다.

취재/글_장덕진 기자 news@weeklypeople.net (제보)

● 인문사회의학의 중요성
인문사회의학이라는 명칭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 의학은 크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만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의학 교육에 인문사회학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인문사회의학은 기존의 의학과 더불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인문사회의학이란 의학과 인문사회학의 만남 혹은 결합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인문사회의학의 등장 배경은 무엇일까.

“의료가 생의학의 영역에만 편중되다 보니 의료의 본래 목적인 전인적 치유를 등한시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정신적·사회적 차원에서의 질병과 치유에 대한 접근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까지 품을 수 있는 전인적 치유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의료와 타 학문 간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현대의학은 의료영역에만 국한하여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철학, 역사, 사회, 윤리, 법, 정책, 경영,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고 인간을 위한 치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적 소양만을 갖춘 의사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소통능력이 뒷받침된 좋은 의사 양성이 절실한 시대라고 목소리를 냈다.

“가톨릭에서는 생명의 봉사자로서 의료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환자를 위해 기꺼이 봉사할 수 있으려면, 의사 스스로 자신의 소명의식을 갖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류애를 근간으로 전인적 치유의 이로움을 교육을 통해 전하고 있는 그의 소명의식은 ‘좋은 의사’를 꿈꾸는 의학도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했다.

●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옴니버스 교육과정
김 교수는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해 가톨릭 의과대학이 표방하고 있는 교육 목표는 ‘소명 있는 의사’, ‘역량 있는 의사’, ‘리더십 있는 의사’라고 말한다. 이에 그를 필두로 각 전문분야의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어, 학생들이 이 세 가지 역량을 모두 습득할 수 있도록 간학제 모델인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성과를 일구어냈다.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장점 중 하나는 소수의 교수진이나 교육 공학자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40여 명의 다양한 분야별 교수님들이 교육개발위원회에 참여하여 약 3년간의 체계적인 연구와 회의를 거쳐 개발한 간학제적 모델이란 점입니다. 인문사회의학은 의료와 인문학의 결합이기 때문에 임상의사 혹은 인문학자만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교수님들이 함께 코-워크를 통해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옴니버스 교육과정으로 명명된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은 4개 학년에 걸쳐 총 13개의 단위 과정으로 구성되고, 11주(300시간)에 걸쳐 실시된다. 1, 2학년 때는 인간과 의료에 대한 전인적 이해 및 공감능력과 태도를 배양하는 것에, 3, 4학년 때는 가톨릭 의료인이 갖추어야 할 의사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양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 주의 교육과정은 대개 20시간의 강의와 5시간의 학생참여활동(activity)이 어우러지는 블록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학생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기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학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학생들이 교육과정의 목표를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의학적인 방식으로만 의료를 이해해왔던 학생들에게 의학, 철학, 역사, 사회, 문학, 예술 등의 간학제적 교육은 그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임상과의 조우를 위해 강의실에서 환자들과의 만남을 하면서 인문학적 시선으로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글쓰기 강화 교육을 하고 있고,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대안으로써 Debate, 발표 및 토의, 역할극, 체험실습 등의 다양한 교수법을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전원 1학년생들의 Debate 수업


Debate는 중요성이 부각되는 사회적 문제나 의료 문제 등 특별한 주제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사람이 타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방법이다.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능동적으로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훗날 사회 구성원들을 이끌고 환자들을 품어야 하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인문사회의학의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최고의 교육 중 하나로 현장체험실습을 꼽았다.

“옴니버스 교육과정 중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주간 가평과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에서 사회체험봉사실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관의 개념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학습을 지향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질병이나 가난,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 봉사하며 공감과 배려, 전인적 시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모든 부분이 그러하듯, 위원회 교수님들도 실습에 동참하여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최상의 교육프로그램인 만큼,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선 분명 어려움도 따랐다. 학과가 설립된 지 올해로 10주년, 김 교수는 학과의 책임자로서 교육 개발과 교육을 수행한 지 만 7년이 되었다. 아침 7시에 진행되는 회의에서 그를 비롯한 위원회의 교수들은 한 자리에 모여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학과의 발전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준비하여 누구보다 먼저 회의 장소에 도착하는 성실함을 보이고 있다.


인문사회의학과 교수진과 함께


“교육개발 초창기에 교수님들이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겨울에는 별을 보고 출근할 때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학제적 교육과정이 의미 있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쏟아내 주셨기에 지금의 인문사회의학과가 있는 것이며, 옴니버스 교육과정이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학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여러 교수들의 혼이 담긴 교육개발과정의 노고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학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은 사막의 오아시스라며 교육과정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전인적 교육의 장을 열어주고 있는 그의 거룩한 사명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교육을 통해 영성을 구현하다
김 교수는 자신은 그저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겸손함의 미덕을 보이지만, 그의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학생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그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사제로서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삶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김 교수는 가톨릭에서의 영성 구현과 학과의 전인적 교육이 동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여 더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제의 꿈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영국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크로닌 박사의 『천국의 열쇠』라는 책을 읽고 제 마음은 환희로 벅차올랐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치셤 신부님이 낯선 이방의 땅 중국에서 환자와 소외된 자들을 돌보고 그들을 참된 행복으로 이끄는 훌륭한 목자로서의 길을 걷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설의 주인공인 치셤 신부처럼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성직자로서의 삶을 걷고 있는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전인적 교육을 행할 수 있는 데에는,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사제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사제를 길러내는 신학교에서 예비 사제들을 교육하는 일에 뜻이 있었지만, 의료분야의 소명을 부여받으며 학생들이 아픔을 겪는 환자와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의전원 2학년 사회체험실습(음성 꽃동네)


“사제로서 제가 품어온 신념은 이 세상에 작은 불빛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길, 의사의 길을 비롯하여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께서는 우리에게 고유한 소명을 주셨습니다. 그 소명의 길을 찾아갈 수 있으려면 불빛이 필요합니다. 저는 믿음과 소망, 사랑을 불러일으켜 어두운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문사회의학 분야의 철학과 교육의 틀을 세웠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교육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교수들과 협력하여 콘텐츠 개발 및 창의적인 교육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간학제적 접근을 통한 전인적 교육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요청을 새겨듣고,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끌어당겼던 그의 리더십 때문이 아닐까. 김평만 교수의 이야기로부터 소명의식과 교육철학이 널리 퍼져 의학계의 긍정적 변화와 진일보를 가져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rofile.
김평만 신부는 일반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다시 신학교에 입학하여 서울교구 사제가 되었다. 사제 서품 이후 이탈리아에 유학하여 로마 그레고리안대학에서 영성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성모병원 관리부장, 가톨릭의과대학 교목실장을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겸 가톨릭 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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