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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연기를 향한 외길 인생, ‘진짜’ 배우 이순재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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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고민과 사유(思惟),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길
연기를 향한 외길 인생, ‘진짜’ 배우 이순재


(리뷰)“단순히 대사를 암기하고 말로 익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릇 연기란 한 인물의 생을 담아내는 것이기에, 그 진통을 이겨내고 깊이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의 소신이 녹아있는 삶은 아름답다. 배우로서 연기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배우 이순재 씨야 말로 연기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파’이다. 매번 다른 손짓과 눈빛으로, 그리고 다양한 발걸음과 표정으로 아직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그.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그의 길고 긴 여정을 들어 보았다.

● 누군가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열정만 있다면
이순재 씨는 자신이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던 때를 떠올리며 연기자라면 겪어야만 했던 사회적 인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연기자는 예술가 범주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권유하던 직종도 아니었다. 편협한 시선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라며 열악했던 환경과 시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에도 꽃은 피는 법. 세계 각국의 명화를 접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예술이다"라고 감탄하고 이 일을 하지 않고서는 못 버티겠다며 스스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딴따라’라는 칭호까지 얻으면서도 그는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영국 런던에서는 배우와 무대 연출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우리나라에서 당장은 연기자의 명성이 높지 않지만, 대중성을 점차 확보해 나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점에 배우 이순재 씨가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기로 처음 마음먹었을 때, 대학교는 최상위인데 미래에 대한 선택은 최하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더라도 내가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 예리한 눈으로 분석하고 파헤쳐라, 그러면 보인다
그는 작품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열정을 학구열처럼 불태우는 편이다. 하나의 인물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인물에 대한 이해도에 확신이 들 때까지 공부를 한다.

작가가 의도한 바, 작품의 시대적 배경 등 내적인 요소를 비롯하여 자신이 맡은 역할의 직업, 나이, 교육적 수준 등 외형적인 것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역할을 맡았던 그는 단편적인 모습으로 영조를 풀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여 연출자와 길고 긴 상의 끝에 왕의 소양을 갖춘 모습과 더불어 인간적인 모습까지 복합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인물의 행동과 말투를 연기할 때, 단순히 극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과 말투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인물의 입장에서 그 배경지식을 한 번 더 숙고한 것이다. 이어 그는 "역할을 맡게 될 때에 이런 식의 분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으로 극복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연습을 통해 그 경지로 도달하면 되는 것이다.

분석과 이해, 판단과 훈련을 통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연기자의 기본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또한 한류의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후배 연기자들, 그리고 연기자를 지망하는 청년들에게 연기자야말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종이라며 다른 것보다 기초를 탄탄히 할 것을 조언했다.




배우의 개성이란 새로이 창조되는 것이지, 기존에 있는 것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나의 도화지는 하얗다. 그 어디에도 물들지 않았다. 연기의 시작은 이런 원칙으로 철저한 사실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 극을 해석하는 눈은 모두 다르다
현재 이순재 씨는 배우 신구, 나문희, 성병숙 등과 함께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 일상을 담아낸 연극 <황금연못>을 공연 중이다. 그는 "나의 시작이 연극이었기 때문에 연극의 가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한다.

TV극 혹은 영화와 달리 연극을 계획하는 것은 나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라며 연극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이어 20대 읽었던 작품이 30대가 되어 읽었을 때 해석이 다르듯이, <황금연못>이 자신의 나이에서 그만의 정서로 가장 깊이 있게 표현해 낼 수 있는 극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황금연못>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배우 신구 씨와 이순재 씨가 같은 역할을 맡으면서도 각각의 연기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 극을 분석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공연을 모두 접하고 각 배우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발견하는 것 또한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언제나 봄이 올까 기다리던 마음을. 그 누가 알아주랴 지나간 그 세월. 젊음을 불태워 살아온 날들.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이 너무도 많은 외길로 온 길. 그 세월 속에 빛나던 꿈.”
가수 이복구 씨의 ‘외길 인생’ 노래의 가사를 보면 문득 배우 이순재 씨의 연기를 향했던 외길이 겹쳐 보인다. 그의 청춘과 젊은 날의 열정을 모두 바쳤던 연기 인생. 고단함과 무료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는 지금까지 달려왔다. 달이 바뀌고 햇수가 늘어가도 그에게 연기의 의미는 한결같을 것이다. 우리에게 배우 이순재가, 한결같듯이 말이다.

연기 생활에 있어 예술적 성취는 고민을 하는 데에 고통을 알고 번뇌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감내할 수 있을 때 다가온다. 체면에 맛 들리면 예술적 성취와 거리가 한 없이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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