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이성직 교수, 아동과 성인 ADHD에 주목하다

전문성과 진정성을 겸비한 인지행동치료 전문가,
아동과 성인 ADHD에 주목하다

이성직 한울심리상담센터 자문교수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국내 발병률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ADHD 환자는 약 12%나 증가했다. 2013년을 기준 ADHD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58,121명이고, 이들 가운데 69.5%인 38,307명이 10대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학령기 아동의 6~12%, 국내외 외래 아동 환자 중 50%가 ADHD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및 충동성을 주 증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소아정신질환으로, 아동 ADHD 환자는 전체 인구에 6~12% 비율로 추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성인에게도 ADHD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비율은 약 2~4%로 추정되며, 아동 환자의 비율로 볼 때 그리 적지 않은 수이며, 계속해서 환자의 수 또한 많아지고 있다. 성인 ADHD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업무처리가 어렵고, 간단한 업무처리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며, 자리를 자주 비우고, 쉽게 화를 내는 행동 양상을 보인다. 이성직 한울심리상담센터 자문교수는 성인 ADHD 환자를 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인지행동치료의 다양한 기술 적용과 교육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ADHD와 마주하다
ADHD의 확진이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인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과 같은 행동을 보일 때, 2개 장소 이상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과잉행동을 보이다가 가정으로만 돌아오면 차분해지는 것은 ADHD로 보기 어렵다. 또한 ADHD는 대표적인 아동·청소년의 신경발달장애로, 12세 이전(DSM-5, 미국 연령기준)에 위와 같은 증상을 보여야 한다. 덧붙여 관련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고, 주변의 가족이나 교사들의 관찰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ADHD 장애가 다른 장애들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감별진단의 어려움이다. ADHD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신경화학적인 요인, 신경해부학적인 요인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의 상호작용의 ‘복합적인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때는 ADHD 장애를 아동·청소년들에게만 보이는 발달장애라 보았습니다. 최근 들어 ADHD가 성인에게서도 보이는 전(全)생애적인 장애로 보고 있습니다. ADHD는 아동의 성장 발달 단계마다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잉행동과 충동성 문제로 어려서부터 또래아이들과 심각한 갈등과 집단 따돌림의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부주의 문제로 인해 학령기의 아동의 경우 수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고 과제 수행을 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과잉행동 문제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지만 충동성과 부주의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가 됩니다. ADHD 장애에 대한 원인으로 유전적인 소인이 가장 크지만, 후천적으로 불안정한 가정환경이나 유해한 환경요소 그리고 임신 중의 알코올이나 흡연 그리고 심각한 스트레스도 아동의 ADHD 발현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ADHD는 다른 증상과는 달리,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증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꾸준한 약물치료와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한 정신장애이죠.”

이 교수가 이처럼 ADHD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테네시 대학교 상담학 석사과정에 있을 때였다. 지도교수의 아들이 ADHD를 앓고 있었는데, 상담학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ADHD 치료를 위한 인지행동치료와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인지처리치료 등을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상담전문가들에게 자신이 수련한 심리치료 기술을 교육하고, 어려움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덧붙여 이 교수는 한국에서도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치료와 심리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관련 교육과 강의,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 ADHD협회를 창립하다
지난 17일 이 교수는 한국 ADHD협회 창립총회 및 발기인대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ADH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었다. 한국 ADHD협회는 국민들의 정신건강(ADHD) 정책에 부응하는 봉사단체로서, 다음과 같은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DHD 증상을 가진 개인과 가족의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적인 자격취득 추진 ▲법령 준수와 건전한 심리상담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상호 이익을 위한 사업 등이다.

“ADHD 장애는 아동·청소년의 심각한 학습부진과 행동문제 그리고 정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학업에 곤란을 경험하고 또래들과 자주 갈등을 경험하거나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는 게 흔합니다. 대다수의 ADHD 아동·청소년이 반항성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부모나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반항적 행동과 적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적절한 조기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들은 비행 행동과 약물남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ADHD 아동·청소년의 60-80%가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가 유지가 됩니다. 이로 인해 일상과제 수행의 어려움과 대인간의 잦은 갈등 그리고 만성적인 우울감과 불안감을 경험합니다. 무엇보다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어려움을 보이고, 체계적인 과제 수행의 어려움과 과제를 기한 일에 마무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동시에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소한 일에 분노를 폭발하게 되어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잦은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ADHD 성인들은 만성적인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됩니다. 본 협회의 설립 취지는 ADHD 장애를 가진 개인의 인권 존중과 함께 전문적인 자격을 갖추고 ADHD 심리상담을 통해 자연스러운 치유와 함께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와 직면하라
이 교수는 ADHD 심리치료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인지행동치료와 인지처리치료 전문가로, 그동안 「성폭행 생존자를 위한 인지처리치료 매뉴얼(학지사, 2014)」, 「성인 ADHD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학지사, 2013)」, 「참자기로 살아가기(학지사, 2016)」 등 여러 역서와 「성인 ADHD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 적용하기」 를 국내 ADHD 치료 전문가들과 「ADHD의 통합적 이해(학지사, 2015)」 라는 제목으로 공동 저술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ADHD 아동과 부모상담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ADHD 아동 부모 안내서」를 저술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심리치료 전문가가 된 배경에는, 이 교수 본인에게도 사회불안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강박증과 불안 장애 등 사회불안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생겼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교를 진학해도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점차 심해졌습니다. 이후 직장생활에서도 극복하지 못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여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임상심리학 분야로 전공을 결정하고, 공부를 하면서 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와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결국 내 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입니다. 성폭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도 자신의 문제와 직면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문제를 나누는, 일종의 고통을 ‘토해내는 행위’만으로도 증상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심리 상담자의 역할입니다. 상담자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낸 내담자들의 아픔을 마치 그릇처럼 받아내고, 잘 들어주어야 합니다. 이에 내담자들은 이러한 경험만으로도 자신이 가진 증상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최근 국내의 여러 화두 가운데 ‘미투(Me Too) 운동’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문화계를 비롯해, 법조계·정치계 등 여러 분야에서 ‘위계 질서형, 권력형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사회 고발 운동이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여러 사람들에게도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암묵적으로 발생했던 ‘성 문제’들이 수면 밖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미투 운동 역시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는 것으로, 일종의 치부로 다가왔던 경험(성폭력)에 대해 용기를 내어 직접 맞서는 행동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은 1차적인 두려움과 공포심, 2차적인 수치심이라는 불안 증세에 놓여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 현상으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이는 일종의 스티그마(Stigma, 오명)처럼 느껴질 수 있죠.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노출 치료’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를 받는 것이 어렵고 겁이 나지만, 타인으로부터 공감을 받게 된다면 증상은 충분히 완화될 수 있습니다. 외상 경험의 피해자, 즉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의 지지와 따뜻한 시선입니다.”

진정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그동안 수차례 상담과 강의, 워크숍 등을 진행해오면서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왔다. 내담자를 만나는 과정(상담 과정)에서 이 교수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내담자에 대한 인내와 진솔한 대화, 그리고 진정성 있는 태도이다.

“내담자에 대한 인내심과 상담자로서의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끔 내담자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상담하다 보면, 내담자의 변화가 빨리 찾아오지 않는 것에, 상담자로서 좌절감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내담자의 변화는 조금씩 점진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내담자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거짓 없는 마음으로 진솔한 대화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내담자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교수를 비롯하여 심리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이 간혹 하는 말이 있다. “상담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고통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넌 거지요. 다시 말해 앞으로의 전진만 남았습니다. 자신의 상처 치유와 성장 그리고 타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행복감에, 심리상담을 하게 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심리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 그로 인한 고통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될 때가 많다. 심리상담 공부가 내 자신이 행복해지고,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일련의 수련과정이라고 말하는 이성직 교수. 그가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 받았던 것처럼, 이 교수는 내담자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능한 상담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profile

現 한울심리상담센터 자문교수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켄터키대학교 상담심리학 박사(Ph.D)
테네시대학교 상담학 석사
Baptist Memorial Hospital 석사 인턴십
Bluegrass Mental Health & Mental Retardation Board. Inc. 박사 인턴십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심리치료 전문영역 수련감독
한국가족상담협회 가족상담전문가 수련감독 및 사례연구 위원장
ADHD 심리치료 전문가
인지행동치료 및 인지처리치료 전문가
한국상담학회 심리치료분과 총무이사 및 사례연구위원장
한국학교상담학회 정서행동문제위원장
한국 ADHD협회 회장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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