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정 대표, 정성을 제조하는 친환경 비누작가

대나무통 숙성 비누에 담긴 특별한 가치,
‘정성’을 제조하는 친환경 비누작가

박다정 다정비누 대표 ｜ 천연비누 제조사

‘맑고 깨끗한 피부’는 남녀노소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현대인들의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요즘과 같은 매서운 한파가 지속되는 겨울철에는 피부 관리에 더욱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클렌징. 스킨케어의 첫 단계인 클렌징은 피부의 노폐물을 닦아내고, 외부로부터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클렌징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성 피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천연 수제비누에 관심을 쏟고 있다. 피부 장벽을 강화하기 위해서 화학성분이 함유된 클렌징 폼 대신, 피부 친화적인 천연비누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그렇지만 수제비누라고 해서 다 같은 비누가 아니다. <위클리피플>이 만난 ‘다정비누’는 기존 수제비누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솝브랜드로, 이미 수제비누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금부터 다정비누에 담긴 남다른 가치에 주목해보자. 취재·글_신영경 기자

‘정성’이 담긴 대나무 숙성 비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다정비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분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코끝을 스친다.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이곳은 박다정 대표의 작업실로 운영된다. 또한 다정비누와 자연 재료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정직한 공간’이기도 하다. 박다정 대표의 솝브랜드인 다정비누는 ‘대나무 숙성 천연비누’를 제조하고 판매하며, 별다른 홍보 없이 제품력만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대나무 통에 4주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약 2주간의 자연건조를 거쳐야 비로소 다정비누가 탄생한다.

“담양에서 공수한 대나무 통에 유기농 오일과 자연재료를 사용해서 비누를 제조합니다. 비누에 죽력(대나무 추출물)과 죽향이 그대로 스며들도록 저만의 숙성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대나무는 재사용하지 않으며, 비누를 대나무 결대로 빼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 대나무 내피가 비누에 붙어서 나오는데, 두 번 사용할 때는 이미 내피가 없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한 번 쓰고 나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매일 새로운 대나무를 사용하고 있어요. 또 피부 타입별로 맞는 오일이 달라서 항상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천연비누 제조사는 아로마와 피부에 관해 풍부한 지식을 함양해야 하죠. 그렇기에 저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제조한 다정비누는 그만큼 제품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천연비누를 보통 세안용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정비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사용이 가능한 올인원 클렌징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온 가족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박 대표의 철학은 그가 수제 비누를 만들게 된 계기로까지 이어진다.

“예전에 가족끼리 담양으로 놀러 간 적이 있어요. 대나무 숲길을 걷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이 정말 좋더라고요. 식사를 하러 간 곳에서 대나무 밥이 나오는 걸 보고, 대나무의 효능에 대해 여쭤봤어요. 죽력이 밥 안에 다 스며들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영양밥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혹시 비누도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대나무 통 숙성 비누를 만들게 되었어요. 천연 비누 제조사 과정을 수료한 뒤에, 방 안 작업실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레시피를 개발했어요. 유기농 오일과 자연 분말 등 최소한의 고급 재료를 통해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원래는 저와 가족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수제비누였어요. 가끔씩 지인들에게도 선물로 나눠주곤 했는데, 다들 써보고 너무 좋다며 전문적으로 판매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2010년, 그렇게 ‘다케솝’이라는 이름의 솝브랜드를 처음 운영했습니다.”

‘다정비누’의 새로운 시작
이후 본격적으로 대나무 숙성 비누를 만들기로 한 박다정 대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는 지금처럼 천연 수제 비누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상태, 대나무 통에 숙성한 수제 비누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생각보다 운영이 잘되고 점차 주문량이 늘자, 덜컥 겁이 났다고 박 대표는 고백했다. 결국 그는 수제비누 제조사로서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소소하게 취미활동으로 이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관두면서 다시금 생각했어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말이죠. 문득 이전에 비누를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행복해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다시 수제 비누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작해볼 것을 제안하신 적이 있어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말씀대로, ‘다정’이라는 한국적인 의미와 저만의 가치를 담아서 솝브랜드 ‘다정비누’를 론칭했습니다. 다정비누로 리뉴얼 한지는 3개월 정도 되었어요. 다케솝을 운영할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참 많아요. 제품의 종류도 늘고, 사용하는 원료와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서 독특하고 개성 있는 다정비누만의 패키지 상자를 구상했어요.”

박 대표는 수제비누 제조사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금도 여전히 특별한 숙성 기술과 최상급 국산 재료를 활용해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대나무 숙성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실리콘 몰드 대신 죽통을 사용하면, 죽향 자체가 제품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천연 비누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고, 성분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제품 제조부터 사진 촬영, 마케팅, 판매까지 혼자서 모든 걸 담당하고 있는 박 대표는 이전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수제비누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저 혼자 손으로 하는 일이라서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이 있죠. 다정비누는 숙성기간과 건조기간을 합쳐 약 한 달 반 정도가 걸리는데, 품절이 되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니까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만들 수밖에 없어요. 천연 수제비누는 전부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를 쓰잖아요. 따로 방부제나 경화제가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성분을 머금고 있는 최상의 상태에서 정하게 됩니다. 특별히 저는 대나무 통을 사용하기에 숙성 시간이 더욱 중요해요. 대나무 안에 있는 내피를 단단해진 상태에서 꺼내야 합니다. 6주 이상 숙성을 하게 되면, 너무 말려져서 성분이 날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4주~6주 정도의 숙성 기한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수제비누
다정비누를 사용한 고객들의 피드백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고객들은 다정비누로 세안을 했을 때, 건조하지 않고 촉촉한 피부 상태가 오래도록 유지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두 가지 이상의 주재료를 배합해서 보습력을 맞추고 효과를 높이는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여드름, 아토피와 같은 문제성 피부가 개선된 고객들의 사례도 넘쳐난다.

“이미 천연비누를 사용해본 분들이 최후로 저희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한 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박람회에 참가했을 당시, 제게 고민을 토로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각종 천연비누를 사용해봤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였죠. 그분께 샘플 비누를 몇 가지 챙겨드렸어요. 그런데 다음 날, 박람회 입장료를 다시 지불하고서 저희 부스에 또 찾아오신 거예요. 사용해보니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면서 비누를 구매하러 오신 거였어요. 다정비누를 점차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겨나서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천연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박다정 대표에게 수제비누 제조법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현재 작업실에서 ‘예약형 원데이 클래스 취미반’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작업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박다정 대표. 그의 향후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는 “대나무와 천연비누의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소비자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백화점 입점을 계획하고 있어요. 사은품과 각종 샘플 등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하려고 해요. 또한 외국어를 심화 있게 공부해서 훗날에는 글로벌한 언어로 고객들에게 직접 제품을 설명하고 싶어요.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을 접목한 뷰티 제품이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가 될 수 있게끔 이것을 알리는 일에 더욱 힘쓸 예정이에요. 즉 ‘좋은 기술’로 만든 ‘좋은 비누’를 널리 알리는 것이죠.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서, 한국 천연 브랜드 중 수제 비누 하면 바로 ‘다정비누’가 떠오를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꼭 저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피부에 좋은 천연 제품들을 모두가 자주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온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비누를 제작하고 있는 박다정 대표. 그는 “천연 제품이 변화의 속도는 더디지만, 우리 피부에 미치는 결과는 더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건강한 피부를 위해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천연 비누를 향한 그의 열정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국내 천연 브랜드의 발전을 도울 박다정 대표의 유의미한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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