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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파격적이게 때론 섬세하게 감성을 전하는 가수, 이소라
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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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게 때론 섬세하게 감성을 전하는 가수, 이소라

이소라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그녀가 가는 곳이라면 반드시 해프닝이 생긴다. 그리고 모든 해프닝은 공연 위에서 벌어진다. 그녀는 콘서트 공연이 끝나고 “공연이 내 마음에 안 들었다. 티켓료를 전액 환불하겠다.”라고 하며 공연을 찾아온 관객들을 당황시킨다.

그 예측 불가능함은 파격적이게 때론 수줍게 드러나기도 한다. 노래 도중 관객들에게, 현재 짝사랑을 하고 있다며 내밀한 고백을 전해 기삿거리를 몰고 오기도 하는 것이다.

2008년부터 이어진 ‘그녀풍의 봄’ 소규모 콘서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이런 돌발적인 해프닝들은 파격적이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곡들과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취재·글_최예원 기자

이소라의 감성 보이스

그녀의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는 대중들뿐만 아니라 동료 가수들에게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화제이다. 이러한 힘은 이소라 특유의 흡입력 있는 보컬과 깊이가 다른 감수성에 이유가 있겠지만 김동률의 편곡도 한몫했을 것이다.

가요계에서 ‘곡 안주는 사람’으로 유명한 그가 ‘너무 다른 널 보면서’ 이후, 20년 만에 2번째 합작을 가진 것이다. 그녀는 김동률 외에도 김현철, 조규찬, 이승환 등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음반 작업을 하며 대중 가수이자 음악감독으로서 인정받아 왔다.

그렇다면 9집 앨범까지 낸 그녀가 깐깐한 사람들의 귀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녀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1995년의 ‘난 행복해’라는 곡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그녀는 낮게 깔리는 담백한 선율에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을 더해애절하면서도 섬세한 음의 완급조절을 보여주어 그녀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 강렬하고 독기 어린 가사에 대중들의 관심이 저조했지만 수록곡 <믿음>, 등의 몇몇 곡은 마니아 팬들의 귀를 사로잡기도 했다. 이후 6집 앨범 <눈썹달>로 음악성을 인정받아 경향신문이 선정한 ‘한국대중가요 100대 명반’에 꼽힌 바 있다.

이로써 그녀의 보컬은 숨소리까지 전해지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사람들을 노래 속에 빠져들게 했다.

그녀의 감수성이 담긴 가사, 흔들리는 노래들

그녀의 노래는 봄보다는 겨울에 어울리며, 무성한 나무보다는 앙상한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6집 앨범 <눈썹달>의 ‘바람이 분다’는 이러한 비유에 가장 어울릴 듯싶다. 다음은 ‘바람이 분다’의 일부 가사이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우리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는, 발길을 멈추거나 서둘러 그곳을 떠난다. 그녀의 가사와 정서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이별, 슬픔, 질투, 집착과 같은 사랑의 이면에 나타나는 어두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지루한 감정, 권태로운 감정, 증오에 찬 감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표출하는 그녀의 다채로운 가사는, 자유로운 작사를 하는 인디밴드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깊이가 있다.

특히 그녀가 내는 여성의 어조는 많은 20대 미혼의 여성들 마음을 빼앗았다. 아직 어떤 것도 확립되지 않은 흔들리는 자아들. 그녀는 마치 그들의 대변인이라도 자처하는 것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변주한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6집 앨범 <눈썹달>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는 떠나려는 상대를 애절하게 잡으며 영원하자고 약속하지만,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의 ‘화’에서는 ‘네가 증오스럽고 싫다’, ‘내 안에는 독만 찼다’고 말하며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으로 여성의 모순적인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과 같이 그녀의 곡은 변화무쌍한 감정의 진폭이 곳곳에 드러나면서 그들 마음의 촘촘한 짜임새와 결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8집 앨범의 <8>은 그녀의 감정 표출의 극한을 드러낸다. 그녀는 이 앨범에서 발라드 장르와는 다른 얼터너티브 락으로 전곡을 만드는 시도를 했는데, 그녀만의 어린 시절과 격정적인 감정들을 담아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폭발적인 사운드를 표현해냈다.

소통을 시도하는 이소라의 <그녀 풍의 9집>

그렇게 이소라는 끊임없이 시도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9집 앨범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특히, 앨범 <8>) 한층 부드러워지고 세련된 목소리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대중 가수로서,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일까.

그녀는 지금까지 <이소라의 프러포즈>, <이소라의 두 번째 프러포즈>의 tv 음악 프로그램과 <이소라의 음악도시>, <오후의 발견> 등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으며 대중들과 활발한 교류를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앨범 작업에서는 직접적인 소통에 거리를 두고 ‘자폐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자기만의 감성에 파고드는 작업이 다수를 이뤘다. 그래서 이제껏 그녀가 대중에게 내미는 손은 조금 서툴러 보였고 투박했다.

그러나 그녀는 6집 앨범 <눈썹달>이후로 대중들과 소통을 위한 직접적인 시도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었다. 가령, 2008년에 낸 7집 앨범은 제목 없이 track으로 이름을 붙여 청취자들에게 자유롭게 제목을 짓고 노래에 대해 상상하길 권유했고, 8집 앨범에서는 자신이 그린 악보와 가사를 앨범 출시 전 선공개하여 신선한 참여를 유도해 대중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렇듯 그녀는 대중들에게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왔고 이제 그녀의 걸음은 9집에 이르렀다.

이번 9집 앨범 <그녀의 풍의 9집>은 곡에서 흔히 보았던 독, 질투, 집착이라는 옷이 여러 번 세탁되어, 마치 물이 빠진 것처럼 희미해졌다. 대신 그 자리를 편안하고 섬세한 보이스, 마음을 울리는 깊은 감성이 채웠다.

그녀가 계속하여 처절함 속에서 불렀던 노래는 이러한 포근한 곡을 부르기 위해 거쳤어야 할 위로의 탈색 과정이었을까. 아니면 이것 또한 그녀의 예측 불가능성에 있을 또 하나의 변곡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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