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백 삼성본병원 관절센터 원장, 섬세한 소통과 치료 계획으로 건강 증진 도모하다

사진=권규백 삼성본병원 관절센터 원장

환자의 삶 무너뜨리는 통증·관절 질환,
섬세한 소통과 치료 계획으로 건강 증진 도모하다

권규백 삼성본병원 관절센터 원장 | 정형외과 전문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태평양 신경과학연구소 뇌 건강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2~3회가량 운동을 하면 뇌의 부피가 늘어나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더불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을 하면 근육량 유지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알려지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관절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스포츠 경기나 여가 운동 중에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손상을 ‘스포츠 손상’이라고 부른다. 스포츠 손상의 대부분은 주로 근골격계 손상으로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아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긴다. 특히, 스포츠는 학문적 이론과 장비가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스포츠 손상 관련 치료도 나날이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삼성본병원은 ‘바른 치료’를 근본으로, 환자의 건강 증진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선물하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하는 병원이다. 가족의 마음으로 치료에 정성을 다하는 삼성본병원은 관절 질환이나 스포츠 손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전문화된 관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본병원 관절센터에서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진심 어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권규백 원장을 <위클리피플>이 만나보았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김민진 기자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가 좋은 치료 결과 만든다

관절은 조금 망가지더라도 당장 생명이 위험해지는 치명적인 신체 기관은 아니지만 관절에 염증이 생기거나, 뼈에 문제가 생겨 가동 범위에 제약이 생기면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관절 질환으로 고통을 겪어온 이들은 병원을 방문해 수술을 하는 등 문제의 원인을 한 번에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수술은 재활을 비롯한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고 고령의 경우, 전신 건강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로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든다’라는 의료 철학을 가진 삼성본병원에서는 비수술적 치료를 지향하며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슬관절과 견관절, 팔꿈치, 관절염, 스포츠 손상 및 골절 등 일상생활에서 다치기 쉬운 부위를 다루는 관절센터에서는 환자들의 치료 계획을 섬세하게 세우고 있다. 삼성본병원 관절센터 권규백 원장은 “수술은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시도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관절을 비롯한 정형외과적 질환은 지금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환자의 상황이나 여건이 된다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해 보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는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수술 위주로 치료가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 비수술적 치료 방법이 굉장히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로도 충분히 수술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면, 환자들의 기능 회복과 더불어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빠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형외과 중에서도 관절질환과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권규백 원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과 정형외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슬관절 명의인 왕준호 교수 밑에서 배우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슬관절과 견관절, 팔꿈치, 관절내시경, 인공관절, 스포츠 손상과 골절, 회전근개봉합술, 관절염 등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그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스포츠 동호인이기도 하다. 관절센터에는 일상생활에서의 관절 손상으로 인한 환자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스포츠를 즐기다가 손상을 입어 내원하는 환자들도 많다. 그런 환자들에게 이론적인 지식만으로 설명하는 게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에, 권 원장은 스포츠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테니스를 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보니까, 환자들의 마음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환자들이 무조건 쉬라는 의사의 조언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요. 직접 스포츠를 해보니까 그게 마음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스포츠를 하다 보니 직접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환자와의 소통 위해 인문학 공부,
매 순간 환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다

권 원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소아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으로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두 달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소아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은 대퇴골 골두에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골두가 괴사되는 병이다. 그때 문득 의료진이 입고 다니던 하얀 가운이 너무 멋있게 느껴져 처음으로 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형외과 의사를 꿈꾸었다고 한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후로 국책 과제에 참여해 첨단기술 개발에 매진한 적도 있고, 유럽관절경학회에서 발표도 해봤습니다. 슬관절학회에서는 우수 구연상도 받았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상은 전공의 때 받았던 ‘의무기록 우수 전공의 상’입니다. 의무기록은 교수님과 전공의, 환자 사이에 있었던 서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건데요. 성실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때때로 귀찮은 적도 있었지만, 환자와의 약속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작성했습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에서 14년 만에 상을 탄 거라며, 축하해 주시던 동료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권 원장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는 열정적인 의료인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의료계 트렌드나 치료법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본인이 하던 방식으로만 하려는 고집이 생겨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든 학회에 참석하려 노력하고, 환자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도 꾸준히 되돌아보며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문학’이다. 그는 환자들에게 병원은 무섭고 낯선 공간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며,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켜주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이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제가 레지던트 때 이야기인데요. 한 환자분이 퇴원을 하시면서 제게 책 한 권을 선물하셨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었습니다. 선물을 받고 나서, ‘이 책을 제게 왜 선물하셨을까?’하고 한참 고민했어요. 되돌아보니까, 제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던 의학용어나 단어가 환자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환자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는 방법을 연구하고자 했고, 그렇게 인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의사들은 과학의 영역인 ‘의학’을 공부하다 보니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나 소통에 도움이 되는 인문학에는 조금 취약한 것 같아서요. 덕분에 환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는 법,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설명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도 생겨서 라포 형성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줄탁동시’의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다

같은 맥락에서 권 원장은 항상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를 마음에 새기며 진료에 임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진료 부원장을 역임한 유재명 교수가 권 원장에게 전해주었던 사자성어인 줄탁동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질을 깨야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무슨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요인(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도움(외부적 요인)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권 원장은 무엇보다 자신의 수술적 능력이나 진단 능력이 뛰어나면 최고라는 믿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다년간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환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치료는 어렵다는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환자가 진료나 수술 후에 결과가 좋은 것도 ‘환자의 복(福)’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사자성어는 같은 의료의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 동료 관계에서도 통용되는 교훈이다. 권 원장은 이 교훈을 볼 때면 자신의 은사이자, 현재 삼성본병원의 의무원장으로 있는 정성수 교수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정성수 교수님은 제가 레지던트 할 당시 은사님이셨습니다. 사실, 정형외과가 좀 딱딱한 분과인 데다가 남자 의사의 비율이 높기도 하여 낯설고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주치의로 만난 정성수 교수님이 너무나 편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선·후배에 대한 구분 없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류하는 겁니다. 환자들과 후배의 의견을 경청하고, 피드백을 수용하여 행동에 옮기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의사로서의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인품과 소통 방식도 뛰어나셔서 제가 롤 모델로 생각하는 분입니다.”

‘줄탁동시’의 마음으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행운과 같은 경험도 마주하게 된다. 권 원장은 얼마 전, 환자와의 만남이 그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환자를 만나다 보면,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쳐서 수술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가 있다. 수술을 할 때는 관절의 기능을 100% 살리기 위한 목적이지만, 시기가 늦어져서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80~90% 정도의 결과만이 예상되는 것이다. 1년 반 전, 권 원장이 만난 50대 중년 남성 환자가 그런 경우였다. 반월상 연골판이 심하게 찢어진 환자는 절제 후 이식밖에 방법이 없을 정도로 관절 상태가 심각했다. 그럼에도 권 원장은 관절의 모양을 보고 봉합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환자와의 면밀한 소통을 통해 연골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환자는 3개월의 재활 과정을 잘 따라와 줬고, 무사히 퇴원했다.

“얼마 전에 중년 여성분을 진료했는데, 진료가 끝나자, 남편이라며 들어온 사람이 마스크를 내리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1년 반 전에 치료했던 그 환자였습니다. 그분은 ‘선생님 덕분에 무릎을 너무 잘 쓰고 있다’면서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 아내가 내원할 때 따라오셨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기억이 제 의료 인생 중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습니다.”

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권 원장은 관절 건강에는 특별한 비결이나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관절 주변의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거나 서 있는 일이 많은 이들은 주기적인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삼성본병원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권 원장은 삼성본병원은 하드웨어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가진 병원이라고 말한다. 젊은 의사들, 열정이 넘치는 의사들이 많아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피드백도 적극적이다. 여기에 지역민들을 위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강준희 대표원장이나, 정성수 의무원장처럼 연륜과 경험이 뛰어난 의료인들이 중심을 잡아준다. 오롯이 환자의 행복과 완벽한 치료를 위해, 오늘도 동료 의료진들과 새로운 의료 트렌드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환자를 마주하는 권규백 원장. 의사는 언제나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제공_삼성본병원

profile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수석졸업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삼성서울병원 인턴과정 수료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수료
삼성서울병원 관절경, 슬관절 및 스포츠의학 전임의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
국책사업 참여 - 3차원 모델링, 3차원 바이오프린팅, 전자방사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성장인자 부가 반월상 연골판 모사 인공 지지체의 개발 및 생체 적합성 기능성 검증
2020 대한슬관절학회 정기학술 대회 우수 구연상 수상 (전방십자인대손상 환자군에서 외측 반월상 연골판 후외측 관절막 경계부 파열의 유병률 및 자기공명영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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