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끼박사 고중곤 사단법인 우듬지 이사장, 자연과 사람 잇는 생태영성교육으로 다음 세대의 길을 열다

사진=고중곤 사단법인 우듬지 이사장

우듬지 30년史의 비전 딛는 깨끼박사의 사유와 실천,
자연과 사람 잇는 생태영성교육으로 다음 세대의 길을 열다

고중곤 사단법인 우듬지 이사장 | 깨끼박사의 할수있어연구소 소장

자연과 함께 생태영성교육을 실천해 왔던 사단법인 우듬지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30년간 우듬지학교는 대안학교와 숲 유치원을 운영하며 단순한 교육문화예술단체를 넘어 철학과 가치를 전하는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에게 자연 친화적이고 성서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왔으며, 청소년, 청년, 성인으로 대상을 확장하여 그들의 성장과 변화를 이끄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힘써왔다.

우듬지학교를 이끌고 있는 고중곤 이사장은 예술교육으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교육예술가이자 생태영성교육가로, 깨끼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연구, 강의, 집필, 코칭, 상담, 공연, 예술심리치료 등 다양한 융복합 창의 예술교육과 치유 활동을 실천해 왔다. 그 여정은 지금 생태영성교육이라는 철학으로 통합되고 있다. 그는 삶과 죽음, 치유와 성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와 실천을 통해 청년과 부모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이번 사단법인 우듬지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점에 <위클리피플>이 함께했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박진아 기자

우듬지 30주년 맞아 미래를 준비하다

고중곤 이사장은 사단법인 우듬지 30주년을 맞아 깊은 성찰에 빠져 있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대안학교와 숲 유치원을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교육 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썼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을 통합하는 융복합교육을 실천해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더 깊이 있는 생태영성교육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연과의 회복적 동행’을 준비하며, ‘순환적 생명교육’의 지평을 열고자 한다.

“지난 30년, 자연과 함께 교육과 치유의 길을 걸으며 저는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소유의 가치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합니다. 자연은 제 삶과 철학의 기반이며, 교육과 예술의 주제이고 곧 치유입니다. 그 안에서 얻은 깊은 통찰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러한 통찰 속에서 고 이사장은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시의 소음과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자연의 품에서 살아간 그녀의 삶을 따라 읽는 동안, 자신 안에서 울리던 소리를 또렷이 마주하게 되었다.

“삶이란 소유가 아니라, 소명으로 살아가는 여정이며 사랑이란, 온유와 겸손으로 빚어진 가장 고요한 실천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할 때 비로소 본래의 따뜻함과 유연함, 그리고 죽음을 품을 수 있는 평화로움을 되찾을 수 있다는 그녀의 철학은, 고 이사장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더욱 선명히 비추는 등불이 되었다. 최근에는 군산 우듬지힐링하우스에서 노동을 통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며, 자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더욱 분명히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를 떠나 자연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은, 곧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우고 본래의 나, 가장 진실한 생명의 떨림에 귀 기울이는 일입니다.”

군산 힐링하우스는 그의 가족사가 깃든 장소로,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만남과 이별의 흔적이 서려 있다. 앞으로 생태예술치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생명교육 향한 융복합적 여정

고중곤 이사장의 교육 철학은 기독교 신앙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유산 위에서 형성되었다. 어머니의 신앙과 아버지의 자연 친화적 삶은 그에게 ‘경건함’과 ‘겸손한 실천’이라는 인생의 뿌리를 남겼고, 이는 이후 그가 살아온 생태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교육의 토양이 되었다. 그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실천신학과 인연을 맺고, 자연과의 ‘회복적 교감’을 통해 인간의 ‘전인적 회복’을 탐구하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과 숲 생태 영성 교육’을 주제로 오랜 연구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자연을 통한 영성과 교육의 통합은 고 이사장의 실천적 철학을 지탱하는 생태영성교육의 핵심 주제이다. 특히 그는 인간과 자연이 연결된 생태계적 관점을 중심에 두고 교육을 펼쳐왔다. 이러한 신학적 기반 위에 그는 인문학 고전과 동서양 철학을 탐구하며 지속적으로 확장된 그의 사유는, 우듬지의 교육 현장에 살아 있는 철학으로 구현되어 융복합적인 실천의 토대를 이루었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듬지학교는 앞으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발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방향과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교육적 태도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시대, 미래세대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서양과 동양 철학을 융합한 인문학적 통찰과 생태적 실천의 길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이 저희의 교육적 사명이며, 이를 위해 『자연적 교육 개론서』를 집필 중입니다.”

고중곤 이사장은 20년간 감정코칭을 연구하며 ‘내 마음의 정원 가꾸기’ 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정원의 꽃과 향기, 벌과 나비에 비유하며, 감정 역시 자연의 생태계를 닮았다고 말한다. 자연이 자정작용을 하듯, 인간의 마음밭도 관심과 사랑, 응원과 격려를 통해 상한 감정을 치유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며, 감정코칭은 이러한 치유와 회복을 돕는 열쇠가 된다.

고중곤 이사장은 경기도일자리재단 전문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심리 상담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회복을 도와왔다. 이는 우듬지가 추구하는 ‘생명과 사랑’의 가치, 그리고 한 사람의 회복이 또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전하는 ‘순환적 생명교육’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생태·과학·예술·심리·영성·인문학 융합한 혁신적 활동 전개

사단법인 우듬지는 1995년, 구로종합사회복지관의 아동 정서 지원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생태체험, 과학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축적된 경험은 이후 생태와 과학을 기반으로 한 대안학교인 ‘우듬지학교’를 설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유아기 자연교육을 위해 ‘우듬지숲유치원’을 설립하였고 독일식 ‘나투어슐레’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부모교육으로 확장되어 ‘엄마학교’, ‘아빠학교’, ‘부부학교’, ‘연애·신혼부부학교’ 등 전 생애를 아우르는 통합교육 모델로 이어졌다.

우듬지는 지난 30년간 생태, 과학, 예술, 심리, 영성, 인문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접근으로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자연과 인간을 잇는 생태영성교육을 핵심 철학으로 정립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예술활동을 기반으로 기획한 환경공연 《물고기가 사라졌어요》는 지구 환경 문제를 다룬 ‘지구,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시리즈로 제작되어 경기아트센터 기획공연에 선정되었으며, 4년째 전국 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순회공연으로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과 마술과 예술을 융합한 ‘사이언스매직 렉처콘서트’를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형 공연을 전국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운영 중이다.

우듬지의 활동은 점차 지역사회 치유와 공동체 회복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듬지의 철학을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발바닥작은도서관’을 설립하여, 일상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 문화를 전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2년간 운영한 ‘문화공간_샛별책놀터’는 생태·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큰 호응을 얻었다.

‘얼레리꼴레리 예술제’는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마을 치유 프로젝트로, 세대 간 소통과 공동체 유대 회복에 기여해 왔다. 그는 또 아동들과 ‘인간중심 디자인 공학’ 프로젝트를 3년간 운영하며, 생태, 과학, 예술, 창의와 감성을 융합한 교육 모델을 실현했고, ‘청소년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에서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통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아이슬란드엔 왜 갔니?』로 출간하며 꿈을 응원했다. 이러한 융복합교육의 흐름은 다양한 기관과 기업의 협력 요청으로 평택삼성전자와 함께한 창의탐구교실 콘서트로 이어졌으며, 현재는 가평에 생태예술치유공간 ‘캠스쿨’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실천의 중심에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낮은무릎경청’의 철학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제가 받았던 따뜻한 사랑을, 이제는 우듬지를 통해 세상에 환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 선생님과 새끼손가락을 걸며 ‘넌 꿈이 있는 소년, 심지가 곧은 깨끼소년이야’라고 불러 주셨던 그 순간의 사랑과 관심은 제 삶의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기억을 품고,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라는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낮은무릎경청, 사람을 살리는 태도입니다”

사단법인 우듬지가 이어온 핵심 활동 중 하나는 ‘낮은무릎경청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17년 국제교육혁명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잃어버린 배움의 본질’을 주제로 논의하던 중 교육의 본질이 결국 ‘생명’과 ‘사랑’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며 시작되었다. 이를 직접 실천하기 위해 고중곤 이사장은 뜻을 함께한 동료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드리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두 시간 가까이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한 노숙자분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4년간의 노숙 생활 이야기를 털어놓으셨어요.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공감했을 뿐인데, 두 시간이 지나고 그분이 제게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당신이 처음이요. 이제 가족을 만날 용기가 생겼소.’”

우듬지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성육신(聖肉身) 경청’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고 이사장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셨듯, 경청도 단순히 귀로 듣는 행위를 넘어 상대의 입장이 되어 무릎을 낮추고 자세를 낮추며, 마음까지 낮춰 온 몸으로 듣는 존재의 태도여야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2018년부터 이 캠페인은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서울·부산·대전·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린 행사마다 400~500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만여 명이 넘는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경청’을 실천해 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독서 모임과 저자 특강을 통해 계속해서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낮은무릎경청’의 철학은 도서관과 학교, 교회 특강은 물론, 미국과 호주, 태국,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경을 넘어 인간 이해와 관계 회복을 위한 실천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생명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들어주는 것’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태도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낮은무릎경청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태도입니다. 생명과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입니다.”

죽음학을 실천하는 삶,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

고중곤 이사장은 청소년 시절부터 인간의 유한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그의 삶은 결국 ‘죽음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통찰로 이어졌고,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죽음을 피하지 않고 준비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몇 해 전, 이 고민을 해결하고자 요양보호사와 웰다잉지도사 자격을 취득했고, 그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된 생각은 ‘웰다잉, 죽음준비학교’ 개설로 이어졌다. 그는 직접 아버지의 임종을 준비하며 죽음을 성찰과 사랑의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간절한 마음과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애도, 존엄한 죽음』이라는 책도 집필 중이다.

“저는 매일 아침 이렇게 고백합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하루인 것처럼, 감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이 마음은 만나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고, 모든 순간, 진심을 다해 듣고 대화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며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매 순간을 깊이 살아내는, 저만의 일상 속 죽음학의 실천입니다.”

자연과 사람, 세대와 세대 잇는 생태영성교육, 청년들과 함께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지금, 고중곤 이사장은 다시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예술가이자 생태영성교육 실천가로서 그는 생태와 과학, 예술과 심리, 영성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육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색해 왔다. 그의 여정은 한 사람의 회복이 또 다른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는 ’순환적 생명교육’의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듬지는 지난 30년간의 융복합적 실천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을 잇고 생명을 중심에 둔 생태영성교육을 핵심 철학으로 정립해 왔다. 그 통찰은 구체적인 교육 모델로 구현되며 실천적 유산이 되고 있다.

또한 우듬지는 다음 30년을 이끌어갈 청년 리더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청년들과 삶을 함께 나누며, 실천을 통해 철학적 가치를 전하고, 그들이 스스로 삶의 의미와 소명을 찾아가도록 돕고 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품고, 삶의 의미를 성찰해온 고중곤 이사장의 여정은 우듬지의 철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함께 동행해준 아내와 이사들, 그리고 후원자, 기부자들의 따뜻한 동행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신뢰와 사랑을 품고, 우듬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변함없이 걸어갈 것이다. 사진제공_사단법인 우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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