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빈 리클(recl) 대표, 의류 수거·재판매 디지털 솔루션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 만들다

사진=양수빈 리클(Recl) 대표

“옷으로 지구를 구하는 습관”
의류 수거·재판매 디지털 솔루션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만들다

양수빈 리클(Recl) 대표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두 번째 주요 원인이 ‘패션 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년 1000억 개 이상의 의류가 생산되지만, 그중 대부분은 유행이 지나거나 낡아서 폐기된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소각되거나 매립지로 보내져 막대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등 지구 환경을 악화시킨다.

모바일 간편 의류 수거 서비스 ‘리클’은 버려지는 의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등장한 플랫폼이다. 단순히 헌옷 처리에서 나아가 의류를 재활용하고 재판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 헌옷 수거 시장에 IT 기술을 도입해 누구나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했으며, 의류 수거 및 재판매에 이르기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리클(Recl)이라는 이름은 ‘Rebirth Clothes’의 두 단어의 앞글자를 따온 합성어로 ‘옷들이 다시 태어난다’는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리클의 양수빈 대표를 <위클리피플>이 만나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박진아 기자

헌옷 처리 과정, IT기술 기반으로 혁신적 개선

‘리클’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의 불편했던 헌옷 처리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오프라인 지역 기반으로만 운영되던 것과는 달리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한 것. 리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친화적인 UI/UX를 통해 간편한 이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헌옷 수거를 신청할 수 있으며, 비대면 수거 서비스를 통해 편리함을 더했다. 이렇게 수거된 의류는 검수 후 재판매되는데 리클 앱을 통해 수거부터 매입까지의 모든 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혁신을 바탕으로, 리클은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에는 전국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고 누적 다운로드 40만 건을 돌파했으며, 2024년 9월 기준 누적 수거 921만 건, 총 수거량 약 14억 5천만 벌을 달성했다. 설립 2년 만에 국내 최대 중고 의류 수거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2024년 4월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덧붙여, 환경적인 효과도 엄청나다. 그간 14만 톤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를 이루었으며, 이는 약 4천8백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동일한 환경적 기여를 한 것이다. 리클의 설립 배경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불편에서 출발했다. 양 대표가 옷장 정리 중에 헌옷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움과 비효율성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옷장 정리를 하던 중 생각보다 많은 옷이 나왔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헌옷 수거함은 불편했고, 헌옷 수거 매입 업체는 20kg 이상의 무게 조건을 요구했어요. 제 옷이 20kg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죠. 또한 매입가는 kg당 100원으로 책정되어 낮은 편인데, 상태가 괜찮거나 상품의 택이 달린 새옷까지 푼돈으로 처분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하자니 하나하나 모두 연락해서 거래할 일이 귀찮게만 느껴졌어요. 이로 인해 기존의 헌옷 수거 방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리클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매입, 재판매로 이어져

리클은 기존 헌옷 매입 업체들과 달리, 일정한 무게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20개 이상의 의류만 있으면 누구나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단순한 무게 매입 외에도 자사 B2C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류는 개별 매입가를 책정해 사용자에게 더 나은 리워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의 옷에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리클의 또 다른 경쟁력은 수거된 모든 의류를 재판매한다는 점이다. 수거된 의류 한 벌 한 벌은 꼼꼼하게 검수한 후, 상품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B2B 및 B2C 채널로 재판매한다. 또한 투명한 서비스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수거된 의류의 상태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의류가 수거, 검수, 입고, 매입 완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리클은 단순히 ‘헌옷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헌옷을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시켜 다양한 채널로 유통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젊은 세대들은 중고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은 익숙하지만, 유독 헌옷 수거 시장에서는 그 인식이 낮았습니다. 리클은 이런 부분을 간편한 모바일 앱과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헌옷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새로운 중고의류 시장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죠.”

또한, 리클은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사 배차부터 의류 검수, 재판매, 정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어드민 시스템을 통해 공정별로 자동화해 나갔다. 이로 인해 물량이 증가해도 인력 증원이 불필요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고 안정적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었다. 관련 기술은 특허 출원도 완료한 상태다. 최근에는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적정 매입 가격과 리워드 금액을 산정하는 시스템까지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정확하고 공정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결단과 실행력, 유연한 조직문화로 혁신 주도

이렇듯 리클이 의류 재활용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양 대표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의 영향이 컸다. 홈페이지에는 ‘성장, 빠른 실행력, 동료에 대한 신뢰, 사용자 중심, 자발성, 수평적 관계’ 등 핵심가치가 제시돼 있다. 우선 양 대표는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결단의 속도’를 꼽는다.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절반’이라고 강조하며 스타트업이 가진 민첩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업 초기 어려움도 겪었지만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실행 덕에 실전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망할 이유가 99개 있지만 될 이유 하나에만 집중하자’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으로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실패 요인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가능성에만 집중했죠.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창업 성공의 핵심인 것 같아요.”

자유와 자율이 존중되는 리클의 기업 문화 역시 양 대표의 경영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리클은 직급과 직책이 없는 수평적 구조를 유지하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양 대표는 조직 내에서 각 리더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진=리클 성수동 매장 전경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의류 재활용

양 대표는 국내 중고 의류 시장의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과거 세대는 헌옷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반면, 최근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 의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 대표는 중고 의류 구매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리클은 앞으로 단순한 의류 재활용을 넘어서 폐섬유를 자원화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친환경 기술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수거된 폐의류는 판매하거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도 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려진 옷을 활용해 건축 자재, 가구 제작, 새로운 의류 브랜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 관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자원을 순환시키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유저들의 리뷰에서 ‘버려질 옷이 재활용되고, 용돈을 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앞으로도 친환경 사업 모델을 더욱 확장해 지속 가능한 패션의 새 기준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의류를 자원화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적 재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폐의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환경 보호와 동시에 국내 산업의 자원 순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리클은 옷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패션 문화를 선도해 갈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양수빈 대표는 “향후 5년 내에 리클이 헌옷 수거함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모두의 삶 속에 자리 잡는 소비 플랫폼이 되겠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앞으로는 누구든 헌 옷을 정리할 때마다 리클 앱을 실행하고 ‘리클해야지’라는 말을 하게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그의 미래를 응원해 본다. 사진제공_리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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