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송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예술경영 교수, 다채로운 경험과 연구로 융복합형 인재 양성하다

사진=주송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예술경영 교수

기술과 예술의 경계 허물어지는 AI 시대
다채로운 경험과 연구로 융복합형 인재 양성하다

주송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예술경영 교수

모든 분야에 AI가 침투하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AI는 인간의 고유영역인 창작을 모방하고, AI가 만든 그림이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현재 AI는 인간이 예술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 그 자체로 예술적 주체로까지 진화했다. 이렇듯 예술과 AI의 융합이 활발한 오늘날,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요구된다.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말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됐다.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창의적 능력과 관점을 갖춘 인재만이 예술의 지평을 넓힐 것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주송현 교수는 이러한 AI 융복합 시대에 걸맞은 교육자다. 무용계와 미술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문화예술 한 분야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여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영남춤학회 부회장, 한국무용학회·무용역사기록학회 이사, 미술품 경매사, 아트디렉터 등 우리나라 K-ART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현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 융복합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며,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한 힘을 발휘하는 진정한 폴리매스(polymath)로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전인적 교육에 주목하는 주송현 교수를 <위클리피플>이 만나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박진아 기자

무용미학에서부터 AI 아트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형 인재

자신의 전문성에 기초하여 타 전문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실력을 가지고 협업이 가능한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융복합 인재. 주 교수는 이러한 융복합형 인재의 표본으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시야를 넓혀왔다. 무용학(무용미학)에서부터 AI 아트&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연구 경력을 지녔으며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집필하며, 칼럼 기고도 했다. 스스로도 마치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듯 예술학 이론과 현장의 양극단을 오가며 학습하고 경험했다고 자평한다.

앞서 주 교수는 국립 국악고 졸업 후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다. 호주에서의 유학은 무용 기술만 발전시키면 된다는 기존 인식을 깨부수는 기회이자,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장구춤을 향한 폭발적인 반응을 접하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교훈을 얻어 귀국 후 무용이론과 미학을 주제로 이화여대와 한양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당시 무용미학을 담당하던 주임 교수의 지도 아래 미술사와 동서양 철학을 공부하며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무대 위에 춤을 생동하는 예술로 표현하고, 평론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무용계와 미술계 모두에서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어요. 마치 어느 한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서 있는 것만 같았죠. 하지만 AI가 아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흑과 백, 색의 경계를 오갈 때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양한 영역의 경계에서 분야를 넘나들며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의 확장성 주목,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도 힘써

주 교수는 앞서 2018년,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를 공동 창업한 바 있다. 1만 원 소액부터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알리기 위해 큐레이터와 함께 인사동 전역을 돌았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고 ‘어떻게 작품을 피자 조각처럼 나눠서 구매하냐’라며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미술시장을 확장시키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이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해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매달 국내외 미술시장에 대해 강연하고, 작품에 대한 소유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작품 설명을 제공했다. 미술품 경매사로 활동하며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고객들과 소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젊은 여성 컬렉터가 ‘구매한 작품들이 모여 미술관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며 수익보다는 예술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2018년부터 고생하며 노력한 것들이 조금씩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뿌듯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미술시장에서의 진정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객들에게 미술품 소유의 기쁨을 제공하고, 미술시장의 확장을 도모하는 ‘아트투게더’의 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아트투게더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주 교수가 연구자로서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데도 영향을 주었다. 독도의 날을 맞아 아트투게더와 펄스나인이 협업하여 작가 ‘두민’과 AI 툴을 활용한 공동 작품을 제작한 것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이러한 경험은 ‘인공지능이 인간 화가에게 위협인지, 기회인지’와 관련된 칼럼을 쓰는 계기가 되었고, AI 아트의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하며, 이후 메타버스와 NFT ART에 관심으로도 이어졌다고 한다.

교육자·연구자로서 인공지능과 춤 융합

문화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에 주목했던 주 교수는 탈춤과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연구했다. 한국 탈춤의 춤사위를 중심으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개념을 통해 추(醜)의 미학을 탐구했다. 현재도 AI 아트, NFT, 메타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심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탈춤을 메타버스 세상에 접목시키는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춤’은 제 예술 인생의 뿌리인 것 같습니다. 미술시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무용학 강의와 연구를 멈춘 적이 없어요. 춤을 통해 체득한 경험들이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미술작품을 볼 때 인간의 몸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작품에서 나타난 형태미·리듬감에 대한 입체적 이해 및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한 미술품 경매 진행 시에도 어릴 적부터 서 온 무대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춤에 관한 저서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후 춤과 몸 그리고 지각의 관계는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현존으로 존재하고, 사이버스페이스로의 탈신체화를 겪는 과정에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닌 춤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내용이라고 전하며,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 예술경영 강연

“인공지능과 춤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춤은 생성되자마자 휘발되잖아요. 찰나의 아름다움을 가진 춤이 AI와 만났을 때 어떻게 무용수의 신체를 확장시키고 또 무용수에게 가능성을 만들어주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AI와 문화예술 접목해 창의적 경영 인재 양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의 ‘AI 예술경영 석·박사 과정’은 AI와 문화예술을 접목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창직 및 창업에 초점을 맞췄으며,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창업 경험을 비롯해 투자 유치까지의 여러 과정을 직접 겪은 주 교수의 경험이 빛을 발한다.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로서의 재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체득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창업 및 경영 지도를 하고자 합니다. 경영전문대학원의 장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를 실질적으로 습득하게 합니다. 학생들이 창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도우며, 일대일 매니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대 예술의 정의는 넓고, 다른 장르에서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은 다양한 비즈니스에서도 활용되어야 하며, 미적 지능(Aesthetic Intelligence)을 갖추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계를 넘어 다방면에서 성장하도록 교육

주 교수의 가치관은 교육에서도 빛난다. 학생들이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여러 방면에서 역량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미학, 미술 시장, AI 예술경영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스스로 한계를 깨부쉈던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전까지는 춤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재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른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탤런트를 발견하라고 권장합니다. 대기업의 채용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이해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이제는 빠른 속도와 변화의 방향을 잘 쫓아가는 호기심과 적응력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이름표에 얽매이지 말고 자아를 끊임없이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에 때로는 무모하게 나를 내던졌으면 좋겠어요.”

사진= 에이블아트갤러리 장애인예술전시

AI 시대의 예술가의 역할,
현실 세계 속 ‘생각하는 힘’ 길러야

주 교수는 ‘AI시대의 예술가의 역할은 이전 예술가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AI의 이해는 물론 역할과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AI 자체가 위협이 아니라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위협적 대상이라고도 전했다.

“AI 시대의 예술가는 기술, 비즈니스 감각, 철학적 깊이까지 겸비해야 합니다. 우선 기술적 이해가 필요해요. 엔지니어만큼 기술을 모르고 그들이 제목으로 붙여놓은 함수값을 보는 순간 얼어버리거든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AI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갖춰야 하고요. 대학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철학,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의 생태계도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더불어 주 교수는 ‘현실 세계’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다.

“AI 예술경영 과정을 운영하며 메타버스와 NFT ART 등 디지털 세상의 이야기를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 세계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현실 세계 속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AI 아트를 이야기하면서도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벽에 걸린 작품들과 무대에서 생동하는 예술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예술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송현 교수는 예술 영역에서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 도전하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비단 예술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예술이 삶에 무기가 될 수 있도록 강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어제 가르친 그대로 오늘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라는 존 듀이(John Dewey)의 말처럼,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뉴노멀 시대에 살아있는 지식을 가르치고자 노력하고 있는 주송현 교수의 열정적 행보를 응원해 본다. 사진제공_주송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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