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뿌리병원 대표원장,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여 어깨질환 예방법을 제시하다

사진=이현철 뿌리병원 대표원장

환자와 함께 나아가는 뿌리병원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여
어깨질환 예방법을 제시하다

이현철 뿌리병원 대표원장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대증 치료와 원인 치료로 나뉜다. 대증 치료는 병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해 처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병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당장의 통증만 없앨 수 있는 대증 치료보다는 원인 파악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대신 원인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 스스로 병에 대해 이해하고 치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뿌리병원 이현철 대표원장은 어깨관절 분야 세부전문의로서, 통증으로 괴롭히는 여러 어깨 질환들의 원인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이현철 원장을 만나, 어깨 질환의 근본 원인 및 그 병들을 예방하는 방법과 의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김유진 기자

재발 방지에서 원인 파악으로

정형외과는 근골격계의 기능을 복원 또는 보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그동안 근골격계 중에서도 척추나 무릎 위주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척추와 무릎은 보행과 관련이 큰 부위인데, 당장 걷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보행과 관련이 적은 어깨 부위는 관심도와 중요도 면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PC 사용 시간이 늘어나고 일상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어깨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현철 뿌리병원 대표원장은 회전근개 파열, 오십견, 충돌증후군, 어깨 탈구 및 골절 등의 다양한 어깨 질환에 대해 어깨 관절경 수술과 인공관절 치환술 등을 담당하고 있다. 무릎과 척추는 뼈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면, 어깨 부위는 힘줄과 연부조직과의 관련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의학적 지식이 축적되면서 어깨질환을 다루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회전근개 파열의 경우 과거에는 수술 후 다시 파열되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재파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죠. 그런데 환자분들이 수술 후 재파열 될까 봐 항상 불안해하시고 수술 후 유착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힘줄이 애초에 끊어지는 원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밝혀진 것 넘어의 근본적인 원인을 재탐구 했습니다. 재파열을 방지하는 것을 넘어서 파열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예방하는 것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죠.”

이 원장은 환자들이 회전근개파열봉합 수술을 받은 후 다시 힘줄이 끊어질 때의 원인을 분석했고, 그 원인들을 제거한 뒤로 재파열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회전근개를 감싸고 있는 뼈의 돌출(선천적일 수도 후천적일 수도 있다)을 제거하는 것(견봉성형술)이 불충분할 경우이고, 두 번째는 회전근개 힘줄을 봉합한 것이 약한 경우로 파악하였다. 이 두 가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여 방법을 찾아냈으며, 실제 수술에 적용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회전근개파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파악해서 알아낸 사실을 논문으로 작성할 계획입니다. 회전근개 주변 환경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수술을 했더니, 지금은 환자분들에게 재파열은 생각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거든요. 또 봉합법에 있어서도 기존에 있던 테크닉을 융합시켰더니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깨질환 치료 분야에서 허리나 무릎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어깨가 아파서 찾아올 때 단순히 약을 주고 수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단기적으로 통증만 가라앉히는 것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병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현재 상황이나 생활을 고려하는 전인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한 50대 외국인 노동자가 어깨 힘줄이 끊어진 채로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해도 기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케이스였죠. 그러나 환자분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수술은 권장하지 않았습니다.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이 상태로도 어깨를 쓸 수 있다 설명하고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꼭 수술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환자분이 현재 처하신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하죠.”

의사로서 당장 환자의 아픈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 써야 할 몸이므로 앞으로 길게 보고 치료방법을 찾으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일상생활 속에서 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의사와 환자가 함께 하는 것

이 원장은 “치료는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환자들이 본인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치료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은 평소 생활 환경 및 습관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질환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다.

“병을 만드는 요소가 일상생활 속에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증상 완화만 보고 치료를 하면 안 됩니다. 원인치료는 그 기간이 길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어렵고 지루할 수 있지만, 원인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드리면 환자분들도 원인치료 과정에 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염증이야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으면 금방 없어지지만, 병을 만드는 원인을 개선하지 않으면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가 계속 생기기 마련입니다. 단기적인 대증치료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어떠한 치료에도 효과가 없게 되죠. 내가 이 환자의 ‘마지막 의사’라고 생각하고 긴 안목을 갖고 끝까지 책임지는 치료를 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근육은 몸의 건강 재산과 마찬가지로, 근육을 키워놓으면 근골격계 질환을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젊었을 때 미리 근력운동을 해서 근육량을 늘려 놔야 나이가 들어서도 고생하지 않는다. 또 평소 자세가 좋지 않다고 느끼거나, 운동이 부족한 편이라면 뿌리병원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바른체형검진을 통해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 특히 근막동통 증후군과 같이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더라도 다시 재발하여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록 완치로 다가갈 수 있는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하고 적합한 치료와 일상 환경이나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완치로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근막동통 증후군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자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몸의 앞부분은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만 뒤쪽 등 근육이나 코어 근육은 점점 취약해지는 불균형이 많습니다. 등 근육 및 코어 근육은 운동을 통해서 발달시키는 수밖에 없으므로 의사가 환자에게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이 원장은 환자들에게 올바른 생활습관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의사들에게도 질병의 근본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원인치료를 고려하는 자세를 주문했다. 간혹 영상진단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의사들이 있는데, 환자를 직접 신체검사를 해보고 진료를 해야 증상을 유발하는 진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는 힘줄이 끊어졌다는 사실만 보이지만, 힘줄이 끊어진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힘줄 파열을 일으키는 원인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환자 개개인에 적합하고 최적화된 치료는 무엇인지 추천해 줄 수 있다.

의사의 기본 소양은 ‘사람에 대한 애정’

많은 사람들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소양에 대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첫손에 꼽는다. 그러나 이 원장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몸을 고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다가가서 전인적인 치료를 고민하고 환자가 정상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야 의사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제가 돈만 보고 의사 일을 했다면 아마 청주 지역에 개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돈을 떠나서 내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계속 생각했던 결과였죠. 저는 제 일이 좋고,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 자식에게도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천직이라고 느끼는데,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원장은 의사를 ‘천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오지만은 않았다. 의대에 한 번에 합격해서 의기양양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입학 후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힘들었던 일들이 초석이 되어, 어려움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고. 꼭 빨리 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된 터닝 포인트였다고 한다. 넓게 보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걸 깨달았기에 청주 지역에 병원을 개원하는 결단도 가능했다.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돈보다 높은 가치를 얻기 위해선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진료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뿌리병원은 청주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세부전문의가 있는 관절척추 전문병원이다. 세부적으로 진료하면 환자들은 불편해하지만, 결국 더 깊이 있는 치료가 가능하기에 병원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이현철 원장처럼, 뿌리병원도 천천히 거목으로 자라나 많은 사람들의 그늘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_뿌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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