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사 김태균 칼럼] 어느 무릎의사의 돈키호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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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무릎의사 김태균 칼럼] 어느 무릎의사의 돈키호테 꿈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사진= 김태균 티케이정형외과 대표원장, 위클리피플 DB

[무릎의사 김태균 칼럼] 어느 무릎의사의 돈키호테 꿈
- 관절치료가 끝나면 그 다음은?

무릎 전문 정형외과 전문가인 내가 외래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무릎이 아파서 병원을 찾는 분들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나의 원칙은 질병의 정도, 증상의 정도, 환자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자 스스로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도하는 것이다.

무릎의 병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에게는 무릎인공관절술을 권하게 된다. 무릎인공관절술은 신속하게 통증을 제거하며, 기능을 회복시키고, 수십년을 넘는 관절수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치료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수술 후 3개월이 경과하였을 때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회복이 되며 수십년이 넘는 관절수명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재수술에 대한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수술을 시행한 정형외과의사는 수술 후 합병증 없이 회복되고, 관절운동범위가 130도 가량 되고, X-ray에서 보이는 관절상태에 문제가 없으면 환자에 대한 의사로서의 의무가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제 다음 번 방문은 1년 후에 하시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악수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이것이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보살핌일까? 아니면, 환자와 가족을 위해서, 또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더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할 때에 비해서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는 수술 후에도 환자를 더 가깝게, 더 자주, 더 오래 추적 관리를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으로 환자를 위한 우리 정형외과의사들의 역할은 관절수술 후 관절기능회복 후에도 지속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관절 수술 후 환자의 삶을 지속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 컬럼에서는 관절의 문제를 해결한 후에 환자를 위해서 정형외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케어의 영역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견해를 함께 하고자 한다.

인공관절은 물론, 주변 관절, 척추, 뼈, 근육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보살핌을 지속해야 한다.

환자가 관절수술에서 회복되고 나면, 수술한 관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생활습관 개선 및 규칙적인 운동으로 관절의 기능과 수명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일은 수술한 관절 외에도 관절, 척추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다른 관절에 질환이 있다면 질병의 정도에 따른 적당한 치료법을 찾아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고통을 적게 겪으며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화에 따라 통증과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관절질환, 근력 소실, 골절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바른 자세와 생활습관, 근력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습관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사안이다.

수술 후 환자가 만성 노인병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관절, 척추, 근육의 건강이 회복된 후에도 나이 듦에 따라 만성질환이 발생하게 되며, 뇌기능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이 듦에 따라 하나씩 둘씩 나타나는 노인병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점차 악화되는 뇌기능 악화에 따른 인지기능, 감정조절, 수면에서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고 치료할 수 없다면 잘 순응하여 삶의 질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노령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질환, 정신적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전문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되지만, 많은 경우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환자 및 보호자들은 수술 후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온 정형외과 의사의 역할을 신뢰하고 기대한다. 진실로 나는 수술 후 환자들에 대한 총체적 관심과 배려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정형외과의사가 노년의 삶을 보살피는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내과적 노인병, 정신기능 질환에 대한 전문가의 치료를 조율하는 방법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화의 과정을 이끌어 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 후 20년, 30년 환자들을 추적 관리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어느 시점이 되어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여 가정에서 지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요양원 등의 입원치료기관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게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서 입소한 입원요양기관에서의 치료가 환자에게 남아있던 독립적인 생활능력마저 빠르게 훼손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보행 중 생길 수 있는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요양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활동 제한 지침, 저하된 뇌기능을 보강하기 위해서 처방하는 정신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 환자의 활동을 더욱 감소시키는 것이다. 관리효율성과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야하는 요양기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사실 노인의 몸과 마음의 건강,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은 노인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면에서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뼈, 관절, 근육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형외과 의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완성을 향한 마지막 여로, Hospice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반드시 가는 길, 가야 되는 길, 삶의 마지막 여정, 죽음이다. 그가 무엇을 하건 어떤 길을 걸어 왔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야 되는 여정이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서 한 걸음 씩 다가가는 것이 사람의 운명임을 알고 있지만, 육신의 질병으로 삶의 종착점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시한을 갖고 살아가는 기간, 그 기간을 보살피는 분야를 우리는 호스피스라고 부른다. 그것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지내다가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어쩔 줄 모르고 본인도 가족도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지내다가 속절없이 맞이하고는 그러고는 잊고 지나간다. 그러나 이렇게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맞고 지나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태어남은 소멸을 향해서 가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시인이 말한,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의 이치로, 오히려 소멸의 순간, 아니 소멸을 향해서 다가가는 순간을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 완성의 순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은 많은 경우 종교의 역할로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에 관계없이, 또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환자/가족)도 쉽게 이해하고, 인정하고, 따라올 수 있는 길을 의학의 영역에서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 환자 및 가족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질병에서 오는 신체적 고통,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 그리고 남겨지는 가족들이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슬픔이다. 이에 대해서 정형외과의사들이 환자에게 약속하는 성공적인 인공관절술을 위한 세 가지 성공 요인, 좋은 인공관절을 선택하고, 정확한 수술을 해주고, 환자에게 맞는 최적화된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수술 결과도 좋게 하고 치료 받는 과정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처럼, 신체적 고통에 해서 적절한 대처를 하고, 소멸의 운명에 대한 영적 인도를 하고, 남겨지는 가족이 사회경제적 대비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서 오는 슬픔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육신의 가동을 책임을 책임지고 있는 정형외과가 의사가 정신의 가동과 영적인도에도 관심을 갖음으로써 사람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마지막 여정을 이끌어 가는 선장(captain)이 되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김태균 티케이정형외과 대표원장, TK Life Care 대표

profile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해군군의관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및 전임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미국 루이빌 인공관절센터 임상전임의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임상전임의(스포츠의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관절센터 교수
미국슬관절학회 정회원
국제학술지 CORR 부편집인
인공관절회사 Smith & Nephew, B.Braun, Zimmer 자문의사
사단법인 한국경제협업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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