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욱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마음이 건강한 "자유로운 개인" 꿈꾸다

사진_고대욱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환자 삶에 동행하는 회복의 여정
마음이 건강한 "자유로운 개인"을 꿈꾸다

고대욱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몸에 상처가 나거나 이상 반응이 느껴지면 우리는 당장 치료하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마음이 느끼는 고통 앞에서는 아직도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마음이 아픈 것을 ‘감기’에 빗대며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를 한결 가벼이 여기자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더 큰 목소리와 변화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마음의 병이 회복되면 외적인 환경에서 삶의 질 전반이 개선되기 마련일 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치료해야 하는 이들이 어떤 장애물 없이 치료받는 내일을 꿈꾸고 있다.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고대욱 대표원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살 것 같다”라는 말과 미소 지으며 병원을 나서는 이들을 볼 때마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들이 상생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보통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주 불편해하는 증상을 살펴보면 사실 잘 못 자고, 자주 우울감을 느끼며 불안에 시달리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고대욱 원장. 삶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정신건강 분야의 진료를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날 중 하루를 <위클리피플>이 동행해 보았다.
취재·글_이나현 기자, 윤혜은 기자

정진하는 마음 아래 탄생한 ‘마음쉼’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하 마음쉼)’은 코로나 시국에 개원하여 이제 2주년을 맞이한 의료기관이다. 이곳에서 고 원장은 직장인, 주부, 학생과 같이 인근 주민들의 마음을 돌보고 진료하는 다정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으레 예상 가능한 정신과 의사의 날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유튜브 채널인 ‘마음쉼 TV’를 운영하며 진료 철학을 알리고 있다는 것. 그는 “공통적인 수련 과정을 통해 전문의가 되었지만, 개개인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사로서 성숙해지는 것 같다”라며, 전문의 이후의 공부와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천 쪽에 있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전문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었어요. 그곳은 현실 감각이 결여된 조현병과, 만성적으로 알코올에 의존된 분들이 주로 입원하여 치료하던 곳이었죠. 치료 과정에서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거나 퇴원 후 일상을 지켜가는 분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열심히 치료에 임하고 금주 유지를 다짐하며 퇴원한 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폭음하여 입원할 때면 좌절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노력하는 법과 어쩔 수 없는 일에 수용하는 마음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죠.”

현재 고 원장의 전문 치료 분야는 공황장애, 강박장애, 성인 ADHD, 조울증, 식이장애 등의 질환이다. 수련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분야들이 대체로 심리적인 고뇌에 빠진 환자를 상담하며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주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래 치료가 더 잘 맞는 것 같았단다.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名醫)로 알려진 ‘편작’의 삼형제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진짜 명의는 중증의 질환을 치료해 내는 것이 아니라, 경증일 때 조기 치료하거나 예방을 통해 병이 생기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동감해요. 입원 치료까지 가기 전에 조기의 치료자의 개입으로 삶이 달라질 가능성을 더욱 품고 있는 셈이니까요. 의원에서 제가 진료하는 분들께, 또 소소하지만 제가 꾸준히 운영하는 유튜브 ‘마음쉼 TV’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화합하며 성장하는 의사를 목표로

고 원장은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갈 때 중요한 자세로 ‘지금, 이 순간’을 꼽았다. 이를 좀 더 확장하면 ‘나와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사람’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삶뿐만 아니라 환자를 진료할 때에도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세 자녀를 키우는 동시에 개원하고 진료하며 발전하는 과정 자체가 제게도 큰 도전이었기에 걱정도 많이 하고 불안도 느꼈습니다. 나름대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찾고 발전시켜왔어요. 대표적인 것이 가족과의 대화 시간, 산책, 명상, 독서, 테니스 그리고 불안 요소와 감사한 점 정리, 관점 전환 연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그 결과 현재까지 제가 느끼게 된 것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유기적으로 세상과 연결돼있는 가운데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들도 제 진료에 많이 묻어나고 있어요.”

그는 함께 일하고 있는 여성욱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국 동문 후배이자 이제는 동료가 된 여 원장은 의국 시절이 겹친 적은 없지만, 퇴국 이후 우연한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신뢰를 쌓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발 앞서 고 원장의 뜻을 헤아리고 정성으로 진료해주시는 여성욱 원장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쉼’의 호조는 두 원장의 조화뿐만 아니라, 고 원장이 트라우마 치료에 활용되는 국제 EMDR(안구운동 민감 소실 재처리 요법) 협회 공인 치료자이면서, 대한 불안의학회의 불안장애 심층 치료 과정을 수료하는 등 여러 분야에 많은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이 연구해온 의지와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EMDR 치료 방법은 안구를 좌우로 운동시키는 동안 환자가 자유 연상을 하게끔 만들고, 치료자가 중간에 개입하여 과거의 다친 기억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치료 방법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즉,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지요.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걸 보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효과는 굉장하다는 걸 느꼈죠. 또, 흔히 정신과 치료를 생각하면 ‘약만 주더라’, ‘약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 ‘의존성이 심하다’라는 반응이 있는데요. 불안장애 심층 치료에 관한 공부는 평소 약이 아닌 치료 방법을 찾던 제 목마름을 해소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불안 증상을 겪는 분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불안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생각들 그리고 그와 연관된 행동들이 연결 고리를 이루고 있어 맴돌면서 증상을 증폭시키게 되죠. 그러한 생각을 역전시키고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바로 ‘인지행동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현재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며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 원장의 관심사는 ‘명상’을 향해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며, ‘명상 심화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고. ‘수용전념치료’ 공부에 매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틈틈이 룬드벡社의 항우울제 처방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강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온전히 자유로운 삶을 위한 여정

의료인으로서 고 원장의 궁극적인 바람이자 목적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둘째, 증상과 병의 회복뿐 아니라 내외적 자원 개발을 통해 삶의 질 전반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 셋째, 종국에는 치료에서도 독립되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

그리고 ‘마음쉼’의 경우 의원에 오기 전부터 의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이미 진료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 내용을 포괄적으로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사전 전달하고 있고, 진료하면서는 개인에게 맞추어서 각각 구체적으로 진행해가고 있었다. 그의 성실하고 사려 깊은 진료 가운데에서도 기억에 남는 얼굴들을 물었다.

“이혼 후 싱글맘인 30대 여성분의 치료 사례인데요. 오랫동안 불안과 우울 증상을 겪으면서 타원에서 치료받던 중 오셨었어요. 직장 동료와의 관계 어려움, 홀로 개구쟁이 남자아이를 돌보는 고민을 함께 나누었었죠. 처음에는 스트레스 대처 자원의 부족과 성격적인 특성으로 증상이 오래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평소 하기 싫은 일을 계속 미루게 되고, 여러 일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충동적으로 언행과 의사결정을 하는 등의 증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인 ADHD가 있음을 알게 되었죠. 그에 대한 치료가 도입된 이후로는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로 만족스럽게 지내셨어요. 최근에는 무속인으로 전향하고 본인 삶의 자유를 향해가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현대인들을 위한 정신건강 조언을 부탁하자, 고 원장은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개인이 해볼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 세계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자신을 잘 돌봐야겠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정량의 건강한 식사와 몸에 해로운 행동을 삼가며 햇빛을 보며 적당한 신체활동을 하고, 관심사를 나의 몸과 마음에 두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아야 합니다. 또 중요한 건 ‘타인과 고립되는 것의 경계’입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지고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에 갇히기 쉬우므로, 관계를 통해 점차 힘을 회복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환자의 회복을 돕는 과정에서 의사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행복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퇴근하면, 온전히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갖고 내 일과 삶에 분명한 경계를 그어 놓는 것.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삶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고 원장이 늘 다스리고 점검하는 부분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마음을 나누는 삶

현대인과 정신건강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내용이다. 최근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세상도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통 사람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고 원장의 바람처럼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 있거나 이야기하더라도 쉬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할 수 있는 선에서의 노력을 차근차근해 나아갈 셈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성실하게 진료에 임하고, 진료와 정신건강 관심 분야에 대한 경험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사회적인 인식과 시스템 개선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해 잘 이해하도록 하고, 스스로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내외적 자원을 개발시켜 종국에는 치료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지침서를 출판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온라인 상의 서비스로도 발전시켜서 더 많은 분이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_마음쉼 건강의학과의원

profile

現) 마음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前) 보람병원 진료원장
前) 국군양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前) 국군양주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장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불안의학회 불안장애 심층치료 과정 수료
국제 EMDR 협회 공인 치료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불안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정회원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평생회원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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