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현 영도병원 병원장, 환자 위한 신념으로 부산지역 일류 의료 서비스를 실현하다

사진_정도현 영도병원 병원장

탑어워즈 대상(의료계·위암 복강경수술부문) 선정
환자 위한 투철한 신념으로
부산 지역 일류 의료 서비스를 실현하다

정도현 영도병원 병원장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원정 진료’ 또는 ‘원정 수술’은 익숙하다. 심각한 병에 걸리면 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수술이나 치료를 받는 것을 ‘원정’에 비유한 것이다. 전국의 환자들이 몰리는 탓에 대학병원 진료 예약은 365일 가득 차 있으며, 대학병원 근처에선 입원환자의 가족들이 단기 숙소를 구하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서조차 수술받기 위해서는 서울로 떠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의료 인프라 자체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이 때문에 인재도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역민들이 수술받으러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보장된 교수의 길을 버리고 과감히 ‘낙향’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영도병원 정도현 병원장이다. 그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다 부산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고향 부산으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정 병원장은 ‘부산 사람이 부산에서 일류 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헌신을 다하고 있다. 그의 모습은 진정한 외과 전문의의 자세란 무엇인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취재·글_이나현 기자, 김유진 기자

부산 시민을 위한 일류 의료 서비스 실현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지만, 의료 인프라 면에서는 서울과의 격차가 큰 편이다. 부산 사람들도 큰 병에 걸리면 서울로 상경해 수술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부산 사람도 부산에서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문을 연 곳이 바로 영도병원이다.

설립 목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도병원은 지역 중심의 종합병원을 표방한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생명과 직결된 진료 과목은 물론 정형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등 삶의 질과 관련한 과목까지 다양한 진료가 가능한 곳이다.

최근에는 부산에서도 개원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영도병원은 2018년 정도현 원장 부임 이후 4년 만에 외과 수술 건수가 기존 160건에서 2,045건으로 12.7배나 늘어났다. 코로나 시국에는 헌신적인 자세로 코로나에 대응, 부산시장 상을 받을 정도로 지역 건강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산 지역에 와서 보니 양산에서 영도까지 무수히 많은 병원이 있음에도 아무도 수술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수술받을 곳이 없으니 멀리서부터 우리 병원까지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았어요. 이 환자들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최상위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영도병원의 목표입니다. 현재 네 명의 외과 과장이 있고, 다른 과도 동반 성장한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수술 거점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영도병원은 정도현 병원장의 아버지인 정준환 명예 원장이 40년 전 영도의원에서 시작, 현재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정도현 병원장의 애착도 남다르다. 정 병원장은 ‘부산 사람이 부산에서 일류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의료 신념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이야기한다.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KTX를 탄 채 400km를 달려야 하는 현 의료 현실이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매일 한 명의 환자를 한순간 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환자는 그 진료와 그 수술에 일생을 겁니다. 일류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부산 사람이 부산에서 치료받기를 바라는 것은 큰 잘못일 것입니다. 지역 종합병원답게 일류 의료와 일류 수술로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교수의 길을 접고 내려오던 그날의 초심을 잊지 않고 한결같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도 영도병원 의료진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서울대 병원과 교류하여 재교육받는 등 일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병원장은 부산 사람들이 고난도의 수술이나 치료를 위해 서울까지 먼 걸음을 하는 일이 없도록 지역 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소질 없다’는 생각에 낙담…자신감 얻기까지

정 병원장은 부친이 외과 의사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소질이 있을 거라 막연히 믿고 외과 전공의를 선택한 경우다. 고된 외과 전공의 생활은 밤낮없이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은 있었지만, 집도의로서의 성장은 느려 스스로 수술에 소질이 없다고 느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전임의(펠로우) 생활을 마치면 수술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중, 분당서울대병원 김형호 교수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게 된다.

“펠로우 때 지도교수님으로 모시게 된 김형호 교수님 덕분에 제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김형호 교수님은 복강경 위암 수술의 선구자로 부산대학교를 나오시고 동아대 조교수로 계시다가 거의 최초로 외부 출신 교수로서 서울대에 스카우트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이런 교수님 밑에서 배우고 익히다 보니 서서히 자신감이 생겨 펠로우 2년 차 가을에 갑자기 진입 장벽을 넘게 되고, 스스로 수술을 잘한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고난도 수술 사례를 갖고 계신 한 교수님이 사석에서 복강경 위암 수술이 2시간을 넘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고 자랑삼아 말씀하셨을 때, 당시 저도 2시간 안에 위암 수술이 가능했던 경험이 있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죠.”

전문의 시절 정 병원장이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한 분야는 말기 위암 환자 중에서도 복부에 암이 완전히 퍼져 손쓸 수 없게 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느냐였다. 당시 전체 위암 환자 생존율이 85%였는데, 생존하지 못한 나머지 15%의 환자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고민한 것이다.

전문의를 취득한 해에 학회에서 학술상의 부상으로 100만 원을 받은 것을 계기로 연구에 더욱 매진했고, 그해 가을에는 SK 헬스케어로부터 4000만 원을 지원받아 복부 전이암 치료 기계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평소에는 환자 진료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동물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논문을 쓰는 등 주경야독을 거듭한 결과였다.

연구 결과가 SCI 학회지에 무수정 게재되었고, 미국 학회로부터 초청받아 강연을 여는 등의 성과도 올렸다. 치료 기계는 지도교수와 함께 공동연구자로 특허 등록도 마쳤다. 정 병원장은 당시 연구 활동에 대해 SCI 논문은 물론 연구비 수주, 특허 취득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운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한다.

정 병원장이 2년의 펠로우 생활을 마치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조교수로 임용됐을 때, 복강경 수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오히려 개복 수술에 대한 자신감은 비교적 떨어져 있었다. 이때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의 시니어 교수였던 목영재 교수가 정 병원장을 이끌어주었다. 목 교수는 일본에서 위암 수술을 배워 왔고, 정 병원장은 그 밑에서 3년간 개복 수술을 익히면서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 모두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덕분에 수술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을까 예상했던 정 병원장은 생각과는 달리 현재 한 해에만 700명 가까이 수술하는 외과의로 성장하여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사 선택할 것

인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달리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70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웬만한 병에 걸리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병이 악화되기 전에 사람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병을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고통 속에서 20~30년 가까이 보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100세가 건강한 70세보다 더 행복할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끔 70대에 암 수술을 받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만날 때가 있는데, 요즘은 100세에도 위암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시대입니다. 급속히 발전한 현대 의료 수준을 모르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죠.”

“물론 아직도 현대의학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의대 동기 중에 한 친구가 알고 보니 위암 말기였는데, 위암이 난소까지 퍼져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 이상 지나서 지금이라면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2022년에도 의술이 그 친구를 살릴 수 있는 수준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울 뿐이죠.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암이 정복되지 않았고,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외과의라면 고난의 길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다. 외과의는 수술이 필수인 데다 고되고 수련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의대생 사이에서 피하는 분야로 꼽힌다. 그런데도 정 병원장은 외과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다시 태어나도 외과의를 선택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겉보기에 좋은 것을 생각한다면 외과는 힘들겠지요. 그러나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나 스스로 발전해서 환자에게 건강이든 생명이든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외과의로서 대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병원장은 의료계를 은퇴하기 전, 앞서 간 의대 동기를 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의료기술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10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그가 남들이 피하는 말기 위암 환자 치료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온 것도 무의식 속에서 이러한 바람을 계속 지켜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계속 발전하는 한, 영도병원은 부산 지역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서 항상 든든히 서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_영도병원

profile

이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전공의 수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위장관외과 전임의 수료
고대구로병원 조교수 역임
前 영도병원 외과원장
現 영도병원 병원장

학술활동
국제위암학회 정회원
대한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위암학회 정회원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정회원
대한 암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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