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범 새숨병원 병원장, 통합암치료와 전인적 생명 케어를 실천하다

사진_박준범 새숨병원 병원장

환자의 전인치유 위한 가치 철학으로
통합암치료와 전인적 생명 케어를 실천하다

박준범 새숨병원 병원장

과거 암에 걸리면 수술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생존율을 가늠할 정도로 수술에 의지하는 면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면역학과 유전자학, 암세포 대사 등 암 치료와 관련한 분야의 연구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특히 암 환자들이 항암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겪으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그 결과 환자 중심적인 암 치료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통합 암 치료’가 주목받게 됐다.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는 통합 암 치료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심신 치유, 천연물, 생활 방식 변화를 통해 표준 암 치료와 병행하는 환자 중심적, 근거 기반 적 암 관리 분야’라고 정의한 바 있다. 즉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암 표준 치료의 효과까지 증대시키는 게 통합 암 치료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항암부터 환자의 심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만큼, 통합 암 치료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숨병원 박준범 병원장은 생명 우선의 통합 암 치료를 지향하며 환자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 전인적인 치유와 회복을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전인 치유’란 무엇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이나현 기자, 김유진 기자

새숨병원이 추구하는 ‘전인치유’란

현대의학의 암 치료가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암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와 같은 통상적인 치료를 적용받았다. 이 세 가지를 암 표준 치료라고 부르는데, 표준 치료를 장기간 받다 보면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쇠약해지고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을 느껴 환자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었는데, 이를 ‘통합 암 치료’라고 부른다.

새숨병원은 통합 암 치료, 특히 ‘전인 치유’를 강조하는 병원이다. 박준범 병원장에 의하면 전인 치유란 인간의 몸과 마음, 영혼이 질병을 담고 있는 전체적 실재임을 인식하고 환자의 몸(세포와 모든 형질)은 물론 전 존재를 회복시키고자 돕는 것이다. 여기에는 면역력 강화, 생활 습관 개선, 운동요법, 영양 식이와 심리치료까지 포함된다. 그야말로 ‘통합’ 치료인 셈이다.

“암은 유전 원인뿐만 아니라 발암물질,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의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암의 원인과 배경을 다각적으로 접근해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재발률은 낮춰야 하는데, 여기에는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까지 포함됩니다. 나아가 인간의 몸은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암 환자들의 심리적인 부분, 영적인 부분까지 총괄해 케어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암’이라고 하면 ‘죽을병’이라는 인식이 첫 번째였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보건복지부 ‘암 등록통계’에 의하면 2019년 기준으로 암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70%에 달한다. 새숨병원에서도 의학적으로 생존율이 낮은 4기 이상의 환자가 6년 이상 생존한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수술이나 항암을 잘해서가 아니라, 항암 면역증강 치료하고 식생활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면서 회복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말기 환자의 경우 항암 면역주사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매주 꼬박꼬박 방문하면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우리 병원의 정체성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 수술하고 항암을 끝낸 사람들이 5년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또 전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이된 환자들도 생명의 위협을 극복하는 항암력과 면역으로 일어나도록, 나아가 이 사람들이 직장에 복귀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박 병원장이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암에서 회복한, 일명 ‘탈암(脫癌)’한 환자가 일터로 돌아가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다. 그는 암 환자들에게 “어떤 병기에 발견했든지 실망하지 말고 사람의 생명을 의학의 통계에서 규정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한다. 치료 가능성은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얼마나 자신의 건강을 주도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식이부터 마음까지 총체적 케어

박 병원장은 원래 외과의로서 암 수술 팀에 속해 있다가 1997년 암 환자들을 위한 ‘전인 치유’ 운동을 시작하면서 통합 암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 선교사로서 의료봉사를 했던 것을 포함하여 1997년도부터 암 환우들의 ‘전인 치유 운동’을 펼친 복내전인치유센터 (대표: 이박행 목사)에서의 활동 등이 통합 암 치료에 전념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의료선교사로 중동 예멘에 병원을 두 번 세웠습니다. "생명의료원"이라고 빈민들을 위한 자선병원이었죠. 그러다 2011년부터 내전이 발발해 총격전까지 벌어지면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돌아와서는 미국과 독일에서 연수받으며 암 치료에 대한 선진적인 연구를 습득했고, 국내에서 황성주 박사의 ‘사랑의 병원’ 대표원장으로 있으면서 통합 암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2020년 새숨병원을 오픈하면서 전인치료를 강조하는 병원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박 병원장이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단순히 좋은 약을 쓰고 좋은 병원에 다니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케어가 이루어질 때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사망률이 높은 췌장암, 담도암 말기 환자의 경우 병기가 상당히 진행되어 병원을 찾아오면 최선을 다했음에도 ‘터닝 포인트’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 병원장 역시 이러한 경우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이 이전에 비해 더 나은 삶, 더 높은 생존율을 누리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암 환자들이 케어 받을 수 있는 영역 또한 훨씬 넓어졌다. 새숨병원은 암 환자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바이오필리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아로마테라피로 통증, 감염, 불면증, 불안, 스트레스 등을 다스린다. 또 입원 환자에게는 엄선된 식재료와 자연방식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항암·면역 영양 식이를 제공한다. 퇴원 후에도 식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상담실을 마련했다. 이는 현대인의 암 발생이 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박 병원장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도시의 물, 공기, 토양은 물론 매일 먹는 식품까지 오염되어 있다 보니 발암 요인이 많이 나옵니다. 또 노동 환경도 열악해서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피로에 시달리기도 쉽죠. 수면을 박탈하거나 휴식을 할 수 없는 환경 역시 암 발생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병원 밖에 있는 환자들도 ‘항암적인 생활’을 해야 암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항암적인 생활’에는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고, 지중해식 식사를 하는 것 외에도 ‘사람과 사회적 지지 안에서 사는 것’이 포함됩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암을 물리치는 힘을 준다는 것.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쉬운 현대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암 치료, 인간에 대한 통찰 필요

환자는 병원에서 먹고 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때도 있었지만, 박 병원장은 암 환자들이 몇 개월 동안 요양병원에 갇혀 있기보다는 자기 집에서 왕래하며 주치의처럼 자주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암 환자는 환자이기 이전에 생활인이고, 자기 삶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합 암 치료는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박 병원장이 후배들에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의학의 가장 큰 맹점이 인간을 보지 않고 암세포만 보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철학적 접근, 연민과 사랑, 동정심 없이 암을 없애는 데만 집중하면 자칫 환자의 삶이 외면당하고 맙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암을 가지고 있는가, 암이 인간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인데, 현대의학에서는 암 덩어리를 어떻게 하면 사멸시킬 수 있을지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암 의학은 암이 있는 인간을 치료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숨병원은 ‘암과 생명 그 전체를 봅니다’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와 케어에 헌신함으로써, 환자들이 전인적인 생명으로 회복해 삶의 소명을 이루도록 돕는 게 의료진의 목표다. 박 병원장의 목표 역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에 대한 고민을 가장 깊고 면밀하게 도와주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생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 환자들의 생명을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인생의 길이와 관계없이 얼마나 자기 결정권을 갖고 삶을 일구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생활 방식을 습득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실천한다면 암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부터 큰 회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암에 걸린 이후 회복하면서 새 생명을 얻은 듯 삶이 변화한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러한 사례는 암 생존율과 같은 수치도 중요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과정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암을 치료하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숨병원은 암 환자가 암세포에 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의학의 역할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_새숨병원

profile

現 새숨병원 병원장
(사)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대한비타민연구회, 미슬토 임상연구회 회원
하버드의과대학(HMX) 면역학 이수
리오단클리닉 통합치료 연수
前 사랑의병원 대표원장
독일 통합의학 IMM2016 연수
일반외과 전문의,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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