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삼육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반려동물산업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양성하다

후학 위한 변화와 조력, 행동하는 교육자
반려동물산업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양성하다

정훈 삼육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교수 | 한국반려동물연구학회장

1인 가구, 저출산 증가 등의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구’가 늘고 있다. 더불어 정서를 교류하고, 인생을 공유하는 가족 같은 존재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진화하면서 반려동물의 복지와 건강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conomy)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삼육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정훈 교수는 이러한 반려동물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야생동물에서 반려동물행동 연구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반려동물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취업 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향후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현실적인 지침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가장 먼저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과 올곧은 교육 철학으로, 학생들의 취·창업을 위한 실질적인 활로 개척에 힘쓰고 있는 정훈 교수를 만났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김은혜 기자

야생동물 행동학에서 반려동물로, 연구 영역 확장

정 교수가 지난 25여 년간 연구한 동물행동학은 생태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로, 모든 동물의 행동에 대한 기원을 찾고, 나아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광범위한 학문이다. 그가 이와 같은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릴 적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의 이상행동에서 비롯한다. 당시 그의 가족은 아파트로 이사를 앞두고, 새끼를 낳은 진돗개의 거취 문제로 고심했다. 동물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부모님과 대립하며 끝까지 개를 지키려 했지만, 어느 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진돗개는 자기가 낳은 새끼 두 마리를 삼키고, 열흘간 밥도 먹지 않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동물행동학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까지 극지연구소, 국립 생태원 자문 등 다양한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가치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몸담고 있는 삼육대학교 동물생명자원학과는 현재 바이오, 생태학, 축산, 반려동물의 네 가지 교육과정을 필두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바이오 분야가 빠지고 ‘동물자원과학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반려동물 분야를 강화시킬 예정이다. 반려동물 시장의 급격한 성장 추이에 따라, 한국반려동물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 교수가 관련 커리큘럼을 개설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나 아직은 반려동물학이 가야 할 길이 멀다. 정 교수는 자연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동물행동학에 비해 반려동물학의 경우 다소 한정적 영역을 다루고 있지만, 사회적 성장에 따른 발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행동학과 반려동물학은 연구의 깊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행동학의 범주와는 목표가 다르고요. 동물행동학은 기원을 찾아가는 학문으로, 우리가 환경에 관련돼 있는 부분이 분명히 제시되는데 비해, 반려동물학은 인간이 만든 품종 안의 이야기이며, 학문적으로도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관련 교과목을 편성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졸업 후 학생들이 반려동물 산업계로 많이 진출하고 있죠.”

이렇듯 정 교수의 선견지명(先見之明)과 실질적인 지도 아래, 삼육대학교 동물생명자원학과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동물 관련 산업 전반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축산 공무원, 축산물 품질평가원, 동물원, 동물 사료 회사 등의 반려동물 업체, 극지연구소, 국립생태원, 국립공원연구원 등의 각종 연구소로 진출 중이다.

펫 휴머니제이션 시대, 반려동물산업 가속화될 것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과 더불어 코로나 펜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 입양 숫자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사료, 용품 등 온라인 쇼핑인 반려동물 이커머스(E-Commerce)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또 펫 택시, 펫 유치원, 장례서비스, 금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양식의 반려동물 전용 상품이 출현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반려동물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굉장히 커졌어요. 사람들을 만나는 대면 횟수는 줄고, 집에서 강아지를 많이 키우게 됐다는 거죠. 이와 더불어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중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동물에 대한 국내 정서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병원비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됐죠. 그런 추세이기 때문에 반려동물 시장이 굉장히 급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반려동물이 또 다른 가족이 되면서 사람과 같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찾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물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인재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수의사를 도와 동물을 간호하고 진료를 보조하는 ‘동물보건사’의 역할이 커졌다. 그간 많은 이들이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간호사로 일했지만, 국가 공인 자격제도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내년 2월,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이 처음 치러지면서, 전문 인력 양성의 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체취견’으로 냄새 증거 확보, 반려동물행동학 비전 창출에 주력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에 관심이 많은 정 교수는 최근 체취견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냄새는 지문처럼 개별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범인 식별이 가능한데, 범죄현장에서 훼손될 여지가 있는 지문이나 유전자와 달리, 냄새 증거는 지울 수 없다는 특징에 착안했다. 그는 올 3월부터 경기북부 경찰청과 과학수사의 새로운 기법인 ‘냄새 증거 도입에 관한 공동연구’에 나섰다. 인간에 비해 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 기능을 가진 체취 선별견 ‘소리’가 이미 7개월간의 훈련을 마쳤으며, 현재는 객관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구축과 훈련과정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또 정 교수는 이 연구를 토대로 학생들이 직업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경찰견을 관리할 수 있도록 취업 연계를 제안한 상태다.

“제가 추진 중인 것은 인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반려동물에 관한 연구인데요. 경찰견 중에서도 체취견을 저희가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점차 지능적인 계획범죄가 많아지면서, 범죄현장에서 지문 획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지문이 아닌 ‘현장에 남겨진 냄새를 가지고 증거를 만들자’라는 취지에서 ‘체취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냄새를 온전히 지울 방법이 없는데, 후각 민감도가 뛰어난 체취견이 냄새 입자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거죠. 현재 화학전공자들이 냄새 분자를 농축시키고, 기체를 포집하는 기술 등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냄새 증거 표준 매뉴얼도 발간할 예정이며, 냄새 증거가 과학수사에 채택돼 활용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취·창업을 위한 조력자 역할에 만전

정 교수야말로 실천하는 지성이자 생동하는 교육자의 표본이 아닐까. 그는 이미 오랜 기간 쌓아온 업적을 뒤로하고, 오로지 학생을 위해 새롭게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반려동물 행동학 분야로 뛰어들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오로지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일념으로 결단을 내렸다. 정 교수는 시대에 따라 교수 자신이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교육적 신념을 몸소 실천하면서, 학생을 위한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

“전공을 바꿔 반려동물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 공부를 해야 하니까 어렵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제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교수 자신이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전공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현재가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의 시대인데, 교수 자신이 가솔린 엔진 기술밖에 없다고 해서 그것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끔 교수 역시 노력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학생 스스로 자기 한계를 알고 남다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취업 경쟁의 최전선인 대학에서 한계를 마주하고 피상적인 학문이 아닌 실질적인 전략 제시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 자신이 좋아서 하는 연구와 학생들의 미래 비전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오직 학생 개인의 역량을 높여, 유기적으로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정 교수는 시대적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진정한 교육자이자 든든한 조력자로 곁을 지키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연구를 강요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저도 사비로 개인적 흥미가 있는 야생동물행동과 환경생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그쪽으로 학생들을 억지로 이끌지 않습니다. 제 분야를 공부하길 원한다고 해도 대학원생으로 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처럼 먹고살기 힘든 사회 구조 속에서 진로로 이어지지 못하는 연구를 교수 개인의 이기심으로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제 주된 역할은 학생들이 본인의 역량을 파악해서 잘 되는 쪽으로, 즉 취업과 창업을 잘 하도록 많이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그런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동물행동학 분야 연구와 함께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profile

한국반려동물연구학회장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조류학회 이사
국립생태원 자문위원
극지연구소 자문위원
국립생물자원관 자문위원
냄새증거 기반 구축 연구사업 책임연구원
휴니멀협동조합 반려동물 의료복지 추진위원장
MGTV 반려동물분야 자문위원
㈜펫플러스랩 자문위원
㈜우리엔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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