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건축학부 오상근 교수, “위험이 샐 틈 없는 ‘안전 대한민국’을 위하여”

위험이 샐 틈 없는 ‘안전 대한민국’을 위하여
국내 최초 방수 전문가, 누수 예방 국제 표준(ISO)과 품질 기준(KS) 개발로 건설 안전의 지표를 만들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회장

안전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불안전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구조물은 사람이 거주하거나, 일을 하는 용도로 삶과 뗄 수 없는 시설이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간 동안 안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건설 안전에 신경 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노력과 비용이 더 들어가기도 하거니와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와 같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는 순간임을 잊어선 안 된다. 건설 안전 관련 사고는 무엇보다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일이 터지고 나서야 실행하는 미봉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소한 사고에 무감각하며,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많은 이들에게 시설물 안전 문제의 예방과 일상적 유지관리(보수･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방수 분야의 국제적 표준 전문가 오상근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취재_오미경 기자, 장현수 기자 / 글_장현수 기자 news@weeklypeople.net (제보)

● 왜 방수가 중요한가?

오상근 교수는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시설물에 있어서 왜 방수가 중요한지에 대해 먼저 짚어주었다. 구조물에서 물이 새면 구조체의 내구 성능이 떨어지고, 불안정해지며, 그러다보면 구조물의 수명은 짧아진다. 또한, 물이 침입하게 되면 구조체 자체에도 피해가 크지만, 내부에 설치된 내장재 및 내부 보관 물품들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누수가 일어나면 많은 유물들이 물에 젖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발전실, 통신실 등에서의 누수는 동력과 정보를 차단시키는 위험도 발생시킨다.

또한, 지하수의 유해 물질 유입에 따른 환경오염 및 건강의 위협도 발생시킬 수 있다. 지하구조물의 경우, 물이 들어오면 지반의 ‘라돈 가스’가 녹아들 수 있다. ‘라돈 가스’는 흡연 다음으로 폐암의 주요 요인인 위험한 물질이다. 건물 누수가 건강 위협과 직결되는 부분인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반 침하(싱크홀, Sinkhole) 역시 구조물 내부로의 물의 침입(누수)이 커다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누수는 다양한 곳에서 인간 및 구조물의 안전에 큰 문제들을 야기하기 때문에 방수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신축하는 구조물에도 방수 기술이 필수적이며, 기존의 구조물도 누수 보수가 꼭 필요하다. 오 교수는 이러한 방수･보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 ‘국제 표준(ISO)’과 ‘품질 기준(KS)’을 세우다

방수 분야에 독보적 전문성을 가진 오 교수는 ‘한국의 방수 기술을 수출하자’는 신념을 가지고 구조물의 유지, 관리 쪽으로 2011년 8월에 국제 표준(ISO TR 16475)을 만들어냈다. 그는 국제 표준뿐만 아니라 방수에 대한 품질 기준(KS)도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48개 제품에 대해서 품질 기준을 만든 오 교수는 2008년에 방수 기술 표준에 관련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실무적 실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부하는 품질 기준 획득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안전을 한층 두텁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학문적 실적은 단연 200여 편의 논문들이다. 우수한 논문들을 통해 늘 안전을 위하는 학자로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지하 공간 실내 공기 질 개선을 목적으로, 구조체 외(外)방수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품질 기준을 만드는 일에 어려움도 있다. 기준을 만들고 나면 그 기준에 못 미치는 회사들은 기준을 규제로 받아들이는 일이 다반사다. ‘규제’와 ‘안전 강화’는 의미가 엄연히 다르지만, 일부 건설 회사들은 새로운 기준에 대하여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오 교수는 기준이 규제가 아니라는 것을 건설회사 측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가 국제 표준과 품질 기준 마련에 힘을 쏟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건축 현장이나 일상에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과 노력도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 안전을 후순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에 따라 안전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특히 비용적인 면에 있어 안전에 제대로 투자하고 신경 쓰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업에 손해를 보는 반면,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신경 쓰는 사람들은 사업에서 이익을 크게 얻는 경우들이 많다. 오 교수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국제 표준과 품질 기준을 만드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재건축, 재개발이 줄어든 오늘날, 건축물을 지을 때 수명이 1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튼튼하고 안전하게 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물을 튼튼하게 짓기 위해서는 품질이 높은 자재와 그에 맞는 건축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건축에 있어서 수준 높은 품질기준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지은 건축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해졌기 때문에 보수에 따른 표준들도 중요해졌다. 오 교수는 이러한 이유에서 수준 높은 표준화를 위해 연구해왔고, 현재도 끊임없이 분야에 정진하고 있다.

● 관심이 떨어져도 필수적 분야인 건설 방수

오 교수는 2000년대 들어 건설, 건축 분야에 관심이 떨어진 것에 대해 비애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건설이 인프라 사업이다 보니 고도의 산업화로 더 이상 개발할 땅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건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건설시장은 큰돈이 움직이는 곳이기에 정치적 유착의 문제도 의심되어 건설회사에 대한 대중들의 의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입찰 경쟁 때문에 저가로 수주한 일부 건설회사는 싼값의 자재들로 대체하여 품질과 안전에 문제를 야기하였다. 하지만 건설, 건축 분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산업이기에 오 교수는 건설, 건축 분야에 많은 국민적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교수로서 대중들의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건설, 건축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품질과 안전에 대해 먼저 신경 써달라고 강조하였다. 오 교수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품질과 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열심히 하라!”고 전했다. 그 말속에는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 비용보다는 안전 부분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라는 뜻이 담겨있었다.

● 국민께 전하는 안전을 위한 당부의 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오 교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향한 조언도 이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고를 때는 신중하지만 집을 고를 때는 그 정도까지 신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오 교수는 집은 사는 사람의 안전,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잘 따져서 골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집을 구매한 이후에도 자신이 사는 집이나 아파트의 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히, 아파트의 경우, 건물에 하자가 발생하였을 때,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모른척하거나 건설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받고 눈감아주는 식의 행동은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그는 말한다. ‘님비현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의 피해자를 양산해내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관계를 떠나 건물 하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요구보다는 즉각적 수정, 보강 요구가 필요한 것이다.

안전보다 다른 게 먼저일 때가 많은 한국의 실정이 아쉽다는 오 교수. 국민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 필요한데, 안전 관련 정책은 다른 정책들에 밀리는 실정이다. 그는 꼭 사고가 나서야 신경 쓰는 분위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은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우리의 일상을 살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늘 대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안전입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의 구조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안전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입니다.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과 시민 의식의 향상, 건설사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은 건설 안전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국내 최초 방수 전문가가 되기까지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는 오 교수는 어떻게 국내 최초의 방수 전문가가 되었을까?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교사 재직 중 일본 문부성 장학생 제도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거기에 지원, 선발되어 1988년에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 준비 중, 지도교수를 택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교의 콘크리트 관련 연구보다 동경공업대학의 방수 연구에 흥미를 가지게 된 그는 동경공업대학의 지도 교수(코이케 미치오, 타나가 쿄지)를 택하였다.

당시 한국에도 콘크리트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았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않는 블루오션 분야를 찾아 방수 연구를 택한 것이었다. 유학 후 1992년에 귀국하여, 건설회사에 2년 반 정도 근무한 오 교수는 1995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방수기술연구센터>를 열어 국내 최초 방수 전문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 오상근 교수의 비전과 안전에 대한 조언

앞으로 정년이 약 8년 남은 오 교수는 그 동안 <독립기념관>, <인천국제공항>, 지하철, 공동주택 지하 공간 등에서 일어난 대형 누수 사건들을 해결하고, 최근에는 국민적 관심이 컸던 제2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누수 사고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 시설물의 누수 안전 활동들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까지 시설물 안전과 방수에 관련해서 안전 설계 법제화를 진행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은 방수 분야의 조직화와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통하여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오 교수의 진심 어린 말대로, 안전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우리 집,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본다.

“여러분께서 아끼시는 소품들을 대하듯이 삶과 휴식을 주는 집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구석구석 살펴보시고, 안전에 관련해 살펴봐주세요. 집이 안전해지면 아파트가, 아파트가 안전해지면 단지가, 단지가 안전해지면 동네가, 도시가…… 이런 식으로 작은 부분부터 안전해지면 점점 큰 지역이, 대한민국 전체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고가 주변에 존재하고 있거나 엄습해오는 것을 모르고,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면 바로 나 자신이 큰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안전해야 아름답습니다.”

● profile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대학원장 역임
- 現 국내외 건설산업 방수공학 분야 최고 전문가로 활동
- 現 서울과학기술학교 건설기술연구소 소장, 건축학부 정교수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회장
ISO TC 71 기술위원회 위원 Convenor

1981 충남대학교 공업교육대학 건축공학교육과 졸업
1994 충남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공학석사)
1992 동경공업대학 대학원 사회개발공학전공 졸업(공학박사) - 방수공학 박사
2001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표준의 날)
2008 대통령 표창(세계 표준의 날)
2011 대한민국 과학기술우수논문상
2011 한국콘크리트 학회 공로상(한국콘크리트 구조설계기준 ISO 인증 공로)
2011 (사)한국건축시공학회 학술상
2012 (사)대한건축학회 논문상
2012 한국현대인물열전 33인 선정
(한국인물연구원: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ISO TR 16475) 한국 제안 최초 등록 업적)
2013 한국순환자원학회 학술상

기사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주간인물위클리피플(www.weeklypeople.net)에 있으며, 무단복제 및 임의사용을 일체 금합니다.

SECTION

커버스토리

특집

메디컬

경제 산업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라이프

탑어워즈

100인의교수

법조계리더

사회공헌명장

소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