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킨키 대표, ‘촉촉한’ 선악과즙으로 건강한 성(性)문화를 이끌다

‘섹슈얼 헬스케어’ 기업 킨키
‘촉촉한’ 선악과즙으로 건강한 성(性)문화를 이끌다

김경훈 킨키 선악과즙 대표

여기, ‘세상에 과학을 통해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는 젊은 과학도들이 있다. 이들은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첫 ‘바이오 소비재’ 기업 웨이크(WAKE)를 설립해 2019년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이후 ‘킨키(Khnky)’라는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 하면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생물, 화학 등 의공학 분야의 전공자이자 20대 젊은 피를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유독 ‘고인물’이 장악하고 있는 콘돔 시장에 뛰어들었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섹슈얼 헬스케어 분야에서 와디즈 펀딩 1억을 달성하면서 유례없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킨키’의 1억 신드롬 이후 수많은 콘돔 중견기업들도 같은 플랫폼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까지 ‘킨키’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괴짜 사업가들의 수장, 킨키의 김경훈 대표를 만나 세상에 없던 이 신박한 기업의 면면을 톺아보았다.
취재·글_이나현 기자, 윤혜은 기자

올바른 욕구 실현을 위한 가장 과학적인 움직임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하면서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실험실 생활을 했던 김 대표. 그는 바이오 기술이 가진 잠재력에 강한 매력을 느꼈으나, 연구한 바를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간차에 갈증을 가진 채 이십 대 초반을 보냈다. 이른바 ‘하이테크’만을 쫓는 기존 바이오 업계의 특성 때문이었다. “꼭 최첨단 바이오 기술만을 쫓는 바이오 업계의 트렌드가 정답일까?”라는 물음을 던진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어떤 아이디어든 일단 신속히 실행해보는 타입임을 깨달으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저희 ‘웨이크’라는 회사는 식욕, 수면욕, 성욕과 같이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이자 욕구를 바이오로지컬(biological) 한 소비로 연결시키는 회사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바이오 기술을 트렌디한 소비재로 빠르게 연결시키며 ‘Lean Tech, Hardcore Product’를 회사의 설립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바이오라는 테마는 인간의 기본 욕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웨이크’는 이중 성욕과 식욕을 각각 충족시키면서 법인으로 ‘킨키’와 ‘비욘드푸드’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비욘드푸드’의 경우 현재 영양제 분야에 집중하면서 남성종합 영양제, 디톡스 영양제, 콜라겐 영양제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킨키’는 현재 콘돔/마사지 젤 등을 출시하며 생명체가 가진 가장 기본 욕구인 ‘성욕’을 바이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킨키의 목표는 인류가 성관계 역사에서 오래 고민해온 수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바이오 기술 속에서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콘돔과 파우더형 마사지 젤 ‘선악과즙’이다. 이름에 ‘과즙’이 들어간 것에서부터 그들의 전공 분야인 화학/생물이 마사지 젤 등의 ‘액체’를 가공하는 것에 특별하게 활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성 관련 제품들을 보면서 자가복제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우리는 ‘액체’의 본질을 건드려 그 안에 다양한 성분적 특장점과 효과를 더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섹슈얼 헬스케어 제품군 중 콘돔만 해도 윤활제가 들어가잖아요. 이 밖에도 마사지 젤이라든지 청결제라든지 아니면 가글링 제품 등 성 관련 제품들은 대부분의 제품이 ‘액체’를 활용하는 것에 근본을 두고 있거든요. 액체의 영역에서 확실한 기술적 차별성을 가져간다면, 기존의 ‘고인물’인 성 관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브랜딩에 들어갔어요. 선악과즙이라는 이름은 선악과와 과즙을 합친 것인데요, 말 그대로 기존의 성 관련 기업들이 만든 ‘굴뚝산업’, 즉 ‘금단의 영역’을 액체의 차별화를 통해 뒤집겠다는 각오가 들어간 이름입니다. 현재 출시된 상품은 콘돔, 마사지 젤인데 와디즈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두 제품 모두 국내 최초로 1억이라는 금액을 달성했죠. 우리나라 신기록임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관련 업계에서 비슷한 기록조차 나오지 않더라고요.”

‘콘돔’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한다는 것부터 신박한 시도였다. 중견기업은 물론,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콘돔으로 펀딩 시장에 도전했지만 ‘킨키’의 반도 미치지 못한 바 있다. 반짝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액체(성분)에 대해서 진심으로 연구하고자 모인 이들이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는 브랜드에 대한 가능성뿐만 아니라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희의 성공은 기존의 콘돔시장이 바이오적인 접근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했죠. 소비자들이 그걸 알아봐 준 것이고요. 와디즈 펀딩 6일 만에 5천만 원을 달성을 하였고, 출시된 지 1년 만에 스타트업 최초로 전국 CU 편의점에도 입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카르텔 구조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그러한 카르텔 구조를 깨고 창업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 제품이 단독으로 CU 편의점에 입점 되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콘돔의 성공 후 수익의 전액을 마케팅이 아닌 제품개발에 다시금 쏟아부었습니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다시금 파우더형 마사지 젤을 내놓았고요.”

선악과즙 마사지 젤이 국내 크라우드펀딩 1.5억 원 달성의 판매기록을 세우며 독보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기존의 젤들과 달리 파우더 가루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액체 상태로 유통되는 젤들은 유통기한이 대개 3-5년 정도이고, 이를 기간까지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리세린이나 보존을 위한 방부제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경우 마사지 젤의 특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이에 김 대표는 생수에 가루를 풀어 내가 원하는 농도로 자유롭게 변형해서 쓸 수 있는 파우더 기반의 마사지 젤을 생각해낸 것이다. 콘돔의 성공 이래 지금까지 안주하지 않고 달려온 것처럼, 이번에도 김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비욘드푸드를 통해서도 인공적인 식품 첨가물 대신 자연의 추출물들로만 만든 바이오 기반의 푸드 제품을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 어떤 제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제품을 선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올바른 성문화를 바탕으로 시장 성장에 앞장서다

그의 말처럼 국내 최고의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를 향해 나아가는 만큼 김 대표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성(性)문화가 궁금했다.

“아무래도 섹스와 관련된 이슈들에 굉장히 첨예하게 노출이 되어 있는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도 브랜드를 론칭하고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여성분들이 ‘불법 촬영’으로 인한 피해를 저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입고 있는 걸 깨달았어요. 솔직히 기존에는 피상적인 걱정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 더는 남의 일처럼 들리지가 않았죠. 법무법인을 통해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어요. 성범죄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세심함이 지속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바람은 현재 판매를 앞두고 있는 제품에 일부 구현되고 있는 듯했다. 새 버전의 콘돔에는 ‘불법 촬영 방지 필름’ 기술을 탑재하여 특허까지 받아둔 상태라고. 안전하고 올바른 성문화를 향한 발걸음이 한 보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었다. 아울러 ‘킨키’만의 차별화된 경영 방법이나 철학이 궁금했던 찰나, ‘천직처럼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김 대표의 말에 단번에 납득이 되었다. 일에 대한 진지함과 즐거움을 모두 갖춘 이 특유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존에는 업태가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보통 바이오를 전공한 친구들의 90% 이상은 으레 의전 시험을 준비하고 결국 의대, 약대, 연구원, 교수 네 가지 중 한 길로 진로를 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서 지금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제가 원하는 방향과 취향에 맞춘 직업을 만든 셈이에요. ‘바이오 소비재’라는 단어 또한 제가 직접 만든 단어거든요.”

그래서일까. 제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소비자를 향한 감사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었다. SNS에 올라온 후기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하는가 하면, CS 문의가 들어올 경우 아무리 먼 거리라도 직접 방문해서 편의를 즉각 개선할 정도였다. “대표님과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요”라는 고객의 농담 섞인 CS문의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걸음에 날아가 고객과 커피와 밥을 먹으며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대표는 확실히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저만큼이나 저희 제품에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능한 한 직접 찾아가 보답하는 걸 좋아하고요. 만약 오늘까지 필요한 제품이었는데 내일 온다고 해서 주문 취소를 한 고객이 있으면 직접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제주도의 외딴곳에 위치한 CU에도, 심지어 대한민국 최동단 섬인 울릉도 CU에도 저희 제품이 있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고객들에게 앞으로도 소소하고 정겨운 이웃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스스로를 탐구하며 만들어나가는 미래

김 대표는 콘돔 사업을 시작했던 처음을 잠시 소회했다. 부모님마저 부끄러워하셨던 모습과 의아하다는 듯한 주변의 시선들. 하지만 그는 일상생활에 기술을 접목한다는 것은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후배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의사가 아픈 사람에게 의학적인 기술을 연결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저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자신의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기술이라 생각해요. 교수님들의 연구실과 연구 분야가 제시하는 스펙트럼 안에서만 생각하고 고민할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가능한 한 넓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미술과 디자인이 바이오와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여도 미래에는 미술과 디자인이 바이오와 접목되는 시장이 열릴지도 모르죠. 제가 바이오와 소비재를 연결 시킨 것처럼요. 제가 ‘바이오 소비재’라는 분야를 직접 만들어 개척하고 있듯이, 미래에는 ‘바이오 미술’과 ‘바이오 음악’ 등 생각지도 못한 바이오와 타 분야의 접목을 이루어내는 후배들이 양성되길 바랍니다.”

최근 독일에서 어렵게 ‘직구’했다는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집 초판을 읽는 김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또 어떤 기발한 제품을 우리 앞에 내놓을까. 끝으로 그의 롤 모델이라는 네이버 웹툰의 김준구 대표가 ‘웹툰(webto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바이오 소비재’라는 고유명사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섹슈얼 헬스케어’라고 하면 성인용품에 국한되어 보이는데요. 저희는 킨키를 ‘사랑의 모든 여정을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랑의 모든 순간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브랜드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섹스라는 순간에만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모든 여정에 녹아들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특별한 순간에 진심을 담지 않은 제품들 때문에 되려 그 순간을 망쳤던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저희 킨키와 선악과즙의 모든 제품에는 소비자의 소중한 순간을 영원토록 기억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반드시 만들어드리겠다는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든 소비자분들께서 저희의 제품을 통해 사랑의 모든 순간을 가장 특별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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