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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박왕근 폴수학학교 교장, 경쟁 없는 "미래 학교"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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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다
시험과 강의, 경쟁 없는 국내 최초 ‘미래 학교’


박왕근 폴수학학교 교장


매스컴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고 떠들썩한 요즘.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과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 방식에 따라 공부를 하고 있으며, 자신의 적성을 찾기보다 내신 등급에 의해 진학할 대학 및 학과를 결정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듯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하다.
박왕근 폴수학학교 교장은 그동안 유능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획일화된 교육과정 아래 잠재력을 피우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큰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이에 공교육의 보완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학중심의 창의융합교육 영재학교 ‘폴수학학교’를 설립했다. 폴수학학교는 시험도 없고 강의도 없는 ‘무학년 개별 교육 과정’에 따라 학생 각각의 관심사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다양한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이 직접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기르게 하고, 이 과정에서 수학을 도구로 이용하며 사고력을 배양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언어인 ‘수학’과 ‘코딩’을 적극 활용한 덕분에 많은 졸업생들이 IT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이 궁금하다면 폴수학학교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글_김유위 기자, 김유진 기자

기존 교육의 틀을 깨다, 다섯 가지가 없는 학교

폴수학학교는 공기가 맑고 깨끗하며 산세가 뛰어난 충북 괴산에 위치해 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길 원했다. 주변에 PC방이나 학원이 없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학교가 갖고 있는 다섯 가지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바로 시험·강의·과제·학년·서열이다. 학생 각각의 관심사가 곧 커리큘럼이 되고, 좋아하는 관심사를 탐구하되, 그 도구로 수학을 활용하고, 학자적 소양을 배양하는 것이 폴수학학교의 교육 목표다. 경쟁을 위한 상대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학생 간 수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도구로만 평가를 수행한다. 이는 시험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는 현행 공교육과는 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라기보단 대학원에 가까운 교육 방식이다. 이는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융합형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하루에 공부하는 과목 수도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다르다. 고등학생들이 평소 6~7교시 수업을 받는 것에 비해, 폴수학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2 과목만을 공부한다.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방식이 박물관식 나열에 의한 지루함을 가져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문제에 대해 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는 셈이다. 교사들은 이 과정에서 대학원 지도교수처럼 코칭과 조언을 담당한다. 학습의 주체는 교사가 아닌 학생 자신임을 깨닫고, 지식의 생산자로서 주체적인 학습과 연구활동이 생활화되면 학생들은 깊은 몰입으로부터 오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선 수학을 심층적으로 연습하며 타 과목으로 지식을 확장하고, 논문연구로 성취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대학원과 비슷하죠. 커리큘럼은 크게 전공융합연구와 창작심화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공융합연구에서는 논문을 작성하는 paper work를 통해 자기주도적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창작심화과정에서는 직접 실습을 통해 전문역량을 기르게 됩니다. 예를 들면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로봇을 만드는 활동이죠. 또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교육 등을 통해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죠.”



20대에 전문가가 되는 아이들

일각에서는 10대 아이들이 논문을 읽는 것은 물론 직접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쓴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폴수학학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0대들은 뛰어난 몰입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집중력을 발휘한다. 몰입에서 오는 행복감은 아이들을 저절로 한 분야의 연구자이자 전문가로 자라나게 만든다. 실제로 폴수학학교 개교 이래 3명의 학생이 10대 나이에 공대대학원에 진학하고, 20대 중반에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박 교장이 교육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다.

“독학사나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조기에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에 바로 진학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적 사고력을 기반으로 연구를 한 덕분인지 IT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친구들이 많아요. 앞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대기업도 공채를 없애고, 바로 현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전문 인재를 구하게 될 겁니다. 이때 조기에 대학을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딴 친구들이라면 어린 나이에 전문가로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선 전문성과 사회적 역량을 조화시키는 것도 중요한데, 창의융합교육과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 방침 덕분에 많은 졸업생들이 무리 없이 사회에 동화되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폴수학학교 학생들이 일찌감치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학적 사고력이 자리 잡고 있다. 박 교장에 따르면 수학적 사고력 향상은 정보처리능력과 과제수행력 배양에 효과적이며, 인문학 등 타 분야에 대해 연구하더라도 수학적 사고력으로 논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인 AI를 이해하는 데도 수학적 사고력은 필수적이다. AI의 구성원리 자체가 수학이기 때문이다. 수학적 사고력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AI를 이해하거나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악화되는 교육환경 속 새로운 교육 모델

박 교장은 학력고사 세대다. 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수능 시대가 도래했지만, 박 교장은 오히려 교육환경이 과거보다 더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의 초등학생들이 선행학습 등 사교육에 혹사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고난이도의 문제를 짧은 시간 내에 많이 풀어야 하는 훈련을 받다 보니, 당연히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고3이 되면 학생들의 70%가 수학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릴 때부터 수학 퍼즐을 좋아했고, 수학이 재미있어서 KAIST 수리과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박 교장에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현행 입시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박 교장으로 하여금 폴수학학교를 설립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공교육만으로는 학교 현장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포용하기 어렵고, 보완재 역할을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자유학기제나 혁신학교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고학년만 되면 입시제도 때문에 교육적인 이상향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박 교장은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시하려면 대안적인 모델로 성공사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능력주의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리니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내신에 매달리게 되죠. 고등학교 시험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방식입니다. 수학문제 하나를 두고 30분은 고민을 해야 사고력이 길러지는데, 그럴 시간이 전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선천적인 순발력’에 의해 성적이 결정되고, 아이들은 좌절하게 됩니다. 순발력은 교육을 통해서 길러지는 게 아닙니다.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건 통찰력과 끈기예요. 그런데 지금의 입시제도는 그런 걸 평가한다고 볼 수 없고, 부작용이 심해서 아이들이 정신과를 다녀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죠. 미래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평가 방식이고, 새로운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게 됐습니다.”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교육 한류’를 꿈꾸며

흔히 대안학교의 경우 외국 명문학교의 교육방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폴수학학교의 커리큘럼은 박 교장의 연구와 노력 끝에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나라 공교육이 가진 한계를 독자적인 프로세스로 극복하겠다는 박 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남다른 교육 방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는 교육자나 공교육 장학사, 교육 혁신을 위해 힘쓰는 오피니언 리더 등도 폴수학학교를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주류는 아니더라도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줄기가 됐으면 합니다. 새로운 교육 모델을 시도하는 일이 우리 사회를 퍼스트무버로 올려놓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세계를 선도하는 건 남들이 해보지 않은 걸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도전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에 올린공대와 미네르바 스쿨이 있고 프랑스에 에꼴42가 있다면 한국에는 폴수학학교가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정을 다해 매진하려 합니다.”

박 교장의 또 다른 희망은 폴수학학교의 교육과정이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교육 모델로 자리 잡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폴수학학교가 미래학교의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위클리피플>은 폴수학학교가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형 교육 모델이 앞으로 교육환경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며, 국제적인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아 교육의 한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profile

現 폴수학학교 설립자 및 교장
現 정보보호영재원 강사
KAIST 수리과학과 박사
연세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 스토리텔링 수학지도사, 책임강사
‘수학이 안되는 머리는 없다’ 저자
올레TV 수학콘서트 초청특강
수학페스티발 특강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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