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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오지원 대표변호사,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추구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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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의 편에 선 인권 변호사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추구하다


오지원 <법률사무소 나란> 대표변호사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 있었다.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 글에 무려 61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참했다. 이러한 청원이 가시화될 만큼, 이른바 ‘조두순 사건’은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충격을 선사했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건물 안의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사건이다. 범행의 잔혹성과 범인의 파렴치한 행동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또한 이 사건은 ‘유아 성범죄 형량’ 논란을 점화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 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법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증인으로 서야 할 때면, 여성으로서의 수치심을 느끼는 등 ‘2차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2차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성폭력 피해자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조두순 사건이 있었던 2008년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증인 보호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오지원 대표변호사는 이렇듯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인권보호에 적극 나서며, 우리나라의 법조계의 작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취재_이선진 기자, 김유위 기자 / 글_김유위 기자

판사출신 변호사, 취약계층 인권보호에 적극 나서
서울 송파구 문정역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나란>의 오지원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전문가로 통한다. 판사 재임 시절에도 성폭행 피해자 재판 과정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젠더법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해 밤낮으로 힘써온 바 있다.

“대학시절부터 여학생운동에 참여하는 등 여성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렸을 적, 저도 강간 피해자가 될 뻔했던 상황이 있었거든요. 천운으로, 성폭행 피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공포감은 생각보다 오래갔어요. 그렇게 나쁜 기억들을 잊고 지내며 살아가고 있었던 판사 재임 시절, 법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성폭행 피해 여학생을 재판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해 여학생이 법정에 나갈 수 없다며 진정서를 냈지만, 그 피해 여학생은 용기를 내어 결국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니 그 여학생이 너무나 대견스러웠고,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재판이 끝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판사는 법정에서 중립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고통을 말할 수 있게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고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그 해 2011년부터 오 변호사는 성폭력 가해자 재범방지를 위해 교도소를 방문해 성폭력 사건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여성가족부의 법률·의료·심리 상담 등 분야별 자문단인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전문가 슈퍼바이저’에 위촉됐다.

“제가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 당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국선 변호인 제도가 없었어요. 그 대신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무료 법률 상담은 있었죠. 이에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지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또 수원 여성의 전화나 한국 성폭력 상담 쪽에서도 제가 가진 경험과 법률적 지식으로, 피해자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공익활동을 하면서, 인권 변호인으로 활약했던 오 변호사는 2012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부장관 표창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오 변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피해자 유가족들 편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지원점검과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신 곁에 나란히 서서, 힘이 되고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첨예한 소송이나 분쟁은 해결이 어려워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소송이나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그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피해 역시 상당하다. 이렇듯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적 조언을 주고자 오 변호사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마친 후 송파구 문정동에 <법률사무소 나란>을 개소(開所)했다.



“주변에 법률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워요. 복잡한 법률적 분쟁 해결, 억울한 심경의 해소, 원만한 합의 과정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적 도움을 주고 싶어서 법률사무소를 개소했습니다. 당신의 곁에서 ‘나란히’ 서서, 당신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뜻에서 ‘나란’이라 작명했습니다. 앞으로도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힘이 되어주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힘’
판사출신의 오 변호사에게 ‘판사 재임시절과 지금의 자신을 돌아봤을 때,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오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다 보니, 사람을 믿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판사들에 비해서 변호사들은 피해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어주다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감정들이 순간 누그러지기도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재판부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듣기 위해 절차적으로 많은 조치를 취합니다. 대법원 연구용역사업으로 ‘성폭력 피해자 증인보호’와 관련한 연구 업무를 하게 되면서 2012년에 영국의 법관연수에 직접 참여했는데 사건의 신속한 처리에 우선 순위를 두는 우리나라의 사법 시스템과는 달리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 배려하면서 충분히 소통하도록 하는 시스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인간의 구체적인 정서와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 등을 소통하며 풀어나가는 방식은, 국내 사법계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국내 사법계의 변화 필요해
오 변호사가 판사 재임 시절 당시를 떠올리면서, 우리나라 판사들이 먼저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판사들은 대개 200~300건의 사건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즉 판사의 인원 수 부족 문제, 그로 인한 과중한 업무 등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서류에 의존적인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일단 법률가가 아닌 평범한 당사자들이 재판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판사들이 물리적인 시간에 쫓기다 보니, 피해자와 법정에서 대면하여 얘기를 하기보다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고 그것을 검토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판사가 자기 사건을 이해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결과는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법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의 법조인들은 피해자들과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아픔에서부터 기쁨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듯 피해자들의 아픔까지도 함께 느끼며,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오지원 변호사. 그가 전하는 선한 영향력은 각박해진 현대 사회를 서서히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 변호사처럼 소통에 중점을 두는 변호인, 법조인들이 더 많아진다면 국내 사법계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이에 위클리피플은 우리나라의 법조계에 작은 변화를 불러오는 오지원 변호사의 행보를 응원해본다.

profile
사법연수원 34기
前 대전지방법원 판사
前 수원지방법원 판사
前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前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지원점검과장
2012 여성부장관 표창 수여
그것이알고싶다 등 다수 방송출연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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