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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0
“분만은 엄마와 아이의 또 다른 시작입니다”
유하라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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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명의

“분만은 엄마와 아이의 또 다른 시작입니다”
자연분만을 통해 부모와 아이 진정한 연대를 돕는 의료인
장부용 은혜산부인과 대표원장


섹스와 임신, 출산, 양육은 아이를 ‘좋은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는 쾌락과 행복, 고통, 고충 등 수많은 감정이 포함되어 있어, 가히 인생의 모든 맛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겪을 때에 진지한 마음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무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예비 부모들이 이 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오늘은 국내 최초·최다 수중분만율과 최다 자연분만율이라는 이력을 보유한 <은혜산부인과>의 장부용 대표원장을 만나 내 아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시작에 대해 들어보았다. _유하라 기자

서사모아(Western Samoa), 인생의 전환점

은혜산부인과 장부용 대표원장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수줍게 웃는 사람이다. 웃을 때에는 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녀처럼 웃었다. 참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았다. 아마도 매일 산고의 고통을 함께하고 갓난아이를 받아내는, 인간의 인생에서 가장 성스러운 순간을 돕는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은혜산부인과는 산과 중심의 병원이다. 특히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많은 예비 부모들이 찾는 병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 원장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처음부터 산과 전문의로 일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생명이 탄생하는 그 경이로운 순간에 매력을 느낀 시발점은 내과 전문의인 남편을 따라 서사모아로 갔을 때였다고 한다. 이 시기가 바로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80년대에는 불임과 학문이 발달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불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불임이라는 학문이 결국엔 인간 복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인간 복제를 윤리적, 종교적 입장에서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후에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부인암 전문의로 일했습니다. 남편은 당시 혈액암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 전문의였고요. 당시 우리 부부 사이에 아이가 셋이었고 우리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서사모아로 의료선교활동을 떠나겠다고 해서 무작정 아이 셋을 데리고 따라 나섰죠. 남편은 의료 선교사가 되는 게 오랜 꿈이었거든요.” 오랜 기간 지속된 안정감이 자신의 꿈을 잊게 만들지는 않을까 초조했던 그의 배우자는 아내와 아이 셋을 두고 훌쩍 의료 선교 활동을 떠났고, 장 원장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6개월 뒤에 남편을 따랐다. 장 원장은 서사모아에 하나 밖에 없는 국립병원의 부인암 전문의로 지냈다. “처음엔 부인암 전문의로 갔는데 암 환자가 없어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워낙 공기가 좋기도 하고, 그 곳 사람들은 나무에 열린 바나나를 따먹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요. 그러니까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죠. 그런데 아이를 낳는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서사모아에서는 낙태가 불법이고 혼전임신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는 나라죠. 물론 우리나라도 현재에는 낙태가 불법이기는 하지만 암암리에 시술하는 병원들이 있기도 하잖아요. 그 곳 사람들은 섹스와 임신, 출산이 모두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져요. 기본적으로 한 가정에 아이를 6명은 낳고 입양까지 하죠. 그래서 한 가정에 아이가 10명이 넘기도 합니다. 그 곳의 상황이 그렇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분만에 관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곳의 산모들은 집에서 분만을 하고요. 전문 의료진은 고위험군의 산모를 돕는 일을 합니다. 서사모아 의료 선교 활동은 분만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많은 과목 중 산과를 선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장 원장은 4년간의 의료 선교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나이가 41살이었는데, 막내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의 남편은 한국에 돌아와 치유선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교 내에 있는 치유선교원을 운영했다. 남편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지속적으로 의료 봉사활동에 전념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점도 있었고, 더 나이가 들면 직장을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배가 부른 상태에서 봉급의로 일했다. 그러던 중 장 원장은 44살에 개원을 결심했다. “당시 아이는 셋이고, 곧 넷째가 태어날 텐데 경제적으로 버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전문의로서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사모아에서의 경험 때문에 담대함도 있었고요. 그래서 산과를 중심으로 하는 은혜산부인과를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장부용 원장이 추천하는
아이를 ‘좋은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장 원장은 은혜산부인과를 찾는 산모에게 되도록이면 자연분만을 권유한다. 분만이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 인간이 개발한 기술이 끼어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분만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모는 환자처럼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어요. 의사가 산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산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산모가 간절하게 원하면 몰라도 웬만하면 무통주사나 유도분만을 권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도분만의 경우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입해 분만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병증의 위험도 있고 자연분만을 할 때보다 통증도 심합니다. 특히 분만은 산모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굉장한 경험이고, 힘든 과정입니다.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됐다 싶으면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그게 바로 산모가 겪는 진통입니다. 아이를 낳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산모와 아이 모두 힘들지만 자연스러운 분만은 아기에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또 이러한 경험이 아이의 성품을 결정지을 수 있고요.”

‘좋은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첫 번째가 자연분만이라면, 장 원장이 추천하는 두 번째 방법은 모유수유이다. 모유수유는 아이에게 그 자체로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이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스킨십을 하고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엄마와 아이의 정신적인 관계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장 원장은 반드시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할 것을 산모들에게 권한다.
세 번째는 모자동실이다. 은혜산부인과의 가장 특이한 점은 신생아실이 없다는 점이다. 모자동실은 엄마와 아이 사이의 본능적인 정신적 연대성을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산모가 아이를 낳고 첫 모유수유를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번째 모유수유 때에 엄마와 아이는 최고의 엔돌핀을 가지고 있을 때죠.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모유수유를 하려면 반드시 모자동실을 해야 하고요. 이 과정을 잘 겪은 산모의 경우 더 강한 모성애를 느낍니다. 이 때 생기는 모성애는 학습된 모성애가 아닌 본능적 모성애죠.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지고요. 부모와 아이의 정신적 연대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분만은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닌
또 다른 시작


장 원장은 우리나라 예비 부모들이 분만에 너무나 무지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인, 캐나다인 산모가 저희 산부인과에 와서 분만을 할 때 보면 나이가 어린데도 분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모들은 너무 몰라요. 그저 열 달 채워 낳으면 되는 건 줄 아는데, 절대 아닙니다. 분만 자체는 순간에 끝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또 다른 시작이거든요. 많은 산모들을 보고 분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 차원에서 교육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참여하기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부모에게 산전교육을 통해 분만의 깊이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많이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장 원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모가 있는지를 묻자, 주저 없이 탤런트 송채환 씨라고 답했다. “분만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산모였습니다. 연기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감성적이었는데, 분만도 감정에 몰입해서 자연스럽게 하시더라고요. 한번은 송채환 씨에게 분만을 어쩜 그렇게 잘 하시는지에 대해 물어봤죠. 파티를 여는 것을 상상하면서 한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분만 자체를 즐기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올바른 분만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도 가르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분만에 무지한 것은 성의 무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청소년 시기에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지식과 분만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장 원장은 분만이 하나의 이벤트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섹스, 임신, 출산, 양육의 과정에서 보면 분만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참 힘든 세상이 됐다. 평생 허리 휘게 공부해서 들어간 회사를 제 발로 나와야 하는 씁쓸함을 맛봐야 하고, 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값비싼 사교육의 유혹도 물리치기 힘들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모진 구박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생일이 되면 적어주는 짤막한 글 몇 자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마치 또 다른 분만처럼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일임에 분명하다. 장부용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이면서 네 아이의 엄마이다. 그는 네 아이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았고, 영아기 교육에 유독 신경을 썼다고 한다. 예절과 양보,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밸 수 있도록 가르쳤고, 그 자신이 아이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장 원장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혼내야 할 일이 있다면 학교 선생님에게 맡겼다. 간섭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의 아이들은 사춘기라는 고비를 시끄럽지 않게 잘 넘겼고, 건강한 성인이 되어 이제는 좋은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폭력을 가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반드시 폭력적이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반드시 바른 행동만 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뱃속에서 만들어져 처음으로 듣는 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이고, 엄마의 젖을 무는 것으로 인간과 첫 소통을 하고, 엄마를 부르는 것으로 말을 배우고, 엄마에게 다가오기 위해 처음으로 땅에 발을 디딘다. 그만큼 아이에게 부모는 중요한 존재이다. 장부용 원장은 이 모든 사실을 우리 부모들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는 은혜산부인과를 자연분만 전문 병원으로 키워, 우리 부모들에게 올바른 분만 지식을 일깨워주는 일을 하고 싶지만 마지막 종착역은 의료 선교 활동이라고 한다. 장 원장은 자신이 의료 선교 활동을 떠나면 은혜산부인과를 대신 맡아 줄 크리스천 여의사를 구한다고. 물론 분만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알고 있는 참된 의료인이어야 한다고 장 원장은 말했다.


Profile
전남의대 졸업
전주예수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수련 수료
대구 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장
전주예수병원 산부인과장
서사모아국 국립병원 산부인과장
부천세종병원 산부인과장
자랑스런 숙명인 선정
2000년 국내 최초 수중분만 / 국내 최다 수중분만
2004년 국내 최고 자연분만율 병원 선정 / 국내 최저 제왕절개율 병원 선정
2005년 서울기독대학교 치유상담 대학원 졸업 / 서울기독대학교 대학원 신학과 졸업
現 은혜산부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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