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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남부현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 복합재난 연구로 시민 안전을 도모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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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부현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

미지의 분야를 개척해온 지반공학자
복합재난 연구로 시민 안전을 도모하다

남부현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전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재난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일 것이다. 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남부 지역은 2백여 년간 강진이 발생하지 않아 대부분 건물의 내진 설계가 미흡했던 탓에 피해가 더욱 극심했다. 두 국가를 뒤흔들고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이 대형 재난은 어떤 이에게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보여주며 무력감을 느끼게 했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이후 다시 이러한 재난이 일어난다면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로 인해 보다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남부현 교수는 이 후자의 유형에 속한다. 발생하는 재난 위험을 연구하고 사전 예방해 인류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란 어떤 일일까. <위클리피플>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후학 양성에도 주목하는 남부현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와 신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고수경 기자

미개척지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반공학의 전문가가 되다

남 교수는 그 자체로 부전자전의 올바른 예시다. 철도 분야에서 시설물을 다루는 전문가로 활동하는 아버지를 뒤이어 경희대학교 토목공학과에 진학한 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유학하며 건설공학과 지반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플로리다에서 싱크홀 연구센터 소장을 지내고, 플로리다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에서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12년간 근무한 후에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학과장으로 부임했다. 미국에서 토목공학, 지반공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자신의 모교에 금의환향한 것이다. 현재 모교 후배들을 강단에서 만나며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남 교수. 이토록 오랜 세월 그가 연구해오고, 또 가르치고 있는 이 학문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반공학은 땅 아래를 조사하고 탐구하는 학문이어서 불확실성도 많고 도전할 지점도 많은 분야입니다. 아래에는 물, 토사, 암반이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데다 이 분야에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인구밀도가 높고 지하 공간이 복잡한 대도시에서는 지반재해를 항상 대비해야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는데, 싱크홀(지반함몰)은 지반공학적인 관점에서는 초기에 사전연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완전히 미개척 분야였던 곳을 하나씩 개척해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전문가가 되어 있더라고요. 한국은 지형이 다르고,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 복합재난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데, 요즘은 첨단기술과 공간정보, 인공지능 같은 기법들을 활용해서 재해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복합재난 예방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지반공학 연구와 복합재난 대비하는
사회기반시스템공학의 비전을 내다보다

2013년 경희대학교 토목공학과는 학과의 명칭을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로 변경했다. 이로써 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프라 구조물과 시스템을 해석하고 디자인 설계, 공법, 구조, 지반, 수자원, 환경 등의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과라는 의미를 더 잘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남 교수는 이곳에서 학과장으로 강단에 서는 한편, 지반재해&지오시스템 연구소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재난에 대비 미래안전도시 건설을 위한 스마트 건설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현장에서 활동하며 미래의 전문가들을 키워내고 있는 남 교수에게 사회기반시스템공학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는 지반재해의 임팩트가 더 커집니다. 땅은 작은데 인프라 구조물들은 노후화되어 있다는 복잡한 문제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일찍부터 다뤄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더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어반지오테크닉(Urban Geotechnics) 도심지에서의 지하공간 개발 및 지반공학을 다루는 학문은 비전이 높습니다. 특히 4차산업 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인공지능, 원격탐사, 무인운송수단(드론), 디지털트윈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지반재해&지오시스템연구소에서는 복합재난 예측 및 대응을 위한 첨단기술(예: 원격탐사, GIS,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개발 및 활용, 또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탄소 중립의 일환으로 탄소를 화학적 프로세스를 거쳐 건설재료로 변환해 적용, 탄소배출의 큰 원인 중 하나인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 지오폴리머(무시멘트)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지반 신소재로써 적용하는 연구까지 진행 중이다. 기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연구인만큼 연구의 재료와 방법까지 본래의 목적에 맞춘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재난을 대비할 때 중요한 건 예측 및 모니터링만이 아니라고 남 교수는 강조한다.

“재해와 재난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재해가 온다고 해서 모두 재난이 되지는 않거든요. 인재(人災)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제 연구의 최종 목표죠. 중요한 점은, 공학적인 방법으로만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재난 시 그 피해는 시민들이 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난을 관리할 때는 사회적, 공학적, 행정적 다학제간 관점에서 결점이 없고 균형이 맞는지, 융합적으로 접근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사진_수원시 영일중학교 재능기부 진로특강 (주제: “공학이란 무엇인가?”)


획일화된 경쟁 사회에서
꿈과 이상을 심어주다

미국에서 교육자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남 교수는 학생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뜻밖에도 ‘너의 꿈은 무엇이냐’인데, 한국의 대학에서는 다소 생경하게 들리는 질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고 전공을 정할 때 꿈도 동시에 결정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이 직업으로 이어지고, 그 직업이 인생의 꿈이 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 남 교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교육자이자 학교 선배로서 학생들이 도전적으로 다양한 길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초청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후배 공학자들을 위한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선다. YGE (??은지반공학자) 포럼을 열어서 젊은 공학자들이 학술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이상을 꿈꾸게 도와주고, 또 한편으로는 실제 현실은 어떤지를 방법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그 이상을 이루려면 어떤 현실에 부딪혀야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물론 현실은 힘들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도 꾸지 못한다는 건 너무 슬픈 거죠.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당신은 오늘도 꿈꾸는가’ 이거든요. 저는 미국에서 20년 동안 다양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와서 정말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아는데, 우리 학생들은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걸 좀 두려워하죠. 그래서 외부 세미나를 많이 진행하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합니다.”

성장을 위해 고난을 인내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공학인이 되길

삼십여 년 만에 돌아온 모교에서 수많은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는 남 교수. 한편, 그는 과연 어떤 인물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남 교수는 1700년대 영국의 신학자 요한 웨슬리를 언급했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설교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에 평생 말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하루 평균 네다섯 번, 총 4만 번 이상의 설교를 한 감리교의 창시자였다. 주변의 핍박을 견디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행동으로 옮겨 선구자가 된 요한 웨슬리처럼, 남 교수는 없는 길을 개척하는 도전정신으로 미국 유학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이뤄왔다. 그 길을 걷는 고난은 성장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남 교수의 지론이다.

“로마서 5장 3-5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중략)’ 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인데요. 사람은 고난이 있기 때문에 인내를 하게 되고, 인내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소망을 이루게 된다는 거죠. 학생들에게도 고난이 있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고난을 버티다 보면 누구나 트레이닝이 되면서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훌륭한 연구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학자들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AI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 시대일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공학자로서의 소양이라고 남 교수는 조언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일부분 대체해주더라도 새로운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공학자들이 직접 고민하며 연구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남 교수는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생각을 할 수 있는 공학인,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학인’을 키워내고 있다.



연구와 교육에서 균형을 잡고
훌륭한 예시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남 교수에게 ‘꿈’이란 직업이 아니며, 한두 가지의 성과나 실적도 아니다. 척박한 현실에서도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삶의 원동력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경지에 오른 남 교수에게 이제 이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그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미래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는 교육에 많이 신경 쓰고 있거든요. 우리도 그런 문화가 필요합니다. 차세대 공학자들에 대한 교육과 멘토링에 포커스를 둬야 하고, 교육에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후배 공학인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지반공학회 YGE포럼위원회부터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고요. 더불어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지반재해, 복합재난을 예측하고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인재(人災)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죠. 공학적, 사회적, 행정적 차원에서 다각도 융합연구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과정을 제 제자들이 보고, 또 학회에 모인 후배교수들이 보게 되니 저는 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미래의 공학인들에게 좋은 예시(Good example)가 되어주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연구와 교육을 균형 있게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둘로 나뉘어 있어서 좌뇌는 물리적, 이성적 판단에 관여하고, 우뇌는 창의적 사고를 담당한다고 한다. 현실에 실재하는 구조물을 치밀하게 연구하면서도 늘 현실 위의 이상을 꿈꾸는 남 교수는 매분 매초 좌뇌와 우뇌를 모두 알차게 활용하는 사람의 예시가 아닐까. 도전을 즐기는 개척자임과 동시에 꿈을 꾸는 연구자이자 교육자인 남부현 교수. 그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위클리피플>도 작은 이상을 꿈꿔본다. 남 교수의 시간과 땀이 모여 이룩한 대지가 우리나라의 사회기반시스템공학의 단단한 지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_남부현 교수

profile

텍사스주립대(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토목공학과 석사·박사
前 플로리다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교수
前 플로리다 싱크홀 연구센터 센터장
2016 미국토목학회 올해의 교수 수상 (Faculty Advisor of the Year, ASCE-FL)
제1회 한국지반공학회-미국지반공학회 지반공학 워크숍 위원장
現 경희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 교수 및 학과장
現 한국지반공학회 YGE(??은지반공학자)포럼위원회 위원장
現 한국지반신소재학회 전담이사
現 한국지하안전협회 전담이사
現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단 위원
現 대한토목학회 영문 논문집 편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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