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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박수영 Gong won company 대표,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다원예술가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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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수영 Gong won company 대표

개인의 역사와 지역의 관계성을 연결하다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다원예술가

박수영 Gong won company 대표 | 다원예술가


공중의 휴식·오락·보건 등을 위하여 조성한 넓은 정원이나 유원지 등의 사회시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원’의 사전적 정의다. 이 문장이 설명하는 바답게 공원을 떠올리면 남녀노소 자유롭게 각자의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 공간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이는 예술의 지향점과도 닮아 있다. 누구나 편안하고 즐겁게, 다양한 형태로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다원예술가 박수영 대표는 ‘Gong won’이라는 활동명에서부터 이러한 예술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예술가는 늘 꿈을 꾸는 존재라고 하던가.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하는 예술가, 연출과 기획을 하는 감독 겸 안무가로서 한국의 문화예술계를 종횡무진 중인 박 대표가 꿈꾸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위클리피플>은 박수영 Gong won company 대표를 만나 그녀가 지금까지 이뤄 온 예술, 미래에도 이뤄나가고픈 예술에 대한 빛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고수경 기자

공(Zero)과 원(one)이라는 백지에
자신을 도구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다

박 대표 본인의 성 씨 박(Park)에서 유래한 활동명 Gong won에는 앞서 상기한 공원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공원이라는 단어를 두 글자로 쪼개어 보면 이 단어는 ‘공(Zero)’과 ‘원(One)’의 조합이기도 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박 대표는 ‘Zero’와 ‘One’만큼이나 텅 비어 있는 ‘無’의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이 활동명에 담았다. 이 이름은 다양한 예술 분야를 융합하는 다원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네이밍이 되었다. 실제로 박 대표는 그림과 무용, 비디오 영상의 세 가지 소스를 섞어 공연 예술과 전시를 진행한다. 비디오 영상은 그림과 무용에 각각 겹치는 지점이 있지만 그림과 무용은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위클리피플>은 박 대표가 다원예술을 시작했던 출발 지점으로 함께 돌아가 보았다.

“저는 네 살부터 그림을 그려서 서양화로 시작해 동양화로 넘어갔어요. 서양화는 색을 칠한다고 표현하는데 동양화는 올린다고 표현하죠. 흔히 레이어라고 하는데, 색을 하나하나 올려서 켜켜이 쌓아가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그림은 한 장마다 끝이 있는 평면 작업이라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동양화과인데도 설치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 몸을 재료로 쓰고 싶어져서 춤을 추기 시작했죠. 마치 제가 하나의 붓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거예요. 서로 다른 장르도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해요. 무용에서는 저 자신이 붓이 되고 미술적인 차원에서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요. 저는 미술적인 언어와 움직임의 언어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두 가지의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그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스스로 붓이 되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겠다는 이름 그대로의 예술을 실천 중이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미래 극장을 만드는 청년예술가 축제마을 ‘오락발전소’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고 예술을 전파하고 있다. 인구 소멸, 청년 소멸이라는 지역문제에 대응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온 박 대표의 대표 시리즈 ‘Map Project’는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명이기도 하다. 지역의 장소가 가지는 고유성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작업 ‘Map project’를 통해 그의 지역 예술에 대한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힙합을 베이스로 움직임을 시작한 이후 미술, 영상 등을 넘나들며 낯선 몸에 대한 관찰을 담은 《Look》, 젠트리피케이션을 사운드와 움직임으로 풀어낸 《Void Draw()》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 대표의 활동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로 뻗어 나간다. 2020년도부터 한국, 스페인, 독일, 슬로베니아,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영국에서 유전적, 환경적 요소와 특정 지역의 관계성을 통해 그 지역과 자신을 연결 짓는 Map project를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이제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경계선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신체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다 자신이 재료가 되고 싶어 무용에 빠진 예술가. 살아 움직이는 예술의 현신이라는 별칭이 어울릴 듯하다. 그러나 박 대표 역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한국은 어느 분야에서나 섹션을 정확하게 나누는 경향이 있어서 예술 계열에서도 미술가는 미술을 하고, 무용가는 무용을 하는 식으로 각자의 영역이 분명하다. 반면 그 두 영역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박 대표는 항상 자신이 누군지, 이 두 가지의 다른 언어를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한 질문을 늘 생각해야 했다. 실제로 ‘너는 어느 바운더리에 있을 거냐’라는 질문도 수없이 들었던 박 대표는 어떻게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었을까.

“한국 대구에서 제 인생의 스승님 중 한 분이신 독일에서 온 ‘안드레아’라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미술큐레이팅과 무용작업을 병행하여 다원예술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그 선생님이 저의 불안감을 다 잠재워주셨어요. ‘예술을 향한 너의 확고한 철학만 있으면 된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무엇 하나에 종속되지 말아라. 예술이 너의 친구라고 생각해라’라고 말씀하셨죠. 그 이후로 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첫 번째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Artist Statement)는 신체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사진_다원예술 Map Project_Busan 공연, 2022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 (Korea) ©GWPAF2020 / 제공_Gong won company


개인의 역사가 모여 큰 흐름에
이르는 ‘지도프로젝트(Map project)’

박 대표의 또 다른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를 축약해 본다면 ‘개인을 지역으로 연결하는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박 대표는 개인과 개인의 좌표가 만날 때 거기서 새로운 역사가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러한 흐름을 관찰하며 확장하고, 그 흐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트래킹 하는 예술가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서 하나의 큰 흐름이 되는 것. 이것이 다원예술가 박수영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지도프로젝트의 개념이다. 이 작업의 시작점은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왜 오른손잡이인가’에서부터 출발하여 ‘박수영’이라는 하나의 좌표를 잡고 세밀하게 자신을 탐구했다. 가정환경, 타인에게 받은 영향력을 토대로 안무를 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박 대표는 개인이 특정 지역에 이어져 있다는 연결성을 발견했다. 개인의 기억은 장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나라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서 큰 역사를 이룬다는 주제에 점점 감정적인 서사가 생기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보면서 울기도 하세요. 그래서 저는 개인의 역사를 폴더에서 오롯이 꺼내서 관객분들에게 설명할 때, 최선을 다해서 신중하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인간 개개인의 역사는 모두 중요하잖아요. 모든 개인이 각자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표는 그동안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유형의 사람과 작업해왔다. 연령, 인종, 성별은 물론 어떤 몸을 가졌는지도 상관하지 않았다. 박 대표의 기준은 딱 하나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예술가는 우리가 왜 이 작업을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예술가는 좋은 질문자가 되고,
누구나 예술을 향유하는 세상을 꿈꾸다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만큼 박 대표는 이 ‘질문하는 행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청년예술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을 때, 그는 예술가가 갖춰야 할 덕목을 한 문장으로 말했다. 좋은 질문자가 되라는 것. 온갖 미디어와 매체로 인해 정보의 양이 천문학적으로 많아진 시대가 되면서, 질문도 쉽게 얻어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 역시 편하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을 찾기란, 그만큼 더욱 어려워졌다. 그럴수록 예술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유하며 투철하고 처절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박 대표는 조언한다. 더불어 이 청년예술가들의 환경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예술문화에 대해 바라는 점을 조심스레 밝혔다.

“아직도 예술은 어느 특권계층에게 향유되고, 예술가는 배고프고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죠. 저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일수록 예술을 가까이했으면 좋겠어요.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예술을 누리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사진_다원예술 Map Project Hwaseong 공연, 2023 발안 만세시장 만세갤러리 카페 ©Gongwon / 제공_Gong won company


기억을 담은 시간을 열어주며
휴식처를 제공하는 ‘공원’이 되다

이어 박 대표는 영국의 비영리 단체 KBCE(Korean British Cultural Exchange, 대표 장정은)의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기록 전시 《The Ties Through Time》 오프닝 공연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해외 다수 국가의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예술문화를 알리는 다원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 세계를 집 근처 공원처럼 나들이하며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는 박 대표가 추구하는 모습은 어떤 그림일지, <위클리피플>은 박 대표의 진솔한 답변을 들어봤다.

“저는 저를 이렇게 소개해요. 여러분들이 제 작업을 봤을 때, 여러분 각자의 추억이 상기되는 순간이 오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역사는 다 예쁘니까요. 그 예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고, 그 추억을 이야기하러 오고 싶게 만들고 싶어요. 공원에는 누구든 편하게 앉거나 잔디밭에 눕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어떤 장르에서든 다양한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예술가이자,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무엇을 가졌든, 외형이 어떻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일상 속에서 자유로이 오가며 행복을 느끼는 모습. 그게 공원(公園)의 진정한 형태이며 Gong Won이 그려갈 그림임과 더불어 바로 예술이 나아가야 하는 길이다. 자신의 공원에 흙 한 줌, 풀 한 포기도 직접 바르고 심어 한 명 한 명을 초대하며 쉼 없이 작업하고 달려온 예술가. Gong won 박수영 대표의 푸르고 아름다운 공원이 더욱더 울창하게 뻗어 나가 한국예술계의 단단한 토양이 되길, <위클리피플>은 나무 한 그루를 보태는 마음으로 간절히 응원한다. 사진제공_Gong won company

profile

2023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기록 전시 《The Ties Through Time》 오프닝 공연 (영국 킹스턴 FUSE BOX)
2023 화성시문화재단 모든 예술 31 지원 《Map Project 화성》 전시 공연 (발안 만세시장)
2023 영국 시민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댄스 ESEA Culture Festival 예술감독 및 출연 (영국 킹스턴)
2023 《Map Projec》 FUSE International Festival 공식 초청작 (영국 뉴몰든 Creative Youth)
2022 《Map Project》 ESEA Culture Festival 공식 초청작 (영국 Rose Theatre)
2022 《Map Project》 국제 공연 예술 축제 Alter Ego 공식 초청작 (불가리아)
2022 《Map Project》 Plesni Teater Ljubljana 공식 초청작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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