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연 라라가야금스튜디오 대표, 국악 선율이 스며드는 일상을 연주하다

사진=고주연 라라가야금스튜디오 대표

힐링을 선사하는 ‘가야금 스튜디오’
국악 선율이 스며드는 일상을 연주하다

고주연 라라가야금스튜디오 대표

취미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덕목처럼 느껴지는 오늘날. 도자기나 가죽, 귀금속 공예 등 각종 공방부터 시작해 와인모임, 독서모임, 클라이밍, 러닝 크루 등 소모임 클래스에 일회성이나마 참여해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드물다. 또 어떤 새로운 장(場)이 우리에게 그동안 몰랐던 작은 세상을 보여다 줄까 기대가 되는 가운데 <위클리피플>은 라라가야금스튜디오의 고주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윤혜은 기자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가야금

‘가야금 스튜디오’라니. 가야금을 대여해 준다는 곳인지, 가야금 연주를 하는 공연장이라는 곳인지 단번에 와닿지 않은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이곳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교육기관이었다. 개인 가야금 레슨 외에도 전통음악에 대해 즐겁게 탐구해 볼 수 있는 클래스를 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취미 찾아 삼만 리, 취미 범람의 시대에서도 우리네 전통문화와 관련된 것은 쉬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더 솔직하게는 찾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끄러움이 스멀스멀 밀려올 즈음 고주연 대표는 이해한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현재 소모임 렉처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존에는 가야금을 가지고 소모임 클래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소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가야금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 국악에 여러 가지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을 거 같아 거문고에 관한 주제로도 강연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연주를 먼저 들려드린 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전통음악에 스며드는 시간으로 수업처럼 경직된 강연이 아니라, 음료나 다과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입니다.”

“꼭 국악 음악을 감상하고 무대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전통음악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앞으로 국악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예술에 관련된 모임도 확장할 계획이에요. 잊혀 가는 전통예술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라라가야금스튜디오에서 이어가고 싶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여는 1:1 개인 레슨의 경우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도 중요하지만 흥미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이 고 대표의 기조다. 흥미를 충분히 쌓은 뒤 착실한 성취로 연결하면서 시나브로 연주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그의 레슨 방향이었다. 그래서인지 입시보다는 대부분은 가야금을 특별한 취미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개인 레슨뿐만 아니라 소모임 클래스를 통해 여러 학인들을 만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단다. 고 대표는 “저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에 대한 관심도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왔던 학생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처음 가야금을 접한 뒤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에, ‘어린 친구들도 가야금에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는 마음이 클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뿌듯했어요. 그래서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그 물꼬를 이어받아 학교 밖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과 가야금 사이를 잇는 아름다운 선율

라라가야금스튜디오에서 수업할 때 사용하는 교재와 악보 대부분은 고 대표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사용한다. 난도가 높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기존의 타 교재에 아쉬움이 있었으므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소한 것도 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았다. 난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무조건 쉬운 연주를 가르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기초에 집중한 수업은 초반의 흥미를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가야금이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 체감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기 수업과 더불어 이론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을 톡톡히 적립할 수 있다는 것이 라라가야금스튜디오의 특징이자 고 대표가 자부하는 부분이다.

“사실 저는 강사보다는 연주자로서 활동했었어요. 다만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에 어려움을 느낀 경우가 많아서 수업을 시작했죠. 강사 준비를 하면서 전공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의 감각을 살려 취미를 배우시는 분들을 위해서 원데이클래스 등 다양한 클래스를 시도했어요. 지금은 원데이 클래스, 소모임 클래스, 정규 클래스 이렇게 세 가지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대표의 소회와 고백은 보다 대과거인 어린 시절로 이어졌다. 우연히 본 가야금 공연을 신기해했던 마음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가야금을 마침내 전공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고 대표는 ‘가야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반대를 딛고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고에 이어 대학에 진학하고 가야금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다른 많은 예체능인들처럼 고 대표 역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버틴 스스로에 대한 기특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가야금을 좋아하는 아이, 음악을 좋아하고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명료한 한 줄이 고 대표의 가슴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연주자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입시 스트레스와 대학 진학 후 맞이한 슬럼프였기 때문에 지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하게 되는 것도 가야금이 힐링할 수 있는 악기, 편안한 일상으로 인도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는 점이에요. 수업에서 주어지는 과제도 숙제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즐기는 취미 생활의 일환이 되었으면 하죠. 저희 클래스에 계속해서 가고 싶고, 수업을 거듭할수록 성취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업을 등록하는 모든 수강생들에게 가야금 연주를 우수하게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아요. 그보다 귀와 마음으로 가야금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을 뿐이죠.”

음악이 주는 궁극적인 평안

고 대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결코 녹록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 고 대표는 연주자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음악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길을 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공을 살려 ‘오직 연주만 해야지!’라는 마음을 확장시킬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학창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은사님 생각을 많이 해요. 김계옥 선생님에게는 연주자로서의 자질부터 삶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많이 배웠죠.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제자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대학 시절 제가 슬럼프를 이겨내고 달릴 수 있게 해주셨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박현숙 선생님은 그 어떤 현역 연주자보다도 악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꾸준히 가야금을 연습하시고 활동하시는 모습에서 저 역시도 건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었어요.”

이런 가르침을 거쳐 연주자이자 강사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고 대표는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세상에 어필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골몰하며 가야금과 연결된 일들을 다채롭게 해나가고 있다.

“오랫동안 가야금을 배우던 한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은 학업으로 인해 결국 가야금을 그만두어야 하는 순간이 왔지만 꼭 전공으로 삼지 않아도, 가야금을 배우는 일만은 지속하고 싶다며 이곳을 찾았죠. 그 학생에게 가야금은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연주에서 얻는 힐링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었던 거예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학생 덕분에 저 또한 더 열심히 가야금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오직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국악과 호흡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분명 더 즐거운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가야금으로부터 시작되는 또 하나의 세계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국내 문화예술 교육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생겨난다. 고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성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클래스의 대중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입시를 목표로 진행되는 학생 중심의 문화예술 교육에서 벗어나 삶과 함께 하는 음악의 경험이 많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것이 클래식이나 국악과 같은 장르라면 더더욱 남다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테다.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저희 스튜디오를 확장을 시켜서 성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센터를 만드는 거예요. 놀이터에서 여러 기구를 골라 노는 것처럼 여러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센터를 지어 성인들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또 다른 개인적인 목표는 제가 경제적으로 성장을 하여 악기를 전공하는 친구들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마음 편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라라가야금스튜디오 고주연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가야금이라는 악기와 더 나아가 잊히고 있는 국악이라는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어 다양한 클래스 및 공연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정규 및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방학 없는 여름을 맞이해야 하는 성인들에게 가야금은 뜻밖의 휴식과 새로운 활력으로 마음의 잔물결을 만들어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아름다움과 조우하기에 가야금은 제법 괜찮은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제공_라라가야금스튜디오 [리뷰]

profile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졸업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졸업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전공 석사 졸업
가야금 연주가 협회 회원
안산시립국악단 비상임단원 역임
김계옥 가야금 연주단 단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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