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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1
이신노 뿌리병원 병원장,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다
김진욱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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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신노 뿌리병원 병원장

관절전문 뿌리병원,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다

이신노 뿌리병원 병원장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지만,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허리 굽은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어기적거리며 걷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심한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다리가 O자로 휘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료기술의 발달로 많은 할머니들이 휜 다리를 곧게 펴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바로 무릎 인공관절치환술 덕분이다.

뿌리병원은 보건복지부 인증 관절전문병원으로, 중부권에서는 관절전문병원이 단 2곳뿐이다.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병상 수, 필수진료과목 등 7개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뿌리병원의 이신노 병원장은 무릎 인공관절치환술 분야에서 1만 건이 넘는 수술 케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권위자다. 그가 수도권을 떠나 청주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유, 나아가 무료로 인공관절수술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신노 병원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은 의사의 자세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김유진 기자

정형외과 세부전문의 협진이 가능한 관절전문병원

청주 뿌리병원은 보건복지부 인증 관절전문병원이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특히 충북 최초로 로봇인공관절수술 기법을 도입했으며, 2021년 기준 연간 4,500여 건의 관절, 척추 수술을 수행하는 등 근골격계 분야에 있어서는 여느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적을 자랑한다. 뿌리병원은 올해까지 3년 연속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선도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는 관절전문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의료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신노 병원장은 지방의 지역민들이 척추분야, 관절 분야에서 세심하고 정밀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고, 후배 의료인 등을 섭외해 임상경험이 풍부한 각 분과 전문의 17명을 모았다.

뿌리병원의 장점은 척추, 관절, 근육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세부전문의들이 있어서 협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에서도 무릎, 고관절, 어깨, 손, 손목, 팔꿈치, 발, 발목 등 부위에 따라 세부전문의가 나뉘는데, 지방에서는 대학병원을 찾아가지 않으면 각 분야 세부전문의들로부터 진료를 받기가 어렵다. 뿌리병원은 200병상 규모의 병동에서 정형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세분화 진료를 제공하며, 정확한 진료를 위해 전자 차트와 PACS 영상, 전자결제 등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로봇수술이 가능한 병원이라는 점이다. 뿌리병원은 지난해부터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사람에 비해 오차가 작고, 회복 기간도 짧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원장은 자동화 시대에 발맞춰 관절전문병원의 취지에 맞게 MRI, CT 등 첨단 검사 장비와 수술 및 치료 장비를 적극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

이 원장은 시골에서 태어나 동네 어르신들이 허리가 굽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났다. 나이 들면 당연히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줄 알았던 그는, 의대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그 모습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골 노인들의 넉넉지 못한 경제 사정도 병원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지만, 무엇보다 전문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있는 보건지소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이 원장이 정형외과를 택하는 동기가 됐다. 의료취약지역이라 의사는 많지 않은데, 매일 몸 이곳저곳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찾아왔다.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병을 오래 방치한 상태다 보니 약물치료만으로 쉽게 나아질 리 없었고, 이 원장은 ‘내가 이분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러한 고민은 그를 ‘정형외과 전문의’의 길로 이끌었다.

“정형외과를 선택한 뒤, 교수님께서 인공관절수술 하시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됐죠. 오다리였던 환자가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정상적으로 보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정형외과를 선택하기 정말 잘했다고 느꼈어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교수보다 임상을 택한 것도 사회에서 더 많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고, 또 그로 인해 제가 보람을 많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을 거쳐 청주의료원에서 다년간 근무했고, 지금까지 인공관절치환술 분야에서만 1만 5000여건이 넘는 케이스를 쌓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인공관절수술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감염에 취약하고 수명 연장을 위해선 많은 노력과 관리를 요구하므로 신중히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퇴행성 변화로 인해 닮아 없어지면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관절염이 심해질수록 뼈와 뼈의 마찰이 심해지며 부골이 발생하고, 말기에 이르렀을 때는 다리가 O형으로 변형돼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는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기존 무릎관절의 기능을 대체해야 한다.

이 원장은 수술이 잘 끝난 후 통증이 줄어들어 한결 나아진 얼굴로 환자들이 인사를 건넬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의사로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이 원장은 개업 당시 선배 의사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바로 ‘제생위최락(濟生爲最樂)’, 생명 구제를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으라는 말인데, 이는 이 원장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의사 생활을 할 때 오래도록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면서 ‘환자를 구제하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삼아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의사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이 말이 얼마나 뜻깊은지 알겠습니다. 의사는 매일 똑같은 수술과 처치를 한다고 생각할지라도, 환자들에게는 한 번뿐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지냅니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해야 진정성 있는 치료가 가능하듯, 이 원장은 후배들에게도 ‘공감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의사는 절대 혼자 살 수 있는 직종이 아니므로 기술만 연마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많은 후배들이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의대에 진학하는데, 사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노력 중에는 스스로 자기성찰하고 나를 돌아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의사는 다른 의료진과 항상 협력하고 환자를 보는 것도 환자와의 협업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의료진과 서로 공감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공감할 줄 알고 사람을 잘 이해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장은 병원 직원들의 고충에도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개선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의료진들이 한 데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기기도 한다. 서로 공감해야 협력이 가능하고, 협력을 해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 지역사회 의료공헌 활동에 주목하다

오랜 기간 의사로서 살아오는 동안, 이 원장의 기억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환자가 있다. 청주의료원에 근무할 당시 만났던 할머니인데, 관절염이 너무 심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였다. 무릎 연골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진료를 마친 뒤 할머니가 밖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차비가 없어서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원들에게 부탁해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드렸고, 다행히 수술 후 재활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일어서서 걷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너무나 보람찬 순간이었죠. 걸을 수 있게 되니 할머니 표정까지 밝게 바뀌었더라고요. 환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오시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이 원장이 무료 인공관절수술 사업을 진행하는 계기가 됐다. 이 원장은 인공관절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임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주저하는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의사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환자들이 통증에서 벗어나고,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면서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통증을 얻게 되는데, 결국 집안에만 머무르며 사회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요. 무료 인공관절수술 사업은 이분들을 사회로 빠르게 복귀시키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밖에 이 원장은 뿌리병원의 이름으로 다양한 사회복지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술비가 부족한 경우 해당되는 사회복지 시스템을 최대한 알아보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지역 내 학교, 사회복지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지역민들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뿌리병원이 지역민들의 삶을 얼마나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사진제공_뿌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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