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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박용범 청맥병원 병원장, 혈관 건강과 사랑에 빠진 의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얻다
이나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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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박용범 청맥병원 병원장

혈관 건강과 사랑에 빠진 의사
세상을 바라보는 촘촘한 시선을 얻다

박용범 청맥병원 병원장


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이 늘어나서 돌출되어 보이는 질환이다. 운동이 부족하여 근육이 약해질 경우, 정맥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어 정맥류가 약화되는 질병이다. 스키니진이나 부츠와 같은 다리를 조이는 옷이나 신발을 착용할 경우 더욱 심해져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발병 원인이 현대인이 흔히 갖고 있는 나쁜 습관인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결코 가벼이 대할 수 없는 하지정맥류. <위클리피플>은 하지정맥류에 특화된 부산의 청맥병원을 조명했다. 환자의 ‘혈관 건강’을 챙기고 돌보는 데에 누구보다 진심인 박용범 청맥병원 병원장을 만나, 환자의 삶 전반에 활기를 넣어주며 ‘함께, 더 멀리’를 고민하는 다정한 의료인의 마음가짐에 스며들어 보았다.
취재·글_이나현 기자, 윤혜은 기자

혈관을 따라가는 외길 사랑

혈관을 치료하겠다는 병·의원들은 많다. 하지만 혈관에 특화되어 이를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치료하는 병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청맥병원을 이끄는 박용범 병원장은 군의관 시절부터 혈관외과를 담당하면서 오랜 시간 혈관을 탐구해온 케이스다. 그는 이등병 시절, 하지정맥류로 부작용을 앓고 있는 동료를 수술해주면서 한국에서 이 수술을 가장 잘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청맥병원을 개원한 오늘에 다다를 수 있었다면서 첫 수술의 기억을 회상했다.

“열악했던 환경 속에서 마무리된 수술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리에 이상소견 없이 지내는 친구를 볼 때면 15년이 지났어도 뭉클한 마음이 들어요. 훗날 제가 병원을 열고 혈관 건강에 주력하는 의사로서 한 우물만 파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죠. 제가 혈관외과에 푹 빠져 지내게 된 계기는 모두 그 친구 덕분이에요. 사실 주변에서 모두가 다 반대를 했어요. 의대 졸업 후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를 하는데, 누구나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과가 있거든요. 저는 안과에 이미 합격한 상태였는데, 마지막 선택까지 묘하게 끌리지 않은 거예요.”

“두 안구만 바라보며 지낼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일단 다들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외과를 선택했죠. 그러다 혈관외과로 빠지게 되었고요. 돌이켜보면 늘 샛길, 외진 길로만 다녔던 것 같아요. 혈관외과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붙일 수 있었던 건 친구의 영향이 컸지만, 그보다 앞선 선택들에는 늘 ‘남들이 가려는 길을 가지 말라’고 조언하신 어머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보통 외과 수련을 받을 때는 한 번씩 도망가는 순간을 겪는다고 한다. 웬만큼 단단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중증 환자들의 생사를 지켜보는 일이 너무 힘들어 며칠에 한 번씩 병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고. 다들 이해한다는 분위기로 서로의 힘든 마음을 다독이는 가운데, 박 원장은 말하자면 외과 수련과의 권태기나 부침 없이 늘 활기찬 태도로 의술을 체득했단다. 운이 좋은 사람, 박 원장은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고 있는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이 길에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실제로 그는 하지정맥류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는 기쁨과 계속 발전해나가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그의 소회가 궁금했다.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를 하는, ‘혈관 구조대’라는 모임이 있어요. 그곳에서 저는 질병 그 자체보다는 ‘의사는 이러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며 의사로서의 신념과 태도에 대해 더 강조하는 편이에요. 저는 외과의사가 반드시 가져야 할 네 가지 덕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첫째는 이글스 아이(eagle’s eye). 즉, ‘독수리의 눈’입니다. 애초에 오진을 하면 추후 치료 과정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둘째는 수술실에서의 자세인데, ‘사자의 심장’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쫄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세 번째는 ‘숙녀의 손’처럼 섬세하게 수술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이지요. 마지막은 추후 관리입니다. ‘달리는 말의 다리’처럼, 방심하지 말고 환자를 오래 케어 하는 데 애쓰는 단계죠.”

여기에서 박 원장은 덕목 하나를 더 추가했다. 바로 ‘천사의 영혼’이다. 의사라면 모름지기 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같은 덕목은 꼭 혈관외과의라서가 아니라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앞선 다섯 가지의 마음가짐을 간직한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그래서 박 원장은 12년 전 개원 당시부터 하루에 환자를 다섯 명만 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응급환자로 인해 평균적으로 1~2명을 더 볼 수 있겠지만 혈전이 생겨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거의 예약제로 운영하며 다섯 명의 환자만 접수를 받고 있다. 그 기조가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유지된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진료 환자가 적은 대신 그만큼 환자들과 3~40분 정도 충분히 이야기 나누며 진료 시간을 거쳐요. 이야기를 마치면 환자가 너무 개운하고 행복한 얼굴로 돌아가세요. 저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진료 시간에 형성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일까, 청맥병원은 크게 광고하지 않아도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베이스캠프인 부산을 넘어 전국, 외국에서도 청맥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고. 박 원장의 진정성 있는 의술과 풍부한 경험은 오랜 시간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헌신하고 있다. 그동안 만난 인상적인 사례와 더불어, 의료인으로서의 보람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 할머님 한 분이 오셨어요. 누가 봐도 너무 심한 정맥류를 앓다가 저희 병원에 오셨죠. 혈관이 꼭 포도송이만큼 많이 튀어나온 채로 3~40년을 그러고 사셨다는데, 할머님의 남편 되시는 분이 이 다리를 꼭 좀 치료해달라는 게 유언일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이었어요. 할머님은 할머님대로 내 다리가 매끈해지면 저승 가서 남편이 못 알아보면 어쩌냐, 그런 걱정을 하실 정도로 서로 다정하셨죠. 그래도 그분을 치료해서 완치까지 봐드린 게 참 뿌듯하고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사람이 세상 모든 것의 근본이다.’ 이것이 청맥병원의 모토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이인’의 교훈으로부터 얻은 말인데, 박 원장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함께’를 좀 더 강조했다고.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함께 그것을 나누고 개선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해서다. 지금 청맥병원의 모토는 ‘함께, 더 멀리’다. 의원으로 개원해 병원으로 확장된 지 어느덧 4년 차.

“도로보다는 길로 가고 싶다. 도로는 효율을 따지는데, 길은 사람이 다니다가 만들어진 것이니 함께 그 길을 걸어가자”라는 생각을 자주 되뇐다. 여기에서의 ‘함께’란 환자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만 생각하며 지내는 삶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박 원장.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감이 우리 세계에 얼마나 큰 긍정의 뉘앙스를 더하는지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생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법

박용범 병원장은 명쾌하다. “이 병이 왜 생겨요?”라는 물음에 병이 생기는 이유는 그에 맞지 않게 썼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못 먹어서 죽는 세상이 아니다’ 환자들의 표현을 쓰면 잘 먹어서 죽는 세상이기도 한 것 같다. 너무 지나치게 잘 먹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박 원장을 찾아온 환자 중 한 명은 30대 초반으로, 혈관 질병이 생기기엔 이른 나이인데 혈관 건강 상태가 아주 나빴다. 원인은 뻔했다. 혈관, 근육, 뼈 등 내 창자와 뇌와 마음을 거기에 알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충 살았는데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의료도, 교육도 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 우정, 희생, 믿음, 소망, 사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슴 속에 새기면서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태도가 쉽게 장착되기는 쉽지 않죠. 저는 뭔가를 해내고자 할 땐 충분한 정성을 들여 꼼꼼하고 세심하게 진행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후배를 뽑으려고 해도 외과는 서로 안 하려고 하는 걸 보면 아쉽죠.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은 기본적으로 환자를 위한 공간이다. 누구라도 이 병원을 소개해 주고 싶은 병원이 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환자들이 만원을 냈으면 최소 만원어치 이상을 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우리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로부터 더 나아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이를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진의 협업 외에도 환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그런데 환자들이 똑똑해지려면 올바른 알짜배기 정보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우리 병원을 찾으신다고.



“저는 ‘I trust you’라는 말을 너무 좋아해요. ‘나는 널 신뢰해, 나는 널 믿어’라는 의미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환자들에게 믿음을 줌으로써 그들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어요. 환자들이 먼저 우리를 믿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고, 그런 것을 느낄 때 책임감이 더 커지고 행복하기까지 해요.”

인터뷰 말미. 박 원장은 그가 자주 곱씹는 어머니의 말씀을 나눠주었다.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한다고 하면 저 사람은 끝내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다.” 무엇을 보든, 누굴 보든 예쁘다고 해보기. 누굴 보든 사랑한다고 해보기. 세상은 우리가 미워해서 미운 모습이 되는 건지도 몰랐다. 녹록지 않는 삶 속에서도 예쁜 마음,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가져갈 때에, 우리는 이번 생을 좀 더 희망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한 병원이 있다면 더욱 윤택하고 탄탄한 삶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청맥병원이 꼭 그러한 역할을 해나가리라 <위클리피플>은 믿어 본다. 사진제공_청맥병원

profile

대한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정맥학회 정회원 & 이사
대한혈관외과학회 정회원 / 학술이사 / 기획이사 / 홍보이사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발전재단 이사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 번역 :
그것이 알고싶다! - 마사유키 히로가와
하지정맥류 혈관내치료 : 호세 알메이다
하지정맥류 혈관내치료 : 마사유키 히로가와
아너소사이어티
재능기부 으뜸상·부산시장
재능기부 으뜸상·보건복지부장관
하지정맥류 최다 수술 의료기관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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