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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김진성·이영진 LAB404 소장,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김진욱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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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LAB404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김진성, 이영진 LAB404 소장


공간 디자인 트렌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고도 성장기에 문을 연 백화점들은 층별로 나누어 빈틈없이 제품을 나열했고, 빈 공간이 있으면 어김없이 행사 매대로 채우곤 했다. 소비를 위해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경제성장을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쉼과 여유, 소통과 관계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모습의 공간이 등장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 이어진 파미에스테이션&스트리트는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의 느낀 경험을 모티브 삼아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당’의 모습을 재해석해 보여줬다. 이후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소통과 휴식을 제공하는 상업 공간이 다수 등장했고, 백화점에 창문을 내거나 정원을 만드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 됐다.
LAB404는 김진성 소장과 이영진 소장 두 부부 디자이너가 공동 설립한 공간 디자인 사무소다. 김진성 소장은 베이사이드CC와 묵향제 티하우스 등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을, 이영진 소장은 파미에스테이션&스트리트와 스타필드 등 대형 상업공간 설계 경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비어있는 공간에 관계성을 담는다’는 디자인 철학 아래 주거, 영화관, 전자제품 매장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공간 디자인을 시도한다. 특히 늘 트렌드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연구하기 위해 이름에도 연구소를 뜻하는 영단어 ‘LAB’을 붙였다. <위클리피플>은 부부 디자이너의 시너지와 열정으로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LAB404’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김유진 기자

‘새로움’이 전문분야

과거에 공간 디자인 설계는 대부분 해외업체가 담당하고, 국내업체는 코디네이션만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 공간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단독으로 건축, 인테리어, 가구 까지 토탈 디자인 설계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LAB404도 그런 업체 중 하나다.

흔히 공간디자인사무소라고 하면 주거, 상업, 공공 등 전문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LAB404는 전문분야를 딱히 정해두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만 보아도 그동안 아파트, 펜트하우스, 전자제품 판매점, 영화관, 레스토랑, 병원,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굳이 전문분야를 꼽자면 ‘새로움’이라고 해야 하는 셈이다.

“요즘 클라이언트들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전문분야가 맞으면 의뢰를 하는 게 아니라, 스타일을 보고 일을 맡깁니다. 전문분야 업체보다는 저희가 디자인을 했을 때 색다른 것, 남다른 것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요. 업계 내에서도 똑같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본 적 없는 공간에 대한 니즈가 큽니다. 저희는 여러 가지를 해봤으니 같은 디자인이라고 해도 주거처럼 풀기도 하고, 백화점처럼 풀기도 하고, 해외에서 본 디자인을 접목하기도 하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분야의 경험이 없음에도, 메가박스 리뉴얼이나 LG전자 베스트샵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LAB404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파트 외관 특화 설계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커뮤니티센터 등 입주민 편의시설의 비중을 크게 두는데,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을 아우르는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주거공간 내부 설계만큼이나 테라스나 조경에 관심을 갖는 입주자들도 많다. LAB404의 디자인 철학인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비어있는 공간에 관계성을 담는다’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공간을 만들 때 대부분 꽉 채우려고 하는데 저희는 콘텐츠를 담고 공간은 비우려고 합니다. 대신 빈 공간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찾으려고 하죠. 트렌드 흐름을 빨리 파악하는 동시에 우리만의 철학을 담아서 공간을 구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만든 시너지

김 소장과 이 소장은 공동대표이자 부부이지만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나 커리어 면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 김 소장은 스스로 “실내인테리어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어느 순간 매료되어, 불현듯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하는 반면, 이 소장은 “목수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설계도를 보며 자랐고, 중2때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 없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모던하고 동양적인 주거공간을 많이 디자인했다면, 이 소장은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 상업공간 위주로 커리어를 쌓은 것도 다른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두 사람이 함께 LAB404를 설립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기 때문. 살아온 궤적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삶의 지향점은 같다. 바로 ‘행복한 가정’이다. 두 사람은 LAB404를 운영하는 동시에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공간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 아파트 상가 내에 있는 유치원을 보냈는데 아이들 정서에 좋은 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해서 마당이 있는 한옥 유치원을 찾았어요. 흙바닥에서 물로 반죽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유치원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마당이 있고 테라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멋있는 고층빌딩을 보면서 ‘우와’ 하고 감탄했는데, 요즘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정서를 얻게 되는지에 관심이 더 가는 것 같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시선이 점차 달라진 거죠.”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목표

두 부부가 가정의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두듯이, LAB404의 목표 또한 ‘직원들 개인의 행복’이다. 두 사람은 본인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야 회사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디자인이라는 업계 특성상 야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워라밸’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흔히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저희는 그 말을 싫어합니다. 대표와 직원은 남남이고 각자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신 일을 할 때는 즐겁게 하자. 열심히 하자는 거죠.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대체휴무를 주고, 여직원들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술만 마시는 회식 대신에 좋은 공간을 찾아 밥 먹고 공간 구경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래서인지 회사 운영한 지 7년 정도 됐지만 중도 이탈자가 많이 없어요. 새 직원이 오면 아무래도 다시 팀을 짜기가 어려운데, 기존 인력들은 척하면 척 받아주는 장점이 있죠.”

이직률이 높은 업계인 만큼 기존 직원들의 장기근속은 LAB404의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 목표를 따로 정하지는 않더라도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직원들에게 더 좋은 공간과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LAB404는 오는 10월 새 사무실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라

공간 디자이너는 결코 쉽지 않은 직업이다. 업계 특성상 야근이 흔하고 업무강도가 높아서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회 초년생들이 부지기수다. 또한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쉽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버틸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의성을 살릴 수 있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평생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공간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두 부부는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겐 단편적인 지식보다 공간에 대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책 또는 이미지로만 봤을 때와 직접 공간을 찾아가봤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요. 저희 두 사람은 지금도 국내에 괜찮은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꼭 직접 가봅니다. 이미지로만 보면 이 공간이 어떤 경험을 담고 있고,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거든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를 나가지 못하지만, 잠잠해지면 해외의 좋은 공간을 눈에 담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본다고 해서 당장 실력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되거든요. 클라이언트가 ‘이런 공간을 원한다’라고 했을 때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해 주면 소통도 더 잘 되고요.”



공간에 대해 공부하고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것은 사회 초년생은 물론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들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소장 역시 LG전자 베스트샵 디자인 설계를 맡았을 때 LG전자 가전제품을 전부 공부하고 사이즈를 숙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새로 오픈한 공간을 찾아 트렌드를 파악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기도 한다. 김 소장은 “공간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프레시한 생각으로 접근해야 클라이언트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클라이언트들이 저희 회사를 부를 때 랩(LAB)이라고 하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항상 새로운 걸 만드는 곳,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연상됐으면 좋겠어요. ‘LAB404에 맡기면 없던 것을 만들어내잖아’라는 그 말이 무엇보다 가장 큰 훈장입니다.”

시장에서 ‘새로움’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LAB404는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LAB404의 김진성·이영진 소장이 꿈꾸는 것처럼 빈 공간이 사람들의 목소리와 새로운 관계로 넘쳐날 날을 <위클리피플>이 기대해본다.

profile

김진성 소장

홍익대학교 대학원 공간디자인 전공
한국실내건축가협회 이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정회원

이영진 소장

연세대학교 대학원 공간디자인 전공
한국실내건축가협회 이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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