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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배용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선진 기술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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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 발전을 이끈 열정과 신념
선진 기술로 인류 공영(共榮)에 이바지하다


배용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비임파성 면역연구센터(SRC) 센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이가 100개국에서 확인됐다”며 “현재 세계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국내 유입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지역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처럼 전 세계 수많은 사상자를 낼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은 참혹한 전쟁이 아닌 전염병으로,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 의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까지도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변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생물학을 전공한 후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배용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이자,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SRC) 센터장은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의 권위자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 및 질환제어 원천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배 교수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를 찾았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바이러스학·면역학의 권위자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재학시절 배 교수는 3학년 방학 때 타교에서 출강한 바이러스학 교수의 연구를 돕다가 바이러스학을 깊이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배 교수는 전공공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고시공부를 하던 중이었는데,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그 분과 근 두 달간 바이러스 샘플링을 위해 field trip을 하면서 바이러스학에 매료되었고 이후 석·박사 과정 모두 바이러스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석사와 박사과정 모두 바이러스 질환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석사 때는 산모에 감염되면 맹아, 농아, 저능아 혹은 기형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은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의 핵산 증식기전을 연구했고, 박사 때는 캐나다 캘거리 대학에서 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뇌·심근염 바이러스(Encephalomyocarditis virus, EMC virus)를 연구했습니다. 바이러스 유전자 중 어떤 부분이 당뇨병을 유발하는지를 유전자조작기법을 이용하여 여러 종의 재조합 바이러스를 만들어 연구했습니다. 석·박사과정에서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연구했었는데, 학위 후 연구원 시절 하버드 다나파버 연구소(Dana-Farber Institute)에서 에이즈(AIDS)를 연구하면서 바이러스뿐 아니라 면역학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가 어떻게 몸에 유입되어 면역세포에 감염되고 전파되는지, 어떻게 면역결핍을 일으키는지 등 병리기전을 연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핵심 면역세포로 초기 방어면역과 항암면역을 총괄하는 ‘수지상세포’를 연구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바이러스학과 함께 면역학을 깊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 연구가 바이러스학보다 오히려 면역학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진: 2012년 제12차 국제수지상세포 학술대회 학술조직위원장으로, 학술대회 opening remarks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DC)는 선천성 면역세포(innate immune cell) 중 전문적인 항원제시세포로, 유입된 외부 항원이나 내부 (암)항원 등을 포식하고 분해한 후 T 세포에 제시하여 후천성 면역(adoptive immunity)을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선천성면역세포이다.

이러한 수지상세포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줄곧 연구해온 배 교수는 귀국하여 계속해서 수지상세포 관련 연구를 이어나갔다. 2001년 한국수지상세포학회를 만들고 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1998년 크레아젠을 교수창업하여 대표이사로서, ▲DC 면역치료제 암백신 개발, ▲신장암 임상 1/2상 후 허가, ▲전립섬암 임상 1·2상 후 중단, ▲류마티스 관절염 1·2상 후 중단, ▲간암 임상 1·2·3상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렇듯 다년간 기술 사업화의 현장 경험을 쌓아온 배 교수는 무엇보다 기초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5년부터 기초연구에 전념해왔다. 이후 2017년에 한국연구재단의 SRC 선도연구센터(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과제에 선정되어 센터장으로서 지금껏 면역학분야의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면역학 연구를 선도하는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오랜 기간 암과 난치성 질환에 대한 수지상세포치료제 개발 및 임상시험을 이끌면서, 암과 난치성 질환이 대부분 비임파성 장기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면역학 연구는 대부분 1, 2차 면역기관인 골수, 비장이나 임파절 등 임파성 면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을 통해 간, 폐, 신장과 같은 비임파성 장기나 조직에서 임파성 장기에서 나타나지 않던 새로운 면역세포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 염증반응으로부터 장기의 손상을 막고 장기를 보호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면역조절 및 면역억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즉, 비임파성 장기의 특성상 임파성 면역과는 다른 면역세포와 그로 인한 독특한 면역환경, 면역반응과 면역조절기전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우리 몸의 각 장기마다 임파성 면역과는 다른 면역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에서는 이들 비임파성 장기의 특이적 면역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그동안 임파성 면역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던 면역학적 난제를 규명하면서 새로운 학문영역을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몸에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역현상을 밝혀 나갈 뿐 아니라 임파성 면역 유도 혹은 강화로는 한계를 보이는 기존 면역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본 센터는 비임파성 장기의 면역억제환경이 오히려 암과 감염성 질환을 난치성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들 장기의 핵심 면역세포, 면역조절분자들을 in vivo 표적화(targeting)를 통해 조절함으로써, 암이나 염증성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질환제어 원천기술을 개발해 나가고자 합니다.”


사진: 2018년 SRC센터 센터장 1차 워크숍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라

한강의 기적이란, 한국 전쟁 이후부터 아시아 금융위기 시기까지 반세기에 걸쳐 대한민국에 나타난 가파른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용어이다. 지난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본인 ‘인적자원’의 경쟁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여 년 전 동아일보에 보도된 기사자료에 따르면 ‘어린이가 원하는 장래직업으로, 과학기술자가 31%로 가장 많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어린이들은 ‘우리나라가 잘살려면 필요한 인물’로 과학기술자를 꼽았다. 그런데, 과학기술자에 대한 직업선호도는 1990년대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학습량과 시간, 노력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처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여전히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은 중요하나, 유능한 과학기술자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배 교수는 이러한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의 이탈’ 현상을 우려하며,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된 12차 국제수지상세포학회 학술조직 위원장으로 초청연자들과 해인사에서 함께


“21세기는 웰빙(well-being) 시대입니다. 그만큼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입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선진 IT기술에 BT(Bio Technology)를 융합한 ‘BIT’가 앞으로 미래 기술 트렌드를 선도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인지하여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꾸준히 쌓아간다면, 분명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것입니다. 대나무가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는 3-5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땅 위로 싹이 나서 30미터까지 자라는 데는 불과 6주면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대나무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세요. 주어진 일을 즐기면서 감당해야 창의력·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부와 명예는 추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물입니다.”

홍익인간의 신념,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다

다년간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배 교수. 그는 취재진에게,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금껏 쌓아온 신념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 전했다.

“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SRC)가 우수한 연구결과와 논문으로 위상을 높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고자 합니다. 또한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유능한 과학자들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일에도 매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마음 깊이 품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힘을 합해 우리 민족의 피에 흐르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으로 나라를 발전시켜 통일한국을 이루고,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 되어 인류 공영(共榮)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사진: 우천재단 후원 탈북청소년들이 만든 소책자


배 교수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07년 우천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우천복지재단은 조국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이웃을 섬기고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선진복지사회를 실현하고자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탈북 청소년들이 미래 통일한국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배 교수는 정년 이후의 삶을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정하고, 다음 세대를 후원하고 세우는 일에 남은 여력을 다하겠다고 한다. 머지않아 그들이 주역이 될 통일한국이 인류공영에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는 나라가 되길 배 교수는 간절히 바라고 소망한다. <위클리피플>이 만난 배 교수는 누구보다 분야 발전을 위해 열정적이며, 헌신적으로 걸어온 연구자이자, 교육자였다. 그의 신념이 다음 세대를 이끌고 나아갈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profile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학사·석사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미생물병리학과 박사
Julia McFarlance 당뇨병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하버드 의과대학 암연구소 연구원
㈜JW크레아젠 대표이사/CTO
J. of Bacteriology and Virology 편집위원장
한국수지상세포학회 초대회장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장
現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現 성균관대학교 SRC(비임파성 장기면역연구센터) 센터장
現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現 우천복지재단 이사장
現 세계일보 사이언스프리즘 칼럼리스트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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