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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7
김소영 대표, 본연의 美에 창조의 美를 더하다
김진욱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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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과 미학이 어우러지는 ‘나만의’ 공간 창조자
본연의 美에 창조의 美를 더하다


김소영 바소디자인(VASO DESIGN) 대표


바소디자인의 입구는 투명한 여닫이문이다. 짙은 파란색 테두리의 문은 웅장하리만큼 크고 아치게이트 형태를 차용해서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바로 옆에 붙은 벽도 아치게이트 형태를 차용했고 입구와 벽 사이에 ‘VASO’라는 회사명이 무게감 있게 새겨져 있다. 마치 몇 백 년 된 런던의 저택을 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모던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입구를 들어서면 따뜻해 보이는 우드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그 위에 흰색과 연보라색 장미가 꽂힌 꽃병이 놓여 있다. 직접 제작한 검은색 페치카 틀에는 꽃병과 나비를 재해석한 그림이 올라가 있고 그 아래에는 전통의 패턴인 단청을 미니멀화한 다음에 콘크리트와 마블가루를 이용해서 제작한 김소영 대표의 여러 가지 시도들이 순서대로 기대어 있다. 붉은색 계열이지만 클래식한 꽃병, 장식장과 어울리는 디퓨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선인장,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단청패턴과 직접 제작한 페치카 틀 주변에는 김소영 대표의 세심한 손길이 묻어 있다. 15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인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되는 현장이 없었다는 바소디자인 김소영 대표의 이야기를 <위클리피플>이 들어봤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이주은 기자, 우마루내 기자

디자인의 밑천이 되었던 파리와 런던 유학

김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설치장식미술을 전공했고 졸업한 뒤에는 CJ오쇼핑 공채1기로 입사해서 VMD(visual merchandiser)로서 재직했다. 첫 직장에서 아트적(artistic) 감성으로 디자인적 쇼잉(showing) 능력과 공간 기획 능력, 공간 분석력을 키웠던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향했고 한성아이디에서 디자인 실장으로 근무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디자인의 영구성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시즌이나 방송 일정이 끝나면 제품군별로 제작했던 설치미술이 그대로 철거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당시 시내 공간 디자이너, 특히 주거 공간 디자이너의 위상이 높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거의 없었지만 김 대표는 메마른 땅을 경작하듯이 자신의 전문성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파리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파리 대학시절에 항상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 앞에 칠판으로 만들어진 메뉴판이 세워져 있었어요. 그런데 10년 만에 다시 찾아갔을 때 그 메뉴판이 똑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거예요. 문득 울컥, 하고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한국 사회는 몇 년이 아니라 거의 달마다 상점들이 철거됐다가 다시 세워지는데 파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거예요. 문화를 보존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되고 있어서 저는 무의식중에 그런 감성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귀국한 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김 대표는 더 전문적인 인테리어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서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김 대표는 런던 미들섹스대학교(Middlesex University)에서 인테리어 디자인(Interior Design)과 학사를 1등(First Class Honours)으로 졸업했고 이후 킹스턴대학교(Kingston University)에서 디자인(Design: Product & Space)과 석사를 수석(The top honour)으로 졸업했다. 런던 대학시절 제품과 공간의 상호연관성에 대해서 학문적인 견해와 전문적인 지식을 탐구했던 김 대표는 거기에서도 가는 곳마다 공부의 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는 직장을 다니다가 진학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예전 같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사물들도 함부로 지나치지 못했다.



“등교하거나 하교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공부였어요. 300년 전에 깔아놓은 돌을 보면서도 왜 저기에 깔았을까, 왜 저런 모양으로 깔았을까, 왜 저 부분에는 돌이 아니라 콘크리트를 부었을까, 하고 고민했으니까요. 또한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서 자긍심이 깊어서 무엇이든 근본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제 뿌리인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단청패턴과 한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돌아보면 우리나라 전통가옥이 되게 프라이빗한 공간이더라고요. 대가족이 거주하지만 사랑채와 안채를 포함한 본채(Main House)와 별채(Second House)가 따로따로 나뉘어져 있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공용공간(Public)인 대청마루도 있잖아요. 인테리어 디자인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전통사학을 탐구해서 전통가옥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좋았어요.”

바소디자인의 뮤즈는 고객

고국으로 돌아온 뒤 김 대표는 한성아이디에서 이번에는 수장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역임했다. 이제 김 대표는 ‘VASO DESIGN(Space & Product)’을 설립해서 활동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바소디자인은 정장을 맞춤 제작하는 장인처럼 고객에게 영감을 받아서 고객의 니즈(needs)에 부합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맞춤 제작한다. 바소디자인만의 특징은 독창적인 해석으로 실질적 기능과 미적 감각이 극대화된 공간을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이용해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소디자인의 비전인 ‘from concept to completion’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초기의 콘셉트부터 완공까지 함께하고 철거까지 고려하면서 작업한다는 의미다.

“‘어느 호텔을 방문해도 우리 집이 제일 좋더라’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있어요. 어떤 고객은 저에게 쓰레기통을 사도 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제 인테리어에 흠이 될까 봐 아무 쓰레기통이나 못 사겠다고, 그래서 백화점까지 왔다고 말이에요. 저는 고객들이 믿고 맡긴 이상 마지막으로 침구를 포함한 작은 소품까지 봐주려고 노력해요. 고객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 귀한 곳에 썼으면 좋겠어서요.”

‘색채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색이어도 개인의 체험이나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의미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색채 감성이 발현되는 요인이 바로 ‘개인적 체험’이다. 김 대표는 회사란 소속된 직원들의 공간이고 음식점이나 미용실 같은 다중이용시설이란 불특정다수의 공간이지만 집이란 오로지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자신이 선호하는 색채와 스타일을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것이 딜레마일 정도로 고객들 개개인의 색채 감정을 전적으로 존중해주는 편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미팅을 진행해서 견적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고객들과 의논한다. 그런 소통과 교감의 과정들이 고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개인적인 공간에 특화된 작업의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김 대표는 믿고 있다.



디자이너다운 디자이너가 되자

김 대표에게는 아들이 중요한 비전 중의 하나다. 김 대표는 런던에서 유학하는 동안에도 아들과 함께했고 그것은 아들의 인생에서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 아들이 축구선수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아들에게 ‘무슨 업에 종사하든 나라에 쓰임을 받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축구선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아들은 지금은 축구 비즈니스 분야로 비전을 바꾸어서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못 당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못 당한다’라면서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그것을 좋아할 수 있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의 꿈은 ‘바소디자인 출신’이라는 것이 이직 시장의 프리패스 티켓이 될 수 있을 만큼 멋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 자신과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다시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싶다는 것, 디자인의 길에 들어선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디자이너의 감성과 개성이 제대로 묻어 있는 부티크 호텔을 만들고 싶다고 수줍게 밝혔다. 김 대표는 언제나 ‘디자이너다운 디자이너가 되자’라는 신념과 ‘고개를 들었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라는 신념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 신념을 잊지 않는 한 김 대표는 자신을 선장에 비유한다면 승객인 고객을 목적지까지 불안하지 않게 모시려고 한다는 자신만의 철칙을 단단히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

김 대표는 주거 공간 인테리어란 헌 집을 새집으로 변화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그것을 반영시키는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어반 리제너레이션(urban regeneration)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한 번 지을 때 잘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보존할 수 있는 것은 보존하고 창조할 수 있는 부분은 창조하자는 의미인데 김 대표가 유럽 유학시절 얻은 귀중한 깨달음이다. 김 대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열정이다. 반드시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디자인 프로그램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능숙하기 때문에 창의성과 전문성을 기르려고 노력한다면 근본이 흔들리지 않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김 대표는 여전히 ‘공부하는 디자이너’이다. 아직도 디자인 서적을 원서로 읽는 것은 물론 간단한 매거진도 원어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서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원어를 풀이해보는 것이 ‘공간 해석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마감할 때 마다 입구 앞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이면 가슴이 뛴다는 김 대표, 숫자로서의 나이가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인생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는 김 대표,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그녀의 열정을 <위클리피플>이 응원한다.

profile

파리 에콜 MJM 학사
런던 미들섹스대학교 인테리어 디자인과 학사
킹스턴대학교 디자인과 석사
CJ오쇼핑 VMD
한성아이디 디자인 실장, 수장 디자이너
VASO DESIGN 대표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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