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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김경식 교수, 게임산업을 이끄는 차세대 인재 육성에 주력하다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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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게임학과’ 설립자
게임산업을 이끄는 차세대 인재 육성에 주력하다


김경식 호서대학교 게임소프트웨어학과 교수 | 한국게임학회 명예회장


협력적 플레이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실력보다 소통이다. 온라인 대전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팀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팀원들 중 하나라도 트롤링(고의적으로 게임을 망치거나 팀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인터넷 은어)하거나 누군가를 헐뜯기 시작하면 게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며 승리로부터 멀어진다.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 김경식 교수는 게임을 하는 것뿐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행위에도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게임학과 설립자이자,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차세대 인재들을 양성해온 교육자 김경식 교수. <위클리피플>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우마루내 기자

국내 게임산업의 효시, 산업의 발전과 맥을 같이하다
김 교수가 게임학과를 설립하게 된 것은 ‘인연’에서 기인했다. 서울대학교 전자계산기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에게 지도교수였던 황희융 교수가 평소 인연이 있었던 故 강석규 호서대학교 총장을 소개해줬던 것이다. 당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김 교수는 교수모집에 지원해 보라는 총장의 제의를 선뜻 수락하지 못했다. 그러나 6개월 뒤 마침 기회가 되어 호서대 전산과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고 1년 뒤에는 황희융 교수도 같은 대학으로 옮겨오게 됐다.

“호서대 게임공학과는 1997년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졌어요. 1997년에 게임공학과 학부생 40명을 모집한 게 최초예요. 제 서울대 은사인 황 교수님이 컴퓨터 관련 서적을 집필하시면서 일본에 자주 다녀왔는데 특히 게임산업을 흥미롭게 보셨어요. 1970년대 말에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나오고 1985년도에 슈퍼마리오가 출시됐잖아요. 전쟁 후에 우리와 비슷하게 살던 나라인데 전 세계로 게임을 수출하고 있었던 거예요. 1996년에 황 교수님이 ‘일본의 게임산업을 볼 때 우리나라도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입국에서 게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수출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어요. 당시 총장님이 대학의 주력사업으로 벤처를 키우고 있어서 ‘게임공학과’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승인해 주셨죠. 당시 총장비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제가 일조도 했고요.”

김 교수는 지난 23년간 게임산업을 튼튼히 받치는 기둥 제자들을 키워냈다. 2010년 대한민국게임인대상(주관 더게임스), 2011년 대한민국게임대상 학술상(주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을 수상하면서 스스로가 게임산업의 기둥이 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후자를 꼽았다. “정말 자부할 만한 상이에요. 수많은 업체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대상을 받았지만 저는 학술상을 받았잖아요. 학교에서 가장 공이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얼마나 명예로워요.” 그는 2010년 수상의 공도 학생들에게 돌렸다. “당시 ‘월드클래스 2030’으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었고 논문발표도 많이 했지만 상이 너무 컸어요. 한편으로는 제자들의 덕인가, 제자들이 열심히 해주고 저도 좋은 제자들을 키워서 받은 건가 싶었어요.”

그러나 김 교수는 ‘기능성 게임’ 개발에 열중하는 한편 노인용 기능성 게임 ‘팔도강산’을 제작해서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명실상부한 공학도이다. 최근에는 소방안전학과와 협력해서 VR게임을 연구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실제 화재 현장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여 게임이용자가 화재 현장에 대한 위험도를 직접 체감하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모의 훈련을 해보는 등 유의미한 기능성 게임이다.



전 세계 게임시장에 뿌리내린 제자들을 육성하다
게임공학과를 신설하면서 김 교수는 유능한 강사진과 시설, 예산을 구하는 문제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 2년 뒤 그는 학과장을 맡으면서 학벌과 관계없이 강사를 채용하는 한편, 6천만 원 가량의 대학소프트웨어 육성자금을 끌어오면서 그것을 해결했다. 학과의 1기와 2기 신입생들에게 당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우리 학과에는 조교도 없으니 너희들이 동아리를 결성해서 함께 공부하고 게임을 개발해라. 그리고 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졸업해라.” 그 결과 그의 제자들은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같은 주요 게임회사에서 팀장과 이사급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자들 중 최원규 캐치잇플레이 대표가 있어요. 우리 학과 2회 졸업생인데,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다가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러다가 2011년에 영어 기능성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로 넥슨 김정주 회장의 눈에 들어서 인큐베이팅을 받았죠. 그렇게 7년간 만들어낸 게임 ‘캐치잇잉글리시’로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00만 회 이상을 달성했고 미국과 일본에도 서비스 중이에요.”

현재 ‘게임소프트웨어학과’로 명칭을 바꾼 호서대 게임공학과는 게임 개발의 즐거움과 어려움, 보람까지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교육을 지향한다. 그래서 학과에는 10개 정도의 동아리들이 있으며 그중 세 군데(크리에이터, 마로, 버그소프트)는 설립 당시부터 23년째 내려오는 곳이다. 이 동아리들은 학교의 학생벤처 육성 지원을 받아서 학생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방학 때마다 한 달 반 정도 합숙하면서 선후배들이 함께 게임을 개발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학과의 전통 때문인지, 앞서 ‘2015 동아일보 유망학과 100’의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전문가가 바라본 게임산업의 비전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면서 산업이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바라봤다. 요즘은 COVID-19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을 벌이면서 하나의 대책으로 게임을 권장하기도 했다. 21세기는 글로벌 시대로 세계가 하나처럼 빠르게 소통하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게임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기술과 가상세계의 접촉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사업의 핵심은 2025년까지 디지털, 그린,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면서 “디지털의 꽃은 게임”이라고 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면 ‘세계 1위 온라인게임 기술력’이 결실을 맺는 것도 그리 먼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고귀한 직업
만해 한용운은 젊은이들과 대작할 때마다 “이놈들아, 나를 매장시켜 봐라”라고 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보다 독립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를 매장시켜 봐라”라는 뜻이겠지만 넓은 의미로는 “나의 권위를 받아들이지 말고 너희 자신만의 길을 찾아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김 교수는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고귀한 직업”이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호서대에 부임했을 당시 故 강석규 총장이 그에게 해줬던 말이었다.

“총장님이 돈과 명예에 욕심내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많은 수상경력을 쌓고 칭찬들을 받아도 학생들에게 존경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처량할 것 같아요. 제자들에게도 그랬어요. ‘내 꿈은 너희들이 게임산업의 기둥이 되는 거야. 너희들이 성공하는 것이 내가 성공하는 거고, 너희들이 부자되는 것이 내가 부자되는 거야’라고요. 이어령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대학은 배움과 가르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즉, 내가 모르는 걸,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교수는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학생들은 가르치는 것을 실습해보는 등 이런 열린 배움의 장이 바로 대학인 것 같아요.”

김 교수의 교육 신념은 먼저, 본인 스스로가 ‘솔선수범’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또한 김 교수는 공부뿐이 아니라 성실과 정직이라는 인성적인 부분도 함께 실천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영향을 끼쳤던 선생들의 존함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멋쟁이 총각선생님’이었던 중학교 음악 선생님의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그 선생님이 그랬어요. ‘경식아,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그때까지 저는 가난하고 키도 작은 그런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저에게 매우 큰 힘이 됐어요. 저는 아직도 음악이 좋아요. 음악, 하면 그 선생님이 떠오르는 거예요. 선생님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그 선생님을 통해서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소통과 화합’
인터뷰 말미, 취재진은 김 교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 교수는 정년퇴임까지 학과 내 소통과 화합에 주목하고 싶다고 밝혔다.

“게임개발에는 기획과 프로그래밍, 그래픽이라는 세 파트 간 협력이 중요해요. 기획은 플레이어의 심리를 파악하는 인문학이고, 프로그래밍은 아이디어를 컴퓨터로 구현하는 공학이며, 그래픽은 게임의 배경과 캐릭터, UI(화면 인터페이스)를 그리는 예술이에요. 세 파트의 협업이 게임완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그는 2019년 개소한 충남글로벌게임센터를 지원하는 한편 한국게임학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는 어땠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두서없이 말한 것 같아요”라면서 빙그레 웃었다. 조금 뒤 그는 “말한 사람은 금방 잊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남아 있더라고요. 나머지는 기자님 몫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그 말이 메아리처럼 취재진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쩌면 김 교수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위클리피플>은 게임업계 곳곳에 스며든 그의 제자들 마음속에 김 교수의 고귀한 가르침이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기원했다.

profile

서울대학교 공학 학사, 석사, 박사(컴퓨터공학)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동설계실 선임연구원
호서대 총장비서실장, 학생창업보육센터장, 게임학과장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사외이사 2003-2008
제3대 한국게임학회 회장 2005-2007
제4-6대 한국게임학회 감사 2007-2013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2005-2009
호주 NewSouthWales대학 국비파견, 1994
미국 UCUrvine게임랩 객원교수, 2005
네덜란드 Utrecht대학 (HKU)게임랩 객원연구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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