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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0
인순이, 운명이란 벽 앞에서 당당히 마주하다
길민지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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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방송 "나는 가수다" 이미지 캡처)

인순이, 운명이란 벽 앞에서 당당히 마주하다

인순이, 5천만 한국인 중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동의하진 않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순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살면서 그녀의 노래 한 번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그녀가 한국 가요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현재 포화상태인 가요 시장에서도 ‘거위의 꿈’, ‘아버지’ 같은 그녀의 히트곡은 시간이 지나도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고, 후배들에 의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있다. 어느덧 예순을 넘었지만 그녀가 무대에서 노래하며 내뿜는 에너지는 그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사실 그녀의 유년시절은 희극보단 비극이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1957년에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모녀를 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흑인이었고 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순이는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주었다. 이국적인 외모가 익숙지 않았던 당시의 폐쇄적인 한국사회는 그렇게 그녀에게 흑인 혼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처를 주었다.

어린 인순이는 피부색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싫어 남 앞에 서는 것을 꺼려했었다고 한다.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수녀’가 장래희망이었다는 그녀의 말은 당시 사회분위기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설상가상 가정 형편도 녹록지 않아 그녀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가수가 된 것도 처음엔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었다. 어머니와 이모, 어린 여동생을 책임져야 했던 그녀에게 꿈은 그저 사치였다.

그러나 조개가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다고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 진주를 내버려 두랴. 그녀의 가창력은 곧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순이는 ‘희자매’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고 1981년 솔로로 재출발해 ‘밤이면 밤마다’라는 노래로 큰 사랑을 받는다.

그 후에도 몇 번의 침체기가 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잘 극복하고 히트곡과 함께 무대 위로 돌아왔다. 한편 그 무렵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는데, 그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원래 친구였던 둘은 인순이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흑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포기한 채 살아왔던 인순이는 교통사고를 계기로 본인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감정을 지금의 남편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남편은 마음 여린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고, 그녀가 혼자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짐을 기꺼이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렇게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인순이 부부에게 태어난 사랑스러운 딸은 바람직하게 잘 자라주었다. 그녀가 행복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상처받기가 두려워 밖에 나가기 싫어했던 어린 소녀가 거대한 편견의 벽을 뛰어넘었고,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인생의 정상에 올라 탄탄대로를 걷던 그녀는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한다. ‘보디빌더’로 변신한 것이다. 예순을 맞아 자신에게 완벽한 몸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2015 나바코리아 챔피언십’ 보디빌더 대회에 출전했다.

젊은 여인들과 함께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탄탄한 몸매는 누구보다 멋있었다. 인순이는 최종적으로 퍼포먼스 부문에서 2위를 거머쥐며 환갑의 여성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 번, 그것도 보란 듯이 뛰어넘었다.

혼혈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한국사회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의 당당하고 멋진 신여성으로 거듭난 그녀를 존경한다. 인순이는 다채롭다. 그녀는 비록 반듯한 길이 아닌 가시밭길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아름다운 장미를 일궈냈다. 앞으로 그녀가 나아갈 길에도 딱 지금만큼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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