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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손석희, 상식의 저널리즘
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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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상식의 저널리즘

문명화된 현대 사회는 자유 언론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의 자기 검열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혹은 언론이 자본지배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 공정한 언론을 향한 대중의 갈증이 점점 깊어져만 가는 가운데, 언론인의 양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한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손석희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아니, 이동했다. MBC의 아나운서였던 그가 ‘중앙일보’에서 출자한 JTBC 보도 담당 사장을 맡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결정을 염려했지만, 이동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손석희는 한국 최고의 언론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취재·글_임주형 기자

동서를 막론하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을 넘은 것만 같다. 이제 화두는 국가의 언론 탄압보다는, 언론의 자정 능력으로 옮겨지고 있다. 영미(英美)뉴스‘산업’을 거머쥔 루퍼트 머독을 보라. 그의 은총을 받은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은 천박한 가십 보도로 문명사회의 첨단을 달린다는 미국과 영국 언론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

바야흐로, 그 무엇보다도 언론인의 양심이 절실한 시대가 도래했다. 2012년 언론노조 총파업 이후 신문사와 방송국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일각에서는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그리고 손석희는 JTBC를 택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사람들은 즉각 염려를 표출했다.

거대 언론, 대기업과 확실한 연줄이 있는 JTBC가 ‘공정성’있는 보도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손석희는 여전히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언론인이며, 그가 진행하는 <뉴스룸>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손석희를 월터 크롱카이트에 빗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손석희를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만드는가?
우선 진실성이다. 사실 현대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인들의 자기 검열이다. 언론은 실제 사회가 행하는 억압보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레토릭에 가까운 두루뭉술한 발언으로 대중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손석희는 시사인 인터뷰에서 “삼성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면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자신들이 방송 3사보다 삼성 관련 보도를 더 많이 한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있는 JTBC에 몸담고 있지만, 자신은 중앙일보와 관련이 없으며 오직 보도만을 신경 쓴다고 직접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손석희의 언행은 그의 보도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을 만큼 강직하고 뚜렷하다.

그리고 인간성이다. 한때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세월호 사건을 상기해 보라. 많은 뉴스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세월호 관련 취재 분량을 확보했지만, 손석희의 <뉴스룸>만큼 큰 파급력을 보여준 프로그램은 없었다.

손석희는 직접 팽목항으로 내려가 일주일간 메인 뉴스를 진행했다. 어느 날은 보도를 진행하다가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장면들이 그의 보도에 ‘사람의 색’을 입혀준 것이다. JTBC 보도특집 ‘여객선 세월호 참사보도’는 ‘YWCA가 뽑은 TV프로그램상’ 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세련됨이다. 손석희는 MBC ‘백분토론’, MBC 라디오 ‘시선집중’같은 프로그램에서 칼 같은 논리와 촌철살인으로 자주 주목받곤 했다. 그는 이 재능을 십분 활용해 보도 마지막에 적절한 멘트를 끼워 넣는다. 손석희가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일종의 ‘어록’이 되기도 한다.

<뉴스룸>은 조진웅, 베르나르 베르베르, 맷 데이먼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파격적이지만 언론의 품위를 저버리지 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우리 모토는 건강한 시민 사회의 편에 서자는 것이다.” 이것은 손석희가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건강한 시민 사회를 ‘극단적이 아닌 합리적 사고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좌우명은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 무엇이 극단이고 무엇이 합리인가? 시민 사회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이념적이며, 상식과 팩트의 편에 서는 것이 언제나 ‘예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힘든 길에서 요구되는 것은 중립성을 향한 결연한 의지와 더불어, 언제나 세태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 첨예한 지성이다.

월터 크롱카이트는 미국 저널리즘의 ‘거인’이었다. 그는 품위와 공정함이 있는 보도를 했고,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여 사실 전달에 왜곡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했다. 보수적 언론인으로서 언제나 상식의 편에 섰으며, 정치와 타협하지 않았지만 대중을 저버리지 않았다. 베트남 전과 워터게이트 보도는 그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주요한 업적이다.

손석희를 크롱카이트같은 대(大)언론인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두고 이런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아마 그만큼 한국 언론계에 ‘영웅’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의 범람은 지식의 결핍을 가져왔고, 사회의 다원화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분산시켰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옳은 주장을 견지하길 원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언제나 올바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언론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더 나은 표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그리고 건강한 언론이 말이다. 그리고 손석희와 <뉴스룸>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 기준에 근접한 언론으로 보인다.

위클리피플 임주형 기자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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