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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최영란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회장, 새로운 길 위에서 춤을 추다
오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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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도시 대전을 위하여!
전통무용가 최영란, 새로운 길 위에서 춤을 추다


최영란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회장|한국체육사학회 회장|목원대학교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중요무형문화제 제97호 살풀이이수자 外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 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은 한 여자의 삶이었다. 하는 척이 아니라 정말 이게 아니면 안 된다 싶을 정도로 미치도록 간절한 몰입. 춤과 함께한 50여 년 예술인생은 그렇게 내달리고 있었고, 춤은 곧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지역의 예술 발전을 위해 또 한 번 미치도록 빠져들겠다고 말한다. 바로 전통무용가 최영란의 이야기다. (사)한국예총 대전광역시연합회의 회장을 맡으며 무서운 추진력으로 대전 지역의 문화예술 도약을 이끌고 있는 그녀를 만나 섬세함 속의 대범함, 화려함 속의 소탈함이 엿보이는 한 곡의 춤사위 같은 열정을 마주했다.

취재·글_오미경 기자 news@weeklypeople.net (제보)

최영란 회장을 만나기 위해 향한 곳은 대전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그녀는 요즘 학과 수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사)대전예총(‘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대전광역시연합회’의 약칭)의 수장을 맡은 지 2년째에 접어든 최 회장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 최영란, 대전예총의 첫 여성 회장이 되다
첫 인상은 역시 무용가다웠다. 큰 키와 작은 얼굴, 시원한 이목구비까지 한 눈에 보아도 시선을 끄는 그녀의 외모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깊어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편으론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생각했던 질문들이 갑자기 뒤섞일 정도였다. 하지만 고고할 것만 같은 이미지와 달리, (사)대전예총 회장으로서 말문을 연 그녀의 이야기엔 장부의 기개 같은 책임감이 점철되어 있었다. 예총과 인연을 맺은 시작도 그랬다.

“선거 20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출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예총의 부회장을 맡았던 경험이나 과거에 추천으로 회장 선거에 나온 일은 있었지만, 저는 접전을 치른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다시 출마를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촉박한 시간 탓에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을 다 만나지도 못했고, 주변에서도 저의 당선을 지지하는 흐름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결국 제가 선택한 길이고, 역할이 주어진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평소 생각한 것들을 공약으로 만들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밤낮없이 뛰었던 것 같아요.”

물론 대전지역 예술계 인사라면 대전시립무용단부단장, 국제교류예술단 단장, 대전전통예술단 예술 감독 등 다양한 자리에서 탄탄히 쌓아온 최영란 회장의 경험치를 모를 리 없었지만, 수적인 열세는 분명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오래 두고 보아 온 그녀를 향한 두터운 신임은 선거에서 진가를 발휘했고, 그녀는 당당히 (사)대전예총 역사상 최초의 여성, 그것도 소수인 무용계 출신의 회장으로 당선되며 제9대 대전예총을 이끌게 된다.



● 불모지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나아가다
(사)대전예총은 한국예술문화의 창달과 국제교류 및 예술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회원 간 권익과 친목을 옹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순수 전문예술인 단체로, 현재 건축,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 영화, 음악에 이르는 10개 협회가 구성을 이루고 있다. 최영란 회장은 “대전 지역이 오랜 시간 ‘문화 불모지’란 불명예를 안고 있었지만, 예총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꾸준한 노력 속에 조금씩 그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선대를 이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도 확실히 세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선거 때 공약한 내용은 총 5가지였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이루는 1:1 후원 사업, 대전예술인 신년하례회의 예총 이양, 심포지엄 등을 통한 다양한 여론 수렴 및 발전 방향 모색, 예술인 복지 실현, 예술로써 대전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그녀는 유례없는 노력으로 하나씩 공약의 열매를 맺어 나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기업과 예술인의 1:1 매칭 사업이다. 이는 예술 공헌 기업이 협회나 작가를 후원하여 작가의 활발한 창작 의지를 북돋아 주고, 궁극적으로 기업과 예술가, 시민의 상생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사업을 위해 모든 자료를 직접 조사했다. 단순히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닌, 사회적 의식이 있는 기업들을 추려나갔고, 선거 때 내세운 대로 5개 기업 유치 후, 임기를 마칠 때까지 10개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니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그녀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기업인들에게 연락을 취해 만남을 성사시켰고, 그 결과 사업의 의도를 정확히 관철시키며 1년 만에 무려 10개 기업의 참여 의사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메세나 활동 성과였다.

“기업의 후원이 1년에 10명 가능하다면, 10년이면 10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겁니다. 대전뿐만 아니라 타 지역, 우리나라 예술 역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만들어진 거죠. 문화예술의 향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권리인 만큼 동참해주신 기업들에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참여가 이뤄지면 대전이 더욱 품격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날 거라 확신합니다.”

신년하례회 주관도 대전문화재단에서 예총으로 이양시켰다. 행사의 의미면에서 예술인들이 하는 게 좋겠다는 평가 속에 올해 1월 성공적으로 전환해 행사를 열었으며, 이때 1:1매칭 사업의 협약을 맺고, ‘예술공헌기업가상’에 대한 시상식을 치렀다. ‘예술공헌기업가상’은 (주)신화엔지니어링 최재인 대표의 건축예술상, (주)라이온컴택 박희원 대표의 미술예술상, (주)골프존 김영찬 대표의 무용예술상, (주)기산엔지니어링 강도묵 대표의 사진예술상, (주)맥키스컴퍼니 조웅래 대표의 음악예술상, (주)장충동왕족발 신신자 대표의 미술예술상, (주)고려하이콘 이병천 대표의 국악예술상, (주)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의 문학예술상,(주)백제컨트리클럽 형남순 대표의 영화예술상, (주)삼진정밀 정태희 대표의 연극예술상, (주)선병원 선두훈 대표의 연예예술상 등이며, 최 회장은 “앞으로도 예총은 기업인과 문화예술인의 가교 역할을 통해 나눔과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란 뜻을 전달했다.



또한 그녀는 이 자리를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적인 신년행사가 아닌, 예술인 후원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대표와 실무자들을 초청,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예술인 복지 실현 문제의 경우 당장 모든 것을 완벽히 실행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정보를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는 재단의 모든 복지 사업에 대해서도 직접 정보를 수집해 예총 임원회의나 심포지엄 등의 자리를 통해 꾸준히 내용을 전달, 한 명의 예술인이라도 더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끝으로 예술로써 대전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들리란 공약도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대전광역시 서구와 협약을 맺어 오는 5월 6일~8일까지 개최될 ‘힐링아트페스티벌’이 그것인데, 총 80개 부스에 훌륭한 작가들의 공예 및 미술소품 등이 전시되고, 기업과의 콜라보로 만든 아트트리 작품을 선보여 일반인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순수예술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사)대전예총은 ‘힐링아트페스티벌’을 기점으로 대전의 문화예술축제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내뱉은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힘을 지닌 예술을 해 온 사람으로서 나를 믿고 응원해준 이들에게 더 큰 믿음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 학자로서 걷는 길, 학생을 위한 길
한편, 20년이 넘게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오고 있는 교수로서 그녀는 오늘날 문화예술인 육성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취업만이 목적이 되어 문화예술의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문학이나 예술 등의 ‘순수’라는 분야는 직업과 연결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다른 전공과 같은 기준으로 직업으로 정량화하여 판단하고, 그에 따라 학과의 비전을 등급 매겨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과를 하는 등의 행태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봐요. 문화예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창작활동에 전념함으로써 커지는 개인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일입니다. 제도 개선 및 후원 등을 통해 미래의 문화예술인들이 기회조차 없어 꿈을 포기하는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함을 전한 최 회장은 학생들이 전공분야의 지식과 역량만 키우기보단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목원대학교 스포츠건강관리학과 전임교수로서 체육사 이론 및 실기를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인성교육이 학생들에게 설령 잔소리처럼 들릴지언정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 뿐”이라는 삶의 지혜와 소양을 꾸준히 전하다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이를 실행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 믿음으로 학자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최영란 회장. 그녀는 지난해 말, 한국체육사학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제10대 학회장에 선출되며 다시금 한 번 중책을 맡았고, 또 다른 지도자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 “나는 언제나 춤꾼이다”
빼어난 실력으로 ‘무용가 최영란’의 이름 석 자를 알렸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녀가 이 길에 애정을 쏟아 부었던 건 아니다. 5녀 1남의 딸 부잣집에서도 셋째 딸로 태어난 그녀. 넉넉한 가정환경과 부모님의 지원 속에 자매가 모두 예술적 역량을 쌓았고, 최 회장도 여섯 살 때 무용을 시작했다. 그 뒤 상위권 성적으로 일반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무용과에 입학했지만, 무용을 터부시했던 당시의 분위기 속에 스스로도 점점 진로에 대한 반문이 들었다는 그녀는 대학 시절에 남편을 만나 결혼 하면서 가정생활에만 충실해 왔다고 고백했다. 물론 뭐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 탓에 살림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춤은 그녀에게 운명이었나 보다. 남편을 따라 대전으로 이사 온 뒤, 이웃으로 만난 대전시립무용단 단장의 권유에 의해 그녀는 다시 집밖으로 나왔고, 대전시립무용단 부단장(훈련장)으로 10여년을 보내며 어느덧 춤에 대한 진짜 열정을 갖게 된다. 때론 타향살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나 주변의 견제도 있었지만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대전에서 그녀는 춤 하나로 울고 웃으며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고 말한다.

“춤은 내 삶이다. 춤추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즐겁다. 그렇기에 무용인 최영란의 삶은 이곳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또 다른 어느 무용인에게 좋은 지침이 되면 좋겠다.”

예총 회장이 된 후엔 무용 활동을 자제하고 예총에만 전념하란 충고도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은 정치나 행정가가 아닌, 무용인이라고. 그녀의 인생에 ‘춤’을 앞설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최 회장은 춤꾼 인생 50년을 이어가며 수많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요즘도 자신의 이름으로 무용단을 이끌면서 창작 공연 연 1회 이상, 전통무용 공연, 아동 공연, 재능기부 공연 등을 열어 ‘춤’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이런 열정의 밑거름은 많은 스승과 선배들이 있어 다져질 수 있었다며 겸손까지 갖춘 그녀다. 최영란 회장은 바로 지금을 ‘시작’이라 말한다.

“예총을 이끌며 이룬 모든 것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올해 더욱 잘 될 수 있도록 힘쓰면서, 그와 함께 ‘대전예술제(가칭)’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10월에 열릴 예술제를 통해 대전시의 문화예술 저력을 확인시키고, 더욱 노력해 제가 생각한 예총 발전 목표를 모두 이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춤 인생 5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끝 모를 춤의 날을 상상하는 그녀의 목소리엔 흥분이 가득했다. 말을 마친 최영란 회장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며 걱정했지만, 미쳐 있는 이에게 두서가 무슨 소용이랴. 오히려 그것이 훨씬 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사)대전예총에 대한 그녀의 진심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최영란 회장의 남은 임기, 그리고 그 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profile.
한양대학교 체육대학 무용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행정학석사
계명대학교 체육대학원 이학박사

목원대학교 스포츠건강관리학과 전임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및 제27호 승무 전수자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회장
한국체육사학회 회장
예비사회적기업 최영란예술단 단장 外 다수

(사)한국예총대전광역시연합회 부회장 역임(2007~2010)
대전국제교류협회 부위원장 및 예술단장 역임(2004~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책임심의위원 역임 (2013~2014)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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