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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01-06
세계에 각인될 진정한 ‘울림’, 손끝에서 피어나는 멜로디를 느끼다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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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각인될 진정한 ‘울림’, 손끝에서 피어나는 멜로디를 느끼다.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아시아필하모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리뷰) 오케스트라 공연의 막이 열리면 단원들은 자신의 악기를 가지고 각자 자리를 찾아간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리와 ‘자신’의 악기로 ‘남’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그리고 연주하는 동안 결국 자신의 음악으로 완성된다는 것은 실로 찬란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조각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하모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에 음악 그 자체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이, 정명훈 마에스트로를 통하여 우리는 또 다른 하모니를 찾을 수 있었다. _취재·글_ 이자연 기자



● 특별한 시작, 특별한 목표

서울에서 태어난 정명훈 예술감독은 음악 가족의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특별한 인연을 자랑하는데, 7세 때에 이미 서울시향과 협연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196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맨스 음악학교를 다니며 피아노는 나디아 라이젠버그에게, 지휘법은 카를 벰버거에게 배웠다.

정 감독은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보조지휘자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로 2년 뒤 그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이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임명되었다.

1980년 3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의 지휘자가 병상에 드러눕게 되자 당황한 당국은 평소 지휘 역량을 출중하게 보여준 정명훈을 지휘자로 임명했다.

머리가 까맣고 몸이 작은 동양인이 3,000석의 큰 음악당에 서니 청중들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미국인은 그가 지휘자로 등장하니 ‘요새 한창 일본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일본인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때 옆에 있던 여류 명사가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아니라 바로 한국인이다’라고 하여 그 사람을 놀라게 했다는 이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의 세계무대에 데뷔를 성황리에 거둔 후, 이를 기점으로 정 감독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유럽과 미국 등지의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을 지휘하였다.



● 정명훈 감독과 서울시립교향악단, ‘함께’ 만드는 멜로디

정 감독과 서울시향이 만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정 감독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십 아래 폭넓은 레퍼토리가 담긴 정기연주회를 연간 30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공연장에서의 공연만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로 향하는 문턱을 더욱 낮추고 시민들과 허물없는 소통을 위해서 다양한 공익 공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이 마음의 치유를 얻기 바라는 의미로 병원을 찾아 연주를 하거나, 아이들의 정서를 위한 ‘어린이날 음악회’, 그리고 ‘우리 동네 음악회’와 같은 무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따금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재능이 묻히고 마는 많은 청소년들을 위하여 서울시향에서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우리 동네 예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 것이다.

또한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등을 통하여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예술적 소양을 쌓고 오케스트라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전문 연주자 양성을 위한 사업으로 ‘지휘 마스터 클래스’, ‘작곡 마스터 클래스’ 등 음악의 저변 확대는 물론 전문 연주자들의 꿈을 펼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향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적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Proms)’에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을 받아 데뷔 무대를 가진 바 있다. 2001년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13년 만에 초청을 받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은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 더 잘 해낼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유럽에서 빌려온 것이 아닌 우리들의 문화로 키우기 위해 국제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신을 표했다.

유력 일간지인 텔레그라프 에서는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공연을 보고 “단원들의 주고받음은 동질적이고 훈련되어 있었으며, 또한 표현력이 있었다. 음악은 살아 숨 쉬었고, 스스로 말하고 마음을 어루만졌다”라고 평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는 “인터미션 이후 정명훈은 빈틈없는 차이콥스키 ‘비창’을 지휘하면서, 신경의 말단을 감정적으로 건드리지 않고도 오케스트라의 혼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최고 등급의 평가와 함께 서울시향의 강렬한 프롬스 데뷔 공연은 “서울시향이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품격 높은 교향악단”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밖으로 빼는 말] 난 세계 정상 오케스트라가 아무리 잘해도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머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 정명훈, 세계를 향한 그의 특별한 사랑

이러한 서울시향의 발전적 행보에 대해 정 감독은 “서울시향을 오페라에 비유하자면, 이제 프렐류드(전주곡) 단계일 뿐이다. 점수로 평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예전의 서울시향에 비해 적어도 2배는 좋아졌다”며 서울시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긍정적 에너지는 그의 애틋한 가족사랑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감독의 가족사랑은 세간에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 구순열씨에 대한 사랑은 특히나 각별하다. 연습 중 단원이 실수를 하면 “와이프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는 농담을 던지는 것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가족사랑은 환경과 어린이에 대한 책임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나는 10년 전부터 환경문제를 위한 콘서트를 해왔다. 3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건 중요한 일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환경’과 ‘어린이’를 위해 일할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늘 강조했던 점이 있다. 겉멋 부리는 것보다 작곡가의 뜻에 따라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 정확하게만 연주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못하면서 멋부터 부리려고 한다.

내가 서울시향을 그만두는 시기가 왔을 때, 다른 건 못해도 ‘정확하고 깨끗한 앙상블’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라며 서울시향이 곡조의 정확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그만의 목표를 전달했다.

정명훈 감독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자리 잡고 있다. 풍채 좋던 젊은 청년은 주름이 생기고 흰 머리가 날 때까지 끊임없이 음악에 대해 탐구하고 연습했을 것이다. 그의 주름이며 굵은 손가락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마에스트로’에 달했는데도, 어쩐지 계속해서 그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건 진정 그야말로 우리의 미래이자 목표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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