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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윤도현, 진정한 감성로커의 표본이 되다
길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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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진정한 감성로커의 표본이 되다

취재·글_길민지 기자

햇살 따사로운 날 영국 체스터의 아름다운 거리 위, 자유분방하게 헝클어진 머리와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한 남자가 서있다. 그가 어쿠스틱 기타를 잔잔히 연주하며 노래를 시작한다.

“당신으로 인해 내 사랑에, 내 사랑에 봄이 찾아오는 걸.”

머나먼 영국 땅에서 한국 노래가 부드럽게 울려 퍼지며 지나가던 행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노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표 로커, 윤도현이다.

지난 6월부터 방영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에서 윤도현은 유희열, 이소라, 노홍철과 함께 ‘비긴어스’ 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이들은 유럽으로 떠나 여러 도시를 돌며 버스킹 공연을 펼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톱스타들이지만 먼 유럽 땅에선 무명 밴드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낯선 땅에서 새롭게 노래하다’라는 카피 문구를 내걸고 그 무엇도 바라지 않은 채 그저 음악을 즐겼다.

여기서 윤도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보여준 로커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숨어있던 감성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동안 로큰롤을 외치며 환상적인 고음으로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었었다면, 이번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를 통해 위로받은 사람은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공연장 테러 사건으로 슬픔에 잠겨있던 영국 맨체스터에서 그는 "우리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상처받았지만 우리는 음악을 통해 슬픔과 아픔을 치유한다. 작은 무대일지 몰라도 우리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조의를 표하며 노래로써 그들을 위로했다. 그런 그를 쳐다보는 맨체스터 시민들의 눈길이 따스했다.

이렇게 윤도현의 감성적인 노래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는 감성 음악을 꾸준히 해왔다. 2014년 솔로 윤도현으로 발표했던 음반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제 음악이 포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감성의 곡들을 많이 발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큰 호응을 끌지 못했던 ‘당신이 만든 날씨’ 같은 훌륭한 노래를 이번에 알게 되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어쩌면 그에게도 이번 버스킹은 필연적인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섭외 과정에서 그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경연을 통해 표출하는 음악도 좋지만, 그를 향해 보냈던 맹목적 기대감이 그의 감성을 짓눌렀던 것은 아닐까.

여전히 버스킹은 진행 중이다. 윤도현은 비긴어스 멤버들과 함께 이번엔 스위스 몽트뢰로 떠났다. 그곳에서 보여줄 그의 또다른 감성이 기대되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자. 그가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news@weeklypeop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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