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졸업식은 단순히 학위를 수여하는 행사가 아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배움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졸업식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이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2026년 2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80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도 이러한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학위를 받은 수천 명의 졸업생들은 각자의 전공과 연구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족과 동료, 교수진이 함께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유홍림 총장은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대학에서의 배움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차분한 메시지를 전했다.
유 총장은 먼저 대학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되짚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가 만나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통해 전문 지식을 쌓는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판단의 기준을 함께 키워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움은 정보의 축적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과 태도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특히 대학에서 길러진 능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쓰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지식과 역량은 분명 소중한 자산이지만, 그것이 사회와 연결될 때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결국 사회 속에서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만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지식의 가치 또한 더욱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배움을 통해 길러진 사고력과 전문성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오늘날 사회는 다양한 문제와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문과 지식은 단순한 개인의 자산을 넘어 공동체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이 어떤 가치를 향해 사용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 보기를 당부했다. 능력 있는 인재가 사회 곳곳에서 필요로 되는 시대일수록 그 역량이 어떤 방향으로 쓰이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개인의 성취에 머무르는 능력보다 사회와 연결된 능력이 더 큰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리더십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정한 리더십은 단지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어떤 가치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과를 넘어 사회와 공동체를 향해 시선을 넓힐 때 지식과 경험은 더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변을 바라보는 감수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쟁과 속도가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과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며, 이러한 감수성 또한 대학에서의 배움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대학을 떠난 이후의 삶은 정답이 정해진 시험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나 실패를 마주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험 역시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배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성공을 이루느냐보다 어떤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느냐라는 점이라고 유 총장은 강조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단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주변을 이해하고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날 졸업식에서 전해진 메시지는 화려한 수사보다 차분한 성찰에 가까웠다. 졸업생들에게 주어진 것은 단지 학위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관계 맺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하나의 과정이 끝났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배움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 지식은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힘이지만 그 힘이 사회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이날 유홍림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지식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를 향한 책임. 졸업생들에게 던져진 이 질문은 이제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위클리피플 이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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