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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지석연 소장, 자기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작업치료’로 사람과 사회를 연결시키다
이선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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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작업치료’로
사람과 사회를 연결시키다


지석연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 소장


사람과 사회의 연결을 만드는 것이 ‘작업’이다. 흔히 ‘작업(作業)을 한다’라는 말은 ‘일을 함 또는 그 일’, 영어로는 ‘occupation’을 뜻하며, 직업보다 더 큰 의미의 역할이나 활동을 포함한다. ‘작업’은 그 사람의 삶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주도하는 것, 장악하는 것,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뜻한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작업이 될 수 있는 사람의 활동을 나누었는데, 그 8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수면 및 휴식, 기본 일상생활, 놀이활동, 교육활동, 복합일상생활, 생산활동, 여가활동, 사회참여활동이다. 24시간 동안 수행하는 인간의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시간을 장악하는 활동을 스스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훨씬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건강’이라 정의내릴 수 있지만, ‘생활 기능이 건강하느냐’ 또한 행복한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작업치료학의 원리는 WHO의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목적과 내용과도 일치한다. ‘작업치료사’란 장애와 상관없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오늘 위클리피플은 지석연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소장을 만나 ‘작업치료’ 전문분야와 그의 신념에 귀 기울여 보았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작업치료사란?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적 이해를 돕고자 ‘작업’에 대한 이해로 글머리를 풀어보았다. 다시 말해 ‘작업치료’란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작업(치료적 활동)을 통해 최대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능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치료, 교육하는 보건의료의 한 전문 분야이다. 몇십 년 전 상황은 녹록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업치료학과’가 보건 유망학과로 대학에서 양산되고 있다. 1969년 첫 면허가 발급된 이후 현재까지 약 14,000여 명이 되었으며, 총 62개교에 작업치료학과가 개설·운영되어 이제는 매년 2천여 명 이상의 작업치료사가 배출되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보건복지 인력을 충원하여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뼈아픈 이야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업치료사들의 부단한 연구 노력으로 ‘작업치료’ 분야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재활’이란 분야를 보면, 삶에서 도중에 장애를 입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인구가 전체 장애 인구의 80%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의 약 5-6%가 장애인구로 등록되고 있고, 그 장애인구 전체에서 약 10-15% 정도가 발달장애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산업재해나 교통재해, 퇴행성 뇌졸중이나 파킨슨, 치매 인구가 많기에 이쪽 파트로 작업치료사가 많이 포진된 상태입니다. 작업치료분야는 성인, 노인뿐 아니라 아동기부터 아우르는 발달분야도 중요합니다.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장애가 아님에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요. 일례로, 협응장애와 같이 지능은 높으나 어눌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 생활수행이 어려운데, 게으르다고 오해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태가 되기도 하구요.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일상 속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양한 아동청소년들의 감각통합을 위해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작업수행을 돕는 감각통합전문가
진 에어즈(Jean Ayres)박사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떤 아이는 암산은 되지만 손으로 쓰는 계산은 뒤죽박죽 되는 등, 다른 아이들은 크게 어려움이 없는 수업 중의 학습활동이 어렵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 작업능력을 보이는 학습장애 아이들을 중재하면서 아이들의 작업참여가 왜 어려운지를 신경발달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감각통합이라는 중재이론을 만들었다.

“에어즈 박사가 처음부터 아이들의 감각이나 운동신경계의 발달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적 활동과 참여의 곤란함을 보고 이를 밝히려 했다는 시도가 감각통합이라는 이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감각통합전문가는 작업수행전문가로서 아이들에게 감각통합에 관련된 분석과 중재의 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실제 살아가는 시공간에서 문제가 있거나 불균형이 있는 작업수행활동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5가지 감각인 ‘오감’이 있다. 그리고 전정감각과 고유감각이라는 중요한 몸의 감각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과 전정감각은 ‘얼굴’에 있고, 촉각과 고유감각은 ‘몸’에 있다. 생후 1, 2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감각을 통합하면서 발달해간다. 그리고 청각과 시각, 몸감각을 통합하는 과정은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계속해서 일어난다.

“감각통합이 잘된다는 것은 움직임과 협응이 좋다는 뜻입니다. 감각통합이 안 되는 아이들의 경우,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한 후 몸감각을 일치시키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합니다. 저희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경우 주된 대상이 발달장애이다 보니 의뢰 사유를 물어보곤 하는데요. 일상생활이 어눌하다든지, 감정적으로 변화가 심하고 생활에서 참여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가 많습니다. 어린아이의 시기에는 감정적인 짜증과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촉각정보가 과민하다든지, 시각정보가 둔감하거나 예민하다든지 아니면 신체적 기능의 어려움에서 기인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작업수행 활동은 ‘수면’과 ‘먹기’, ‘놀이’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능동적인 작업활동인데, 이런 작업수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일례로, 수면에 문제가 된다면 아이 개인의 각성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낮의 수행활동 양이 잠을 충분히 잘 만큼 충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이의 경우 상상이 잠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유를 고려해야 합니다.”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에서는 의뢰된 아이의 생활 프로파일을 먼저 하고, 관련된 신체기능이나 감각적인 기능을 파악하여 중재 계획을 세워준다. 잠을 잘 못자는 아이라면 잠을 잘 수 있게 수면을 조정한다든지, 잠과 놀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일상생활과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다음은 아이의 놀이이다. 충분한 놀이활동이 선행되어야 하며, 놀이가 잘된다면 다음의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지석연 소장은 “아이의 작업수행 활동에 문제를 발견하면 개인의 요인인지, 활동의 요인, 혹은 환경의 요인인지를 살핀 후 개인의 문제라고 한다면 가족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 소장은 개별 혹은 그룹프로그램을 할 때면 부모교육을 항상 강조한다. “부모교육을 할 때 문제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아이들이 못하는 것을 해결하려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에 여드름이 난다면 여드름만의 부분 치료가 아니라, 전체적인 영양 공급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 안에서 강약이 있다면 강점을 발견하고 강점을 찾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문제 안에서 강점을 찾아주고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며 다음 단계가 보일 것입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도 강점은 있습니다.”

더 나은 분야 발전을 위해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직업 ‘작업치료사’. 작업치료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어떤 소양이 필요할까?

“작업치료는 의학과 문과 모두가 필요한 학문입니다. 한 사람의 일련의 작업활동을 볼 때 전체 인생을 보아야 한다는 면에서는 인문학적이지만, 그 작업이 왜 안 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물리적인 면이나 뇌, 기능적 상태 등 의학적 지식까지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지요. 보조도구를 만드는 측면에서는 보조공학과 물리학도 알아야 합니다. 의학, 인체공학적 사람에 대한 부분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사까지 관여해야 하는 일이기에,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저는 해부학, 생리학, 문화인류학 등 다방면의 책을 읽고, 졸업 이후에는 외국 커리큘럼을 백업하며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스터디하고 있습니다. 작업치료사를 꿈꾼다면 ‘스스로의 삶이 작업적’이어야 하며, ‘주도적인 삶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가치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재활분야를 보면 선천적 장애가 아닌, 삶 도중에 장애를 입은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경추 손상을 입은 사람을 보자. 팔다리는 못쓰지만 입을 쓸 수 있는 사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가 아닌, 휠체어 고정을 본인 스스로 했을 때 스스로의 만족감이 배가 된다. 몸은 회복이 안 되었지만 ‘내가 식물을 키울 수 있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바둑도 둘 수 있구나. 기계를 사용하여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떠먹을 수 있구나’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토대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했을 때 큰 만족감이 느껴지는 것. 지석연 소장은 “장애가 있다고 우울하게 살면 안 되지 않습니까. 움직임을 넘어 다른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며 삶을 긍정해야 합니다”라고 신념을 전했다.

이어, 지석연 소장은 ‘작업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잘 자는 것, 그리고 주요 활동을 하는 것,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이뤄가려면 의료기관, 가정, 교육기관과 작업기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연구하고 실천하는 작업치료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지석연 소장은 치료사들 간의 연구, 그리고 교사와 치료사와의 협업, 자발적 모임을 통한 협업을 꿈꾸며 ‘작업치료’의 비전을 일궈나가는 중이다. 일례로, 건강하고 건전하게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당당하게 일하자는 작업치료사들의 모임 (사)대한작업치료사협회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같은 자발적 모임으로 발달지연을 겪는 아이를 양육하는 의식 있는 부모들이 모여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 하려 하고 있다.



인생의 길목에서 좋은 작업치료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 스스로의 삶이 작업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택해야 하며, 그러한 삶을 추구할 때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 당사자 가운데에서도, 장애가 있는 가족 중에서도, 좋은 동료나 좋은 의사, 좋은 심리치료사, 좋은 교사 등 전문가 중에서도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좋은 뜻이 있는 이들을 만나면서 감사하다는 지석연 소장은 계속 공부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작업치료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좋은 슈퍼바이저로 남기를 희망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 안에 쌓인 겹겹의 나이테를 갖고, 하나 둘 의미 있는 좋은 일을 해온 사명과 같은 일. 스스로 건강하고 당당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직업에 감사하다는 지석연 소장은 자신이 오랫동안 만나서 치료했던 뇌성마비 자폐성의 청년, 그 청년이 건강하게 자라 지금의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는 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작업치료’라는 일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내가 만난 이 사람의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배울까’를 생각하며 작업치료의 현장 곳곳을 누비는 그는 또다시 자신 안에 겹겹의 나이테를 그려가는 중이다. ‘인간을 만드는 좋은 직업’이라던 그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남았다.

profile

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 소장
(사)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외협력이사
서울시 교육청 긍정행동중재지원단 자문위원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CST KOREA Master Trainer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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