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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쿨하게 나이 먹는 배우 윤여정, 그래서 닮고 싶은 그녀
이경숙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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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나이 먹는 배우 윤여정, 그래서 닮고 싶은 그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가 무색하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배우 윤여정은 고희를 훌쩍 넘기고도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최근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 정우성, 김용훈 감독 등과 함께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강산이 일곱 번 변하는 것을 본 나이지만 최근에는 예능까지 접수하며 남다른 활약을 보이며 까칠하면서도 정이 넘치고 시크하다가도 위트 있는 모습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는 윤여정. 그녀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끈질긴 생명력과 연기력을 지닌 개성파 배우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 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 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은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 신(scene) 한신(scene)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데뷔 50년을 훌쩍 넘긴 원로배우, 윤여정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그녀는 영화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결혼과 함께 13년의 공백을 가져야 했고, 필사적으로 복귀에 성공했으며, 현재까지도 여러 역할을 소화하며 틀에 갇히지 않은 연기를 펼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끝없는 도전은 최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전해져 최근엔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다. 연기력도 절륜해서, 선역과 악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주로 상당히 까다롭고 엄격하고 보수적인 시어머니 포지션의 배역이나 잔소리 잘하고 무척이나 고집 센 아주머니, 할머니 정도의 이미지가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역할부터 미묘한 색기가 있는 역할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어느덧 고희를 훌쩍 넘었지만,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극과 극을 넘나들며 심오한 연기자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윤여정의 젊은 시절

윤여정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대본 암기력이 뛰어나며, 집중력이 좋고 영민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웅변이나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이화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한 윤여정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김동건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그때 담당 PD의 권유로 1966년 TBC 탤런트 공채에 응시해 TBC 3기 탤런트로 데뷔하며 대학을 중퇴하고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배우가 된 것에 대해 윤여정은 "우리 엄마한테는 내가 스타였다. 그래서 남의 눈에 띄는 일을 하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한다. 또 당시 탤런트는 떠오르는 신종 직업이었는데, 서울대 출신의 이순재, 이낙훈이 탤런트로 활동 하는 것을 보고 창피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50여년, 윤여정의 연기인생은...

‘화녀’는 1971년부터 지금까지 윤여정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스크린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자칫 천박할 수 있는 윤소영이란 캐릭터를 특유의 무심한 듯 따뜻한 연기로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표현할 수 없는 대체불가의 캐릭터를 연기해 냈고 이를 통해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올해의 여성영화제, 부일영화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대상을 휩쓸었다.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그녀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연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명연기를 펼쳤다.

작가 노희경 역시 이 영화를 "어떤 인문학 강의보다도 깊고 통찰력 있는 영화"라 표현했고 영화감독 강형철은 "윤선생님의 아주 작은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영원토록 기억될 영화"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가 50세를 넘긴 뒤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돈의 맛’(2012) 등에서 ‘욕망하는 여자’를 연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젊은 시절 이런 이미지 때문에 미움을 받기도 했는데,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을 연기할 당시에는 비난과 돌을 맞은 적도 있으며, 1대 ‘오란씨 걸’로 광고를 찍었지만 소비자들의 항의로 1년 만에 하차하기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겪어야했다.

동료배우들이 말하는 배우, 윤여정은...

배우들 중에서도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윤여정을 선배 배우인 김영옥은 "나 같은 경우는 대본이 안 외워져서 손에서 놓지를 못하는데 여정이는 어느 순간 손에서 대본을 딱 놓고 안 볼 정도로 대단히 집중력과 암기력이 뛰어난 영민한 배우다"고 얘기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여정이는 어려서부터 선배들이 말하는 걸 빠릿빠릿하게 잘하고 흡수시키는 총명한 아이였다" 라고 얘기한 바 있다. 동료이자 선배인 배우 박근형은 "장희빈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출 때부터 총명하고 명석했다.

윤여정 같은 배우가 서넛만 있어도 중년 배우들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BS 연기대상 MC로 나선 윤여정이 우수연기상을 받은 직후 시상자로 나온 강부자는 "윤여정은 그 좋은 머리로 그 긴 대사를 NG 한번 없이 촬영해준 덕에 우리 드라마 촬영이 편안했다. 만약 윤여정이 NG를 냈으면 우리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고생했다"라는 말로 그녀를 칭찬하기도 했다.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둘째 며느리로 활약한 중년배우 박순천 역시, "윤여정 선배님은 머리가 비상한 배우이다. 대본을 보고 연기가 떠오르지 않을 땐 윤여정 선배님을 찾아간다." 라고 할 정도이다.

또한 그녀는 엄청난 대사 양으로 유명한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를 촬영할 때 몸이 정말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작중 그녀의 분량인 대본 1~132페이지까지 쭉 외우고 원테이크로 NG 없이 촬영 후 기절을 했다는 얘기는 방송국 내에서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세월은 그녀를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했다...

삶의 허망함을 보여줬던 그녀의 영화와 달리 그녀의 예능은 풍요롭고 아름답다. <윤식당>에서 윤여정은 웨이터로 등장하는 배우 신구와 함께 노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신구가 정적인 미소 하나에 노년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담아냈다면, 윤여정은 아름다운 노년을 진솔한 그녀만의 에세이로 보여주었다. 그녀 자신이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인생이 <윤식당>을 통해 쿨하고 담담하고, 때론 귀엽게 그려낸 것이다. 윤여정은 나이를 앞세워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과거의 영광을 들먹이며 잘난 척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섣불리 충고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지적은 누가 하든 ‘쿨하게’ 받아들인다. ‘꼰대’가 아닌 ‘진짜 어른’ 윤여정. 그녀는 인생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녀를 지나간 세월은 지금의 배우 윤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고 그런데 다 아프고 다 아쉬워. 하지만 세월이 가며 배운 건 하나씩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알게 되는 것.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은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하지. 누구나 처음 태어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지.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것..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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