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클리피플 DB / 윤세환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기술보다 본질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철학
‘사람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양성하다
윤세환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디자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부터 의자, 의류와 생활용품,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는 누군가의 고민과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좋은 디자인은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순간 비로소 그 가치를 완성한다.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윤세환 교수는 오랜 시간 이러한 디자인의 본질을 학생들에게 전해온 교육자이자 연구자다. 써피스 디자인과 CMF(Color·Material·Finish) 분야를 연구하며, 산업과 예술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윤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기술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경험’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 속에서도 창의성과 감성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그의 교육철학은 연구와 강의, 그리고 후학 양성의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윤세환 교수를 만나, 그의 디자인과 교육철학에 대해 조명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윤 교수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일’로 생각하지만, 그는 디자인의 본질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사용자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학문적 여정 속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윤 교수는 이후 해외 유학을 통해 디자인을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 특히 예술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과학기술과 디자인이 융합되는 교육환경을 경험하면서 디자인은 감각만으로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라 논리와 분석, 그리고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써피스 디자인과 CMF 분야를 연구하며 산업 현장과 교육을 연결해 왔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활용품은 물론 다양한 산업 제품에서 색(Color), 소재(Material), 마감(Finish)이 사용자에게 어떤 감성과 경험을 전달하는지 연구하는 일 역시 사용자의 경험과 삶을 이해하는 과정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 논리적으로 분석한 후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결과물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 교수의 수업에서는 정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진=중국 산동이공대 특강좋은 디자이너를 만드는 것은 경험이다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을 것을 권한다. 여행을 하고, 전시를 관람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시장을 걸어보는 모든 과정이 결국 디자이너의 감각과 역량을 키우는 자산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한 배우가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삶을 경험하며 연기의 깊이를 만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결국 예술은 삶을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가에 따라 표현의 깊이도 달라진다는 의미였다. 윤 교수는 디자이너 역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감각과 시야를 넓혀야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교수는 한 산업디자이너의 사례를 소개하며 “세상의 불편함을 발견하는 시선과 불만이 때로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든다”라고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불만’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 질문을 던지는 문제의식이다.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불편함 속에서 개선의 가능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조금 더 편리하게 바꿀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늘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관찰하는 태도가 디자이너의 필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과 문제의식이 쌓일 때 비로소 디자인은 기술을 넘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게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결과물을 서둘러 만들기보다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사진=Korean structure 2022-0408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디자인의 본질
생성형 AI의 발전은 디자인 분야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은 이제 AI가 빠른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 교수는 AI를 위협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다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만큼은 쉽게 대체될 수 없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사진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를 예로 들었다. 당시에는 사진의 등장으로 회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미술은 오히려 표현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며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들어냈다. AI 역시 마찬가지로,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가치를 담아낼 것인가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AI는 앞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도구가 사람의 사고와 감성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 시대일수록 기본기와 창의성,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기본의 충실한 조형 교육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학생들에게 최신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기초 조형 교육과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가르친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지만, 사용자를 이해하는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는 디자이너가 평생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역량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공학, 예술을 융합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과의 협업 속에서 학생들이 기술과 감성, 산업과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교수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디자이너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넘어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융합형 인재라고 강조했다.
사진=제13회 재단법인 한영국제텍스타일디자인 공모전인성과 창의성을 함께 키우는 교육
오랜 시간 강단에 서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윤 교수는 교육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인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학생들이 뛰어난 디자이너 이전에 좋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디자인 역량은 노력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지만, 사람을 존중하고 함께 협업하는 태도는 교육의 과정 속에서 꾸준히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더라도 사회 속에서 함께 일하고 신뢰받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그의 스승에게 영향을 받았다. 대학 시절의 윤 교수를 편견 없이 대해주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질문에도 늘 성실하게 답하며 진심으로 지도했던 은사(홍익대학교 박현숙 교수)의 모습은 지금도 그가 교육자로 살아가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윤 교수는 학생들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로 바라본다.
“학생들이 졸업한 후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스승의 날에 연락을 주거나 찾아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제자들을 만날 때면, 디자인을 가르쳤다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함께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학생 한 사람의 삶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다시 사회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교육은 완성된다. 윤 교수가 연구와 강의, 산학협력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는 “진정한 리더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사회와 나누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윤 교수는 반복 패턴(Repetition Pattern)과 CMF 디자인 분야의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 성과를 저서로 정리해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 현장과 교육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이 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그의 또 다른 목표다.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좋은 디자이너는 결국 여러 경험과 남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윤세환 교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관심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풍부한 삶의 경험이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좋은 디자인은 다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윤세환 교수가 오랜 시간 지켜온 이 믿음은 오늘도 강의실에서 미래의 디자이너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_윤세환 교수
profile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교 대학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現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장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람회 심사위원 역임
한국미술협회 이사 역임
대한산업미술가협회 운영위원 역임
한국텍스타일디자인협회 이사 역임
대한민국 굿디자인 선정위원 역임
개인전 4회 (한국, 미국, 일본)
단체전 300여 회 참가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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