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선한 영향력’
전 세계에 아름다운 울림을 전하는 지휘자
정나래 독일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 지휘자 | 어린이·청소년 합창단 전문 지휘자
유럽에서 가장 큰 성악 학교인 Dortmund 합창 학교와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을 설립한 죌료 다부토비치(Željo Davutović)는 어린이 합창부문에서 1인자이자, 최고의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그는 독일 NRW주 합창 학교(Akademie für Gesang NRW)의 설립자 겸 대표,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로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21년 창단한 Akademie für Gesang NRW 소속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은 현재 독일 최고의 어린이 합창단이라 평가받는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의 다음 과정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독일 에센 국립 음대에서 전문연주자 과정, 도르트문트 합창학교에서 합창지휘자 과정을 수학한 정나래 지휘자가 이끌고 있다.
정나래 지휘자는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합창과 성악 지도를 해오며, 유능한 제자 양성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독일에서 ‘교육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9년, 한국 어린이 합창단과 독일 어린이 합창단이 한 목소리로 동서양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한-독 문화 교류의 장’을 기획하는 등 문화예술 발전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정나래 지휘자의 발자취를 <위클리피플>이 조명해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유능한 청소년 성악도들이 한데 모인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인 죌료 다부토비치가 설립하고, 도르트문트의 기업가인 울리히 안드레아스 복트(Ulrich Andreas Vogt)가 이사장으로 있는 Akademie für Gesang NRW. 이곳에서는 현재 체계적인 음악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성악가의 실력과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단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6세부터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하여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은 뒤 오디션을 통과해 선발된 아이들은 어린이 합창단인 Kinderchor A, B, C 과정을 차례로 마치고, 오페라 어린이 합창단 과정까지 이수해야 비로소 9~14세 아이들로 구성된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 단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 과정까지 모두 마친 아이들이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고, 18세까지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대학교 입시는 물론 성인 음악무대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심화교육을 받는다.
이민자가 많은 독일의 특성상 독일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몸소 익히며 공연을 준비하고 음악을 배운다.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정 지휘자는 “인종차별과 같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음악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음악으로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음악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21년에 창단했지만 이미 성악도로서 오랜 시간 활동을 한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은 수많은 무대 경험과 실력을 겸비하여, 공연 주제에 따른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뮤지컬, POP, 오페라, 아카펠라 등 다양한 장르와 독일어, 영어, 한국어 등 여러 언어로도 공연이 가능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많은 공연을 했던 경험이 합창 단원들로 하여금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게 해주었고 언제 어디서든 그 나라의 문화에 맞게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지휘자의 길을 가다
2002년,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평양 봉화극장에서 이루어진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을 우연히 TV를 통해 접한 정 지휘자는 가슴 속에 음악가의 꿈을 키우게 된다. 음악을 통해 분단된 국가라도 하나가 될 수 있음에 큰 감명을 받은 것이다.
“한국인 대표 여자 성악가로 함께한 박정원 교수님의 울림이 가득한 목소리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나도 음악가가 되어 음악으로 세상을 하나로 만들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용감했던 소녀는 무작정 박정원 교수님에게 연락해 만나 뵙고 싶다고 전했고,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게 교수님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스승 복(福)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강무림 교수님, 지휘자로서 바른 마음가짐을 갖도록 지혜를 주신 원학연 교수님, 그리고 제가 졸업한 경남 예술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등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지휘자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난 것에 감사하며,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참 스승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연세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합창과 성악 지도 경험을 많이 쌓아오며,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아온 정 지휘자는 보다 전문적인 음악교육과 지도를 위해 독일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독일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합창과 성악 지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정 지휘자는 유능한 제자 양성에 큰 뜻을 품고 음악교육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Akademie für Gesang NRW 설립자이자 음악감독, 죌료 다부토비치 “막연하게 시작했던 합창과 성악 지도는 제 음악 인생과 목표를 바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좋았고, 감사하게도 여러 성과들로 이어지면서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노래를 잘하는 것도 성악 발전에 이바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수준 높은 제자를 양성하여, 그들이 문화예술의 발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독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성악과를 전공하고, 지휘과를 부전공으로 하여 졸업했습니다. 한국과 다른 언어적·문화적 배경과 교육 방식은 처음에는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음악 관련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독일의 시스템 안에서 한국에서부터 줄곧 목표해왔던 것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경험과 아이들과 진정성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곧 저만의 특장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오페라 어린이 솔리스트 양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휘자 커리어를 시작했고, 도르트문트 오페라 어린이 합창단의 지휘자로, 또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의 부지휘자, The Young Voices Project 청소년 합창단 지휘자 등의 역할을 하며 합창 지도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합창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를 뚫고 관객에게 더 잘 들릴 수 있을까?’를 매번 고민하며 발성법을 공부했습니다. 곡 해석, 가사와 감정 전달, 연기, 무대 매너 등 성악가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디테일과 개인 컨디션 관리 등을 가르치는 것도 잊지 않았죠.”
이렇듯 정 지휘자의 열성의 신념과 노력은 곧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NRW주에서 열린 콩쿨에서 제자들이 우수한 성적을 받기도 하였으며, 서독일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은 유럽 최고의 어린이 합창단으로 성장하여, 현재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또한 정 지휘자는 2018년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BVB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경기장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5만 명의 관중 앞에서 지휘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음악의 힘
다년간 어린이와 청소년 합창 및 성악 지도에 매진해온 정 지휘자는 합창이 가진 교육적 효과에 주목해왔다. 합창은 단순히 협동심을 기르는 것 외에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상대방을 존중하고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공동체의식을 기르는 힘이 있다. 2019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 소년소녀 합창단과 서독일 방송국 도르트문트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한 ‘제 171회 정기연주회’는 동서양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 관중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아이들이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내면서 그들에게 인종, 언어, 문화가 결코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을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면서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진 공동체를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노래가 가진 문화적 특징이나 역사적인 배경 등을 설명할 때면, 아이들의 시선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한국과 독일이 문화적인 교류가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어린이들이 한국의 합창단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한국의 친구들을 독일에 초대하여 독일 홈스테이와 독일 학교 방문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일과 한국의 아이들이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죠."
"합창단을 이끌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합창단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단원들의 마음과 지휘자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만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에 교육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알리고 싶은 메토데(Methode)는 ‘워드메토데’입니다. 모든 음악적 경험은 노래하는 목소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바탕으로 내청을 개발하고, 악보를 쉽게 쓰고 읽으며, 노래하게 해주는 방법입니다. 워드메토데 세미나를 들으며, 이 방법이 한국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에 알리면 한국의 아이들을 음악적으로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교육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올해부터 정식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도르트문트 BVB 축구 경기장 초청 공연 이렇듯 한국의 어린이 음악교육 발전과 더불어 한-독 문화교류 증진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정나래 지휘자. <위클리피플>은 정 지휘자의 선한 행보를 응원하며, 끝으로 정 지휘자의 앞으로의 계획으로 글을 마쳐본다.
“앞으로도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한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독일, 나아가 유럽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아이들끼리 소통하며 글로벌 마인드까지 함양할 수 있는 문화교류원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체육·무용·스피치·언어·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문화교류원을 위해 현재 뜻을 같이 할 기관과 협회 학교와 합창단 등이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문화예술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좋은 뜻을 함께 이어가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다면, 어려운 상황은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rofile
경상남도 진주 출생
경남 예술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성악과 졸업
독일 Essen-Folkwang 국립 음대 전문연주자과정 최고점 졸업
독일 Chorakademie-Dortmund 합창지휘 수료
2016-2018 독일 Velbert-Neviges 시합창단 전임 지휘자
2017-2020 독일 Chorakademie-Dortmund 전임 성악 강사
2017-2019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 어린이 합창단 지휘자
2018-현재 독일 WDR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 부지휘자
2018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BVB 축구경기장 크리스마스 콘서트 초청(경기장 역사상 한국인 최초 5만 명의 관중 앞 지휘)
2018 Gelsenkirchen 오페라 극장을 비롯하여 여러 오페라 극장 어린이 솔리스트 보컬 코치
2019 월드비전, 서울 소년소녀 합창단(세종문화회관), 춘천 청소년 합창단, 김포 어린이 합창단등 주요 합창단과 협연, Dortmund Westfalenhalle를 포함하여 Hohen Limburg, Meien Dom, Dresden, Essen 등 독일의 주요 연주홀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 유럽의 주요 페스티벌에서 지휘자로 활동
2021 할로 국제문화교류원 원장
2021 Akademie für Gesang NRW 전임 성악 강사 및 지휘자, 아시아 연계 프로젝트 담당
2021 Essen-Folkwang 국립 음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합창지휘과(Singen mit Kindern und Jugendlichen) 학업 중
한국 공연 예정
2021 10월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초청 탐라문화제 온라인 공연 예정
2022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 소년소녀합창단 독일 초청 공연 기획
2022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초청 탐라문화제 공연 예정
2023 세계 농아인 월드컵 초청 공연 예정(평화를 위한 월드컵 주제곡을 제작하여 수화와 함께 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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