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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조연용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 원장,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로리스트

김유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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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용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 원장,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로리스트 | 위클리피플 인물지식가이드저널
 

꽃의 아름다움에 다양성을 더하다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로리스트


조연용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 원장 | 독일 테크닉커 플로리스트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 ‘예쁨’은 아니라는 것, 외양(外樣)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어떤 인상이나 느낌까지가 종합됐을 때 일어나는 감탄의 마음을 정의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무언가 아름답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그것에 깃든 의미나 가치를 이해했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쁜 외양 때문에 온 인류의 찬사를 받는 것이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꽃’이라 부른다. 꽃은 너무나 흔해서 마치 없는 듯 여겨지지만 어느 순간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으며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이 무심한 듯 은근한 힘이 꽃을 ‘그저 예쁜 것’에서 ‘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옮겨 놓는지도 모른다. 꽃이 지니고 있는 이 힘,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주목한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의 조연용 원장. 한국 최초 독일 테크닉커 플로리스트인 그를 위클리피플이 만났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김유위 기자, 서선미 기자

꽃심(心)이 만든 플로리스트의 꿈

늘 그렇게 한결같이 있는 대상에 대해 우리는 무감각해지기 쉽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누군가는 그것을 느끼고 그 느낌을 키우며 깊이 알아 가고자 한다. 조 원장이 그랬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꽃에 대해 남다른 마음을 품게 됐으나 ‘남자가 꽃이라니….’ 하는 편견 때문에 부모님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할 때에도 그는 그 마음을 지켰고 키워냈다.

“늘 보는 꽃이 그저 좋았고, 이내 정원이 좋아지더니 조경에도 뜻을 두게 됐죠. 원예과에 진학해 졸업을 하고는 전남농촌진흥원의 화훼과에서 직장 생활을 했어요. 거베라나 글라디올러스, 조지아백합 등 여러 꽃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는데 꽃에 대한 열정은 서서히 ‘꽃꽂이’로 번져가더군요. 그래서 일본 유학을 떠났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일본플라워디자인전문학교에 입학한 조 원장은 그곳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뽐내게 됐다. 이 당시 ‘플로리스트’라는 타이틀이 좀처럼 남자들에게는 곁을 주지 않던 때였고, 107명에 이르는 신입생 중 남자는 단 7명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되기 쉬운 조건이었지만 조 원장은 꿈을 향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졸업을 앞두고 열린 작품전에서 1위를 거머쥐며 최우수상을 수상, 조 원장은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그러고는 또 한 번의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1학년 때인가 독일에서 국립꽃예술학교 바이헨슈테판 학생들이 온 적 있어요. 그들이 진행하는 데몬스트레이션을 봤는데 충격이었죠. 내가 이제까지 꽃을 상품으로 여겨 그렇게 대했다면 그들은 꽃을 공간의 영역으로 이해하고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더군요. 이에 독일로 가야했어요. 뭔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사무쳤으니까요.”

하지만 조 원장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한국 사람은 입학할 수 없다”는 이유와 더불어 아시아인들에 대한 비자 문제까지 겹쳐 쉽지는 않았다. 결국 당시 조 원장을 돕던 교수까지 합세, 끈질긴 설득 끝에 입학시험자격을 얻어냈다고 한다. 비록 ‘독일 현지 플라워숍에서 1년간 근무를 하면 입학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조건부의 허락이었지만.

“어학연수를 마치고 근무를 시작했어요. ‘Gartenbau Alois Brandl’이라는 곳이었는데 120년 역사에 40여 명의 직원을 둔 대형 플라워숍이었죠. 1년 후엔 스승님의 추천서와 입학시험을 거쳐 독일국립꽃예술학교 바이헨슈테판에 당당히 입학했습니다. 연 60회 이상의 이론시험을 치렀을 만큼 빡빡한 과정이었지만 급우들이 순번을 정하면서까지 저와 함께 공부해 줬고요. 심지어는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매일 이야기해주는 친구도 있었으니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요.”



꿈과 현실 사이의 벽

독일에서의 모든 이론 수업은 토론의 형식을 따랐다고 한다. 게다가 실기 수업마저 7년 이상의 경력자에 맞춰졌던 터라 쫓아가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2과목 이상 통과하지 못하면 내려지는 유급처분 또한 조 원장을 극도로 긴장하게 했다. 그래서 학우들의 배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아직도 아찔해지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결국 조 원장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국립꽃예술학교 바이헨슈테판을 한국인 최초로 졸업한 후 한국인 최초로 독일국가기술자격증인 ‘독일 테크닉커 플로리스트’를 취득하게 됐다. 조 원장은 그렇게 일본과 독일에서의 총 8년 6개월의 유학생활로 앞날에 대한 열정과 확신에 날개를 달게 됐다고 생각했다. 귀국 후 꽃 산업의 현실 깨닫고 매우 암울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었다.

“국내에서 몇 개월만 공부하면 독일식의 마이스터와 플로리스 취득이 가능하더군요. 플라워산업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모습도 실망스러웠어요. 어떻게 하면 플라워산업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바람직한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외국 자격증’에만 혈안이 된 듯 보였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제공되는 자격증들은 사실 독일 상공회의소가 발급하는 정식 마이스터 자격증도 아니었답니다.”

오래토록 꿈꿔왔던 플로리스트로서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조 원장은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꿈은 잊었노라’ 주문을 걸며 대학에 임용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심정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정보를 나누고 실력을 쌓다 보면 자연스레 탄탄한 공동체가 형성되리라 믿어 늘 “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며 토론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어쩌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 같았던 막연한 생각도 유학 시절 내내 확신으로 굳어졌기에 이제는 차곡차곡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펼치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었다. 그랬던 만큼 실망감을 감당하기 어려워 돌아섰던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유학 직후의 그 마음이 변한 건 아니었다. 돌고 돌았으나 교육현장을 벗어나진 못했으니 오히려 사명감이 더 커졌다”라고 조 원장은 고백했다. 그래서 2020년 마침내 인천 송도에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을 개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꽃이 문화로 향유되는 그날까지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은 독일의 국립꽃예술학교 바이헨슈테판의 교육철학인 ‘자연의 법칙(Naturgestz)’과 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해온 자연조형물(Natruobjekt)을 결합하여 ‘라이프스타일’의 목적에 맞도록 공간을 연출하는 데 교육목적을 두고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의 꽃 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해 왔지만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이었어요. 반면에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개개인의 삶 속에 꽃을 즐기는 문화가 함께 성장되어 현대사회의 흐름이라 할 수 있는 ‘다양성’이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하게 되었죠. 한국사회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계층이 나타나게 되었고, 업계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꽃과 식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플라워디자인을 제공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생겼습니다. 이에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이러한 현대사회의 흐름을 반영하여 단순히 화훼상품을 제작하는 플로리스트가 아닌, 공간을 이해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성으로 무장한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바이헨슈테판플로리스트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 색채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자연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 최대한 고려하죠. 예술성을 고수하지만 종국적인 목적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창작의 능력을 배양’하는 거랍니다. 꽃은 라이프스타일을 고양시키기도 하니까요.”



조 원장의 말에 의하면 꽃은 상업적 수단이기보다는 여러 사람에 의해 끊임없이 향유되어야 할 문화적 대상에 가깝다. 물론 실내 공간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맞물려 인테리어 붐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꽃과 식물을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플라워디자인을 제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고도 말이다. 이에 조 원장은 한국꽃예술교육진흥원의 바이헨슈테판플로리스트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플로리스트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 원장은 플로리스트도 충분히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에 반응’함으로써 공간을 다루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꽃집에서 판매하고, 포장된 꽃을 사서 나가는 식의 형태가 다는 아니잖아요. 꽃이 공간으로 움직여 가는 방법도 있고, 꽃으로 장식한 조형물이 통째로 공간에 유입될 수도 있어요.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든 자연조형물을 실내에 들임으로써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하는 겁니다. 이는 모두 플로리스트가 할 수 있고 더 잘 해 갈 수 있는 일들이죠.”

조 원장은 온전히 자신의 역량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플로리스트를 미래 비전을 가진 직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도록 도움으로써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플로리스트야말로 의미 있는 직업일 것”이라며 강조하는 조연용 원장. 그의 바람처럼 역량을 갖춘 플로리스트들을 통해 꽃이 문화로 향유될 수 있길 <위클리피플>도 응원해본다.

profile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화훼장식학 전공
독일국립꽃예술학교 바이헨슈테판 졸업(한국최초 졸업)
일본플라워디자인전문학교 졸업(최우수상 수상)
독일 테크닉커 플로리스트 한국 최초(독일국가기술자격)
前 전주기전대학 플라워&웨딩스타일링과 교수/학과장
대한민국명장 심사위원
바이엘른국립공원 내 미술관 개관장식
교황베네딕토16세 방문미사 독일프라이징성당 꽃장식
독일 바이헨슈테판 정기전시회 2004~2007 참가
뮌헨식물박람회, 데몬스트레이션 8회 등 다수 전시회 참가

(제보) news@weeklypeo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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