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을 이용한 소통과 치유
아트테라피를 말하다
김미경 아트힐링심리센터 브엘세바 소장 | 국제아트힐링협회 회장 현대인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 이유 없이 불안하고 가슴이 뛰는 ‘범불안장애’ 등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미디어와 SNS의 발달은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신 ‘사생활 침해’와 ‘가치관 혼란’ 문제를 야기했고, 치열한 경쟁 사회는 사람들이 제 마음을 돌볼 여력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동안 마음속 상처는 더 곪아버렸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음의 병,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에 위클리피플은 아트테라피를 통해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는 김미경 소장에게서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취재_신영경 기자, 길민지 기자 / 글_길민지 기자
“아트는 색채, 미술, 음악, 영화, 독서 , 체육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미의 학문 영역이에요. 즉 오감을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아트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든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김미경 소장의 말에 의하면, 아트테라피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미술이나 음악활동 등 창조적 행위 그 자체로 치료적 가치가 있는 ‘아트 에즈(AS) 테라피’이며, 다른 하나는 미술치료 등 전문적인 지식과 매체를 이용하여 내담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해석과 상징을 중요시하는 ‘아트 인(IN) 테라피’이다.
“유럽은 이미 아트테라피가 깊게 자리 잡은 상태예요. 독일의 경우 병원 내에 아트테라피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놔요. 의사의 처방과 유기적으로 잘 연계시키죠. 우리나라에는 아트테라피가 훨씬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치료’로서의 아트테라피가 사람들에게 잘 인식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의사만이 치료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아트테라피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연령 제한이 없고,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 김 소장은 상담부터 치료, 교육까지 아트힐링 관련 전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시작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처음엔 힐링카페 <브엘세바>로 시작했어요. 상담 센터에서 쓰는 값비싼 기구와 매체를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특히 ‘모래놀이’를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어요. 이후에 입소문을 탔는지 점점 유명해졌고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어요.”

대학 때 시각디자인을 전공할 정도로 원래 ‘아트’에 일가견이 있었던 김 소장은 그렇게 아트테라피 세계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아트테라피 강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단 것을 깨달았고, 그들을 뒷받침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아트심리 평생교육원>과 <국제아트힐링협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김 소장은 한국아트심리 평생교육원을 통해 미술심리, 색채심리, 컬러테라피, 모래놀이치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힐링카페로 탄생했던 브엘세바는 ‘전문 아트힐링 심리센터’로 분하여 마포구와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교육 과정이 비영리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김 소장은 유관 기관과 책임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임자의 ‘자질’이 언급된 김에, 아트테라피 전문가로서의 자질은 무엇인지 그녀에게 들어보았다.
“끊임없는 자기성찰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나를 나로서 이해하지 못하는데, 내담자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남을 상담하고 치유하려면 우선 자신을 이해해야 하며, 남을 바라볼 때 편견과 잣대가 조금도 있어선 안되죠.”
어쩌면 남을 이해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내담자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성찰을 멈추지 않는 김 소장. 그녀는 여전히 공부 중이다. 현재 미술치료교육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독일 등 아트테라피가 크게 발전한 국가에 다녀오며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들여오고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막스 뤼셔가 개발한 색채심리진단법을 국내로 첫 도입한 것도 김 소장이다.
“전문가 과정은 크게 미술치료, 색채치료, 모래놀이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요. 꼭 전문가 과정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참여하실 수 있어요. 특히 색채 같은 경우에는 워낙 많은 범위에 적용되다 보니, 타 분야 종사자분들도 취미로 배우시곤 합니다. 아트를 너무 거창하게 보지 마시고, 내면을 보듬어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셨으면 해요. 마음의 병을 꽁꽁 숨기기보다는, 아트를 통해 나누고 치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앞으로 김 소장은 암 환자 프로그램을 더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 자신도 암이라는 병마와 싸웠었기 때문에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내내 평온해 보였던 그녀이기에 그런 시련이 있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김 소장은 암 투병 이후 하루하루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밤이 되면 그날의 감사함을 되새겨보고 다음 날을 기대한다.
“사랑을 언제나 베푸는 건 쉽지 않잖아요. 마음가짐을 항상 갈고닦아서 소소한 사랑이라도 베풀고 싶은 게 저의 꿈이에요. 저기 낙엽을 쓸고 계시는 고마운 할아버님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드릴 수도 있고요. 크지 않은 사랑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의 모범이 되고자 앞으로도 나아갈 겁니다.”
여전히 ‘아트테라피’가 생소하고 못 미더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출근 혹은 등교를 하면서 듣는 음악, 친구를 만나 나누는 즐거운 대화, 풍경이 아름다워 찍어본 사진, 좋아하는 색깔의 새로 산 옷, 나는 이미 이 모든 것을 통해 삶의 고단함을 ‘아트테라피’하고 있다고. 그리고 납득이 된다면, 언젠가 김미경 소장을 찾아가 보라. 온화한 미소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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