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락운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사명감으로 헌신하며 투석 환자 돌본다

사진=백락운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신장장애인 위한 국내 유일 의료재활사회복지시설
사명감으로 헌신하며 투석 환자 돌본다

백락운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투석치료를 요하는 신장장애인은 장애 2급에 해당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몸의 노폐물을 처리하는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체내에 독소가 쌓이는데 전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빈혈, 고혈압, 신경 장애 등 합병증을 일으키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투석은 이를 막기 위해 기계를 통해 인위적으로 노폐물을 걸러주는 과정이다. 신장장애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3회 병원을 방문해 한 번에 4~5 시간씩 투석을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직장 생활에도 제약이 있어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신장장애는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관심도 적고 지원에서도 후 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장애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이사장 백락운)은 이런 신장장애인들을 위해 국내 유일의 의료재활시설인 ‘인천재활의원’과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모퉁이보호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차량이동서비스, 무료급식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투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퉁이’란 변두리, 구석진 곳이라는 의미로, 모퉁이에서 소외된 채 힘들어하는 신장장애인들을 보듬고 있는 백락운 이사장을 <위클리피플>이 만나봤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박진아 기자

신장장애인 위한 의료·직업재활 서비스 제공

모퉁이복지재단은 2002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1999년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성 신부전 환자들을 위해서 국내 최초로 본인 부담금을 받지 않고 투석을 해준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모태로 한다. 인천재활의원은 사회복지시설 중 최대 규모의 투석기를 갖추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중복 장애가 있는 환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큰 환자 등 다른 의료시설에서는 꺼리는 투석 환자들을 주로 돌본다.

“이곳에서 투석하는 장애인들은 일반 병원에서는 외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로하시거나 중증 장애,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경우, 심지어는 구치소의 재소자도 계세요. 투석 비용의 본인부담금 10% 조차 내지 못해 돌아가실 위기에 처한 분, 자식들이 돌보지 않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을 위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대한민국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사명감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모퉁이보호작업장에서는 직업훈련과 직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증대를 이끌기 위함이다. 설립 당시 취지는 투석으로 인해 경제생활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신장장애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3회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장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반 사회복지시설처럼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아시아 투석 관광 사업’의 거점을 꿈꾸다

보통 신장장애인은 여행에 제한이 크다. 해외에서 투석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면역력이 약하고 컨디션이 갑작스럽게 저하될 경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에 모퉁이복지재단은 해외 환자가 안전하게 투석치료를 받으면서 한국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7년 7월 일본 오야마시 스기노키 클리닉과 MOU 체결을 통해 투석의료관광의 한국거점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먼저 연락을 준 것은 오야마시 스기노키 클리닉이었습니다. 일본인 특유의 까다로운 검증 기준을 만족시키며 투석치료의 질을 인정받은 후에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일본 환자들이 인천재활의원을 찾아 혈액투석을 받은 후 안전하게 인천 관광여행을 즐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의료관광이라는 개념이 채 수립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인천관광공사에 직접 소통하여 숙박도 해결하고, 인근 지역 관광 코스까지 안내했습니다. 보통 한국 관광이라면 서울을 향하게 되는데, 인근의 강화, 부평시장, 송도 아웃렛 등을 포함시켜 지역 내 경제활성화 효과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사례로 인정받아 모퉁이복지재단은 2019년에는 오사카 아카가키 클리닉과도 MOU를 체결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다시금 교류가 재개된다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투석관광의 거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투석을 동반하는 여행의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간호사 등이 동반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높다는 설명이다.

더 큰 관심과 예산 지원이 절실

이처럼 신장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한 모퉁이복지재단이지만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장애인의료재활시설’이다보니 예산 지원에 있어 정례화된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의료법, 사회복지법 모두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도 많다. 일례로 장애인복지법상 사회복지시설은 인건비를 전액 지원받을 수 있지만 모퉁이복지재단은 의료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이 제한적이다.

“인천재활의원도 일반 병원의 시스템을 따라 운영한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의료재활시설로 조직이나 직계, 행정절차가 민간 병원과는 다릅니다. 결코 흑자가 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비영리법인 산하 시설이기에 모든 수익은 이용자들과 운영비로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 구조에요. 사회복지법도 적용이 되다 보니 기본 인력도 규정된 틀을 따라야 합니다. 의료인력 외에도 사회복지사, 행정인력 등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죠. 반면에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에 예산은 제한됩니다. 10여 년 정도 지원이 전혀 없다가 2014년도부터 최초로 예산을 받게 되었지만 그 긴 기간 동안 예산 없이 운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신장장애인들이다. 기약 없이 대기하고 있는 환자 수도 상당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곳이 아니면 투석을 받기 어려운 분들이 다른 병원들을 전전하며 간신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규정적인 부분을 먼저 따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려워요. 다른 수익 사업을 하려고 해도 시,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죠. 틀에 박힌 규범에서 벗어나 유동적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퉁이복지재단은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에도 꾸준하게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복지시설을 위해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을 기부했고, 노인복지회관에 물품을 전달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또한 매년 지역 내 의료지원이 필요한 곳에 의료봉사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료진과 직원들의 봉사, 헌신에 감사

백락운 이사장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든든하게 재단을 지켜주는 의료진, 의료지원팀, 물리치료사, 관리부나 원무과 전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재정적 지원이 없어 일반 병원의 통상적인 급여의 70% 수준의 급여만 제공하는데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고마운 직원들이다. 직원들의 헌신과 사명감이 없었다면 재단 운영이 불가능 했으리라는 설명이다.

“희생정신과 사명감이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다른 기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연봉이 작거든요. 그럼에도 다른 병원으로 가지 않는 것은 봉사 정신과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분들과 함께 재단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재단의 임직원분들이 모두 주인공이세요.”

신장장애인 위한 복지관, 차량서비스 지원 필요

백락운 이사장은 신장장애인들의 권리 구제 및 실질적 복지 향상을 위해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나서고 있다. 선진국형 의료복지와 사회복지 정책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 선진국의 경우 의료적인 면에서 있어서도 본인 부담금 없이 투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 신장장애인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당뇨, 고혈압 등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도 늘어나면서 투석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요. 그러나 전문적인 복지서비스는 열악합니다. 실질적으로 국내에는 신장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복지관도 하나 없습니다. 모퉁이복지재단은 신장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량제공서비스만큼은 꼭 재정적 지원을 부탁했다. 투석 치료 후에는 자가 운전 및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차량이동서비스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모퉁이복지재단은 차량이동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비용 지원이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불법이라 몰아붙이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혈액투석은 굉장히 힘든 과정입니다. 한 번 하면 2~3kg씩 체중이 감소할 정도죠. 이 때문에 투석 후 일어나다가 쓰러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장애인 택시를 이용하라고도 하시지만 경쟁률도 높을뿐더러 호출하면 몇 시간 후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실질적으로 차량은 의료서비스와 함께 연계되어 제공되어야 합니다. 선진국은 이런 부분이 합법화되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해서 합법화를 위해 홀로 고독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투석 환자들에게는 법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에요.”

신장장애인 위한 문화예술 지원 확대하고파

백락운 이사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이전까지는 사회복지나 의료와는 전혀 연관 없는 제조업에 종사했었기 때문. 그가 이렇듯 낯선 길로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신장장애와 시각장애의 중복장애가 있던 그의 어머니는 일반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지인의 소개로 인천재활의원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심각한 운영난으로 의원을 폐쇄할 지경이었다. 백 이사장은 사업으로 모은 전 재산 9억 원을 기부하고 난생 처음 사회복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머니를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재단을 운영하면서 차츰 의료 사각지대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특히 백락운 이사장은 장애인들의 문화생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로 인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영화,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련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정기적으로 신장장애인들에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어르신들을 만나면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 하나를 꺼내 건네주십니다. 아주 작은 사탕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알기에 가슴이 뭉클해지죠. 세상에는 분명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은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전국에 하나뿐인 신장장애인을 위한 의료재활기관으로서 최고의 의료·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인천 지역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대한민국 전체가 주목하는 기관으로 발전해 가겠습니다.” 사진제공_모퉁이복지재단

profile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現 사회복지법인 모퉁이복지재단 이사장
現 미추홀사회복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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