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훈희 대표, 첫만남처럼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인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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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한훈희 대표, 첫만남처럼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인도하다

이나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특별한 무지개 다리 굿바이펫
첫 만남처럼 소중한 마지막 이별의 시간

한훈희 굿바이펫 대표

보호자와 반려동물 사이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 빗댈 수 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우리 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품으로 입양되는 순간부터 끈끈한 인연이 만들어진다. 13년 전, 한훈희 대표는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서둘러 오라는 말을 듣고 간 곳에서는 등급을 매겨 비용이 다른 진열해 놓은 수의·관·유골함 등 장례용품을 보여주며 절차에 대한 설명과 상담을 진행했다. 복수가 차서 아팠던 아이의 체중을 몸무게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며 저울에 재는 모습을 보았고 삭막한 분위기에 여러 명의 직원을 통해 화장은 정신없이 서둘러 진행되었다. 화장 중에는 대기 중인 다른 가족 또한 있었는데 한 대표의 아이보다 더 좋은 장례용품을 선택하는 걸 보면서 그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더 미안했던 기억이 아주 또렷하게 남았다고 한다. 장례 이후, 타 반려동물 장례업체의 홈페이지를 여럿 찾아보며 장례비용이 최소 20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표기된 것을 보게 되었다. 반려동물은 살면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자기 자신의 보호자로서 보호자의 존재가치를 사랑한다.
한 대표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비용으로 차별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줬던 사랑처럼 온 마음을 다해 이루어지는 장례의 필요를 느꼈다.
이곳 ‘굿바이펫’에서 소중한 아이들의 무지개다리 이야기가 시작된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이나현 기자, 이주은 기자

우리 아이와 나누는 작별인사, 굿바이펫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 그 시간은 첫 만남처럼 소중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보다 훨씬 짧은 삶을 살다가는 반려동물, 자기 자신보다도 가족을 더 사랑하는, 첫 만남에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보호자만을 바라보며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그러한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오롯이 가족만을 생각하는 아이가 바라는 건, 필요 이상의 경비가 들어가는 이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그 덕분에 가족의 행복을 위해 혹은 도움이 필요한 유기동물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길 바랄 거란 생각으로 ‘굿바이펫’을 시작한 지 8년이 흘렀습니다. 슬퍼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아이만을 생각하며,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지켜왔습니다.”

충북 제천에 있는 굿바이펫은 합법적인 CCTV 의무 설치 화장로를 보유하고 있는 중부지역 최초, 전국 6번째로 정부 공식 허가를 받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이다. 엄숙한 이별의 공간에서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아이와 충분한 인사를 할 수 있는 한 타임에 단 한 가정을 위한 곳이다. 그러기 위해 철저히 예약제로 진행된다. 장례의 전 과정을 참관해, 마지막까지 보호자가 ‘우리 아이, 잘 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한 대표는 아이가 좋아하던 것, 보호자가 입었던 옷 등을 준비해 올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사전 안내를 하고 있다. 굿바이펫은 기본 장례비용에 장례 절차와 필요한 모든 용품이 포함된다. 정해진 비용에서 일체 추가가 없이, 오직 ‘아이’만을 위한 장례식이 한 대표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성스러운 장례 시스템은 거리에 상관없이 이별을 앞둔 반려인들이 전국에서 굿바이펫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부지역 가장 중심지에 위치하며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3분 거리에 있다. 기차나 버스처럼 편리한 대중교통으로도 방문할 수 있다.

“폐암 말기 시한부로 항암치료중인 아들을 두신 어머님께서 저희 장례식장에 연락을 주셨어요.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몇 년 전에 땅에 묻어준 아이의 장례식을 해줄 수 있는지... 그것이 아드님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드님께서 사체를 찾기 위해 직접 땅을 파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 여러 장묘업체에서 거절되고 저에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현장에 방문해 사체를 찾을 때 아드님은 음식조차 드실 수 없는 분이었지만 저에게 우유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신 따뜻한 분이셨어요. 어머님과 함께 굿바이펫에서 반려동물 장례를 마치고 아드님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병원으로 향해야 했고 수일 후 아드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어머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죽기 전 소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이와의 사연을 존중하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되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참 가슴이 아팠고 진심으로 그 분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의 장벽

국내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5개밖에 존재하지 않던 때, 한 대표는 수의사인 아버지와 누나, 매형에게 전문지식 도움을 받으며 반려동물 장례업계의 한계를 보완해보고자 뜻을 세웠다. 그러나 많은 장벽이 그 이상으로 존재했고, 법 정립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동물의 사체 관리는 동물보호법이 아닌 폐기물관리법에 속했기에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었다. 폐기물관리법과 동물보호법상의 법리적인 충돌로 동물 장묘업 허가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그걸 해결하고자 약 3년 넘는 시간을 여러 번의 행정심판과 행정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함으로써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었다. 이에 반려를 목적으로 하는 반려동물에 한해서 폐기물처리의 예외로 보고 정식 허가받은 동물 장묘업에서 사람 장례처럼 화장을 할 수 있게 변했다. 그 이후에 더 많은 동물 장묘업 업체도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 대표는 동물 복지의 가장 끝, 마지막이자 마침표인 장례가 매우 중요한 것을 강조했다. 기존보다 국내 장례 문화는 많은 성장을 이뤘으며, 동물장례협회와 농림부 등에서 불법 업체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합법 반려동물 장례와 불법의 차이를 더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동물복지차원’의 노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함을 언급했다.
현재에도 수많은 불법 업체들이 검색되고 있으며 허가받은 동물 장례식장 중 화장로가 있는 곳으로 중간에 연결만 해주는 상조 회사들이 검색되어 슬픔에 경황없는 가족들이 실제 안내받은 업체와는 다른 곳으로 가야 화장이 가능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의 화장시설 검색처럼 포털사이트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화장로가 있는 업체들이 우선으로 검색되어야 하는 점을 한 대표는 강조했다. 현재 농림부에서 정식 인가된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www.kafanc.or.kr)또는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www.animal.go.kr)을 통하면 정식 허가받은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의사 아버지와 동물과 함께한 삶

어릴 적, 한 대표는 수의사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목장에서 양과 말,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 그렇게 늘 동물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한 대표는 관광경영학을 전공해 여행사에서 일하며 긍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대학교 전공과 너무나도 다른 분야이지만, 인생 전반을 동물과 동반한 한 대표는 이전의 삶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떠나보낸 보호자들의 손 편지와 문자로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분들, 불쌍한 동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료와 용품들을 기부해주시는 분들, 수많은 안부를 전해주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여행사에서 일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따스한 감동을 현재 비로소 느끼고 있다.

반려동물 복지의 비전을 향해

“소중한 아이와의 아름다운 이별의 마지막을 함께 했기에, 반려동물 가족들께서 저를 더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십니다. 그래서 더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이곳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더욱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굿바이펫은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입니다. 아이의 추모 영상을 보고 편지를 낭독하며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러한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종 업체와 유기동물을 위한 단체들과 힘을 합쳐 착하고 작은 반려동물 장례식장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 네트워크에서는 장애인을 도와주는 도우미견들, 군견 경찰견 소방견, 헌혈견 그리고 입양 확인이 가능한 유기견, 유기묘들, 취약 계층과 소외된 이웃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비용을 지원해 드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서로 의논하여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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